[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물방울이라 할까, 비눗방울이라 할까. 투명하게 채워넣은 ‘공기층’을 통해 세상풍경이 엿보인다. 평면의 장면이지만 묘하게 입체의 겹을 이뤘다.
 | 홍성준 ‘공기층 57’(2025 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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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홍성준(38)의 작품세계에는 레이어가 있다. 겹이면서 층으로, 본질을 가리기도 본질 자체이기도 하는 그것 말이다. 작가의 레이어가 독특한 건 흔히 ‘겹·층’이라 할 때 연상되는, 첩첩이 쌓은 두툼하고 사실적인 물감층이 아니란 거다. 오히려 얇게 덜어낸, 속이 훤히 비치는 환상적인 빛의 층이다.
그렇다고 작업까지 얇은 건 아니다. 캔버스천에 미디엄을 바르고 건조시킨 뒤 표면을 갈아내 평평하게 다듬고 에어브러시로 원래 이미지를 지우고 덮는 수정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니까. 손을 대면 톡 터질 듯한 공기방울은 그렇게 띄워졌다.
‘공기층 57’(Layers of the Air·2025)은 작가의 손끝에서 점점 진화하는 ‘빛의 겹’이고 ‘색의 층’이다. 이젠 작품이 놓인 공간의 빛에 따라 화면의 색이 달라지는 ‘마법의 경지’에까지 도달했다니. 햇빛 아래 수시로 색을 바꾸는 진짜 비눗방울과 다를 게 없다.
6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서 강준영·유정현과 여는 3인전 ‘올 메이크스 센스’(All Makes Senses)에서 볼 수 있다. ‘다채로운 감각을 만드는 작품’ ‘비로소 자연스럽다’는 양 갈래 전시명 아래 눈으로 만질 수 있는 ‘촉지적 작품’들에 주목했다. 캔버스에 아크릴. 91.9×91.9㎝.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 홍성준 ‘공기층 58’(Layers of the Air 58·2025), 캔버스에 아크릴, 91.9×91.9㎝(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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