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017670)이 유심(USIM) 관리 서버 해킹 사고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8일 하루 동안 SK텔레콤 사용자는 번호이동을 통해 무려 2만5403명이 순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상시 일일 평균 순감 수치인 100~200명의 약 20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 해킹 공격으로 가입자 유심 정보가 탈취된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T월드 본사 직영 대리점을 찾은 고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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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이탈 가입자들은 주로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그리고 알뜰폰(MVNO)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KT(030200)는 1만6570명, LG유플러스(032640)는 8833명의 가입자가 각각 순증하며 반사이익을 얻었다. 유심 해킹 사고로 인한 SK텔레콤 고객 이탈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번 이탈 사태는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2일 해킹 사실을 공식 발표했으며, 이후 가입자 이탈은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발표 직후인 22일 137명, 23일 120명, 24일 115명, 25일 73명 수준으로 다소 감소세를 보였지만, 26일에는 하루에만 1665명의 가입자가 타 통신사로 이동했다. 이후 28일에는 사상 최대치인 2만5000명 수준의 이탈이 발생했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응대 일환으로 28일부터 전국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했지만, 교체 수요 폭증으로 현장 혼란이 발생했다. 유심 교체 지연과 절차 불편이 고객 불만을 가중시켰고, 이는 추가적인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가입자 유출을 막기 위해 보조금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28일에는 SK텔레콤 신규 가입자가 8729명 발생했으며, 일부 유통망에서는 갤럭시S25 시리즈 스마트폰을 사실상 ‘공짜폰’ 수준으로 제공하면서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부 사례에선 단순 무료 제공을 넘어 ‘차비(페이백)’까지 얹어주는 파격 조건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순감 규모가 워낙 커 이번 사태에 대한 고객 신뢰 회복이 숙제로 남았다. 특히 기존 고객이 이탈하고, 신규 고객 유치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 SK텔레콤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고가 이동통신사 점유율 변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약 23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일 이탈자가 2만 명을 넘어선 것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향후 대응 방향에 따라 통신사 시장 점유율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