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재예방 예산은 대폭 늘었지만, 그에 대비 사고사망자 수가 더디게 감소하고 있다며 실효성이 낮은 법안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합회(경총)은 국내 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기업 안전투자 현황 및 중대재해 예방정책 개선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19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들은 중처법 개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81%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시급히 개선할 사항으로 47%가 ‘안전·보건 관계법령 등 경영책임자 의무 구체화’를 선택했다.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 인력이 증가한 기업은 전체 조사 대상 중 63%, 예산 증가 기업은 72%로 나타났다.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안전 인력 증가 인원은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 평균 52.9명(20%), 300인~999인 3.9명(48%), 50인~299인 2.6명(71%), 50인 미만 1.9명(133%)으로 나타나, 대형 사업장일수록 인력 증가 규모가 컸다.
안전 관련 증가 예산액은 1000명 이상 사업장 평균 627억6000만원(27%), 300인~999인 9억1000만원(57%↑), 50인~299인 2억원(97%↑), 50인 미만 5000만원(131%↑)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조사에 응답한 대기업, 중견기업은 대부분 인력과 예산이 늘었지만 50인 미만은 절반 정도만 증가라고 답했다”면서 “소규모 기업은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전문인력 확보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 투자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컨설팅과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안전관리 업무도 과도한 행정력 낭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2가지 선택)에 대해 조사기업의 62%가 ‘과도한 서류작성에 따른 행정력 낭비’라고 답했다. 중처법 규정의 불명확성이 해소되지 않아 현장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할 전문인력들이 절차서, 매뉴얼 및 반기 1회 점검 등의 이행증빙서류를 준비하는데 투입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산업안전정책이 사망재해 감소에 효과적인지에 대해 58%가 ‘긍정적’, 42%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경총은 “부정적 응답 이유는 중처법 시행 이후 대폭 증가된 산재예방예산 대비 사고사망자 수가 더디게 감소하고 있고, 중처법과 같이 실효성이 낮은 안전법령과 불합리한 안전규제 등에 대한 제도개선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기업들은 산업안전정책이 처벌이 아닌 예방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사 기업의 50%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정책으로(2가지 선택) ‘감독정책을 처벌에서 지도·지원으로 전환’을 선택했다.
현재 중처법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기업의 71%가 ‘전부 완료’라고 답하였으나, 50인 미만 사업장은 53%로 이행률이 저조했다.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 소규모 기업이 불명확한 중처법 의무를 정부의 일회성 지원만으로 모두 이행하는 것이 어려운 탓이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들이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중처법 시행에 따른 사망재해 감소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며 “기업의 안전투자가 실질적 산재감소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처법 등 실효성이 낮은 안전법령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