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외교수장이 ‘북한의 비핵화’를 명시화한 공동성명을 내놓자 북한이 반발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성명으로 ‘핵무력 강화 노선’을 견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의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긴장상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교상(왼쪽부터)이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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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볼 때 실천적으로나 개념적으로마저도 이제는 더더욱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라며 미국이 “낡고 황당무계한 계획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비핵화’는 “오늘에 와서 그 표현마저도 기억에서 삭막해진 실패한 과거의 꿈”이라며 “미국의 현실도피적인 입장에 대하여 맞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며 우리는 미국의 행동을 가장 단호한 어조로 규탄배격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30여년간 조선반도(한반도) 핵문제의 산생(발생)과 존속 원인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우리 국가의 안전을 해치려고 기도한 제국주의 무리들의 부질없는 시도가 오늘날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에 대해서는 미국 스스로가 자문자답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이유를 미국의 탓으로 돌렸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과 함께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이들은 개최 후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3자 훈련 시행 및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의지 등을 재확인하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북핵’ 관련 미 행정부 발언의 민감도에 따라 대응 수위 상향 조정하며 공세성을 배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미국의 ‘비핵화’ 주장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부터 원천적으로 봉쇄, 강력한 ‘배수진 치기’ 통해 거부 의사 명확히 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북한이 과거와 달리 미국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러시아와 군사동맹에 나선 만큼 독자적 길을 걸어갈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주장하면 북한이 굳이 대화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엔 지난 2017년 같은 ‘강대강’ 대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트럼프 2기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되 대화를 위해 폐기를 목표로 하는 장기적 핵군축 카드를 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루비오 국무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해 사이두아라비아 리야드에 도착했다. 루비오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우 전쟁을 마치면 북한으로 눈을 돌려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한미일의 대북적대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핵무력이 평화, 주권, 정당방위의 수단으로서 핵무력 강화노선을 지속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대북 적대시 정책이 폐기된다면 핵무력 강화노선 변화 가능성도 내포한 것”이라며 “북미간 핵군축 협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 2023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에서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하고 있다[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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