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최근에는 흥분한 폭도들이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믿음이 반석처럼 굳건했다면 그런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 윤준 서울고법원장이 7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서울고법 제공. |
|
최근 불법 시위대의 법원 난입 사태를 겪은 가운데 35년 법관 생활을 마감하는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이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한 깊은 성찰을 담은 퇴임사를 남겼다.
윤 법원장은 7일 퇴임사에서 “제가 평생을 봉직해온 법원이 그런 참사를 당할 때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 확고했더라면 감히 그런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본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우리의 존재 기반이자 존재 이유”라며 “그것이 흔들릴 때 어김없이 정치권 등 외부세력은 그 틈을 타서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법원을 흔들고, 때로는 법원과 국민 사이, 심지어 법관들마저도 서로 반목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과 법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법관이 재판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재판과 언행에 신중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법원장은 미래를 향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상은 빠른 속도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30년, 50년 후를 내다보고 우리의 재판절차, 심급구조, 인적자원의 배치, 민원시스템을 더욱 정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우리 법원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국민들 이용하기에 편하고 효율적인 법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또 할머니의 뜻에 따라 법관의 길에 들어섰다고 회고했다. 윤 법원장은 “일찍 홀로 되신 할머님은 집안을 일으키기에 법관이 최고라고 생각하셔서 궁핍한 가정형편 속에서도 자신의 아들 형제 둘 모두를 법관이 되게 하셨다. 장손인 저 또한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다”며 자신의 법관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