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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검은 25일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항고장이 제출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재수사란 불기소 처분되었거나, 사건이 종결된 경우 수사가 미진하거나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다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1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 등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증권계좌 6개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인 것은 맞지만,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한 상태에서 계좌를 맡기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수사팀은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자신의 범행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 및 권유를 통해 매도 요청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무엇보다) 상장사 대표가 선수들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한다는 상황이 이례적이고 투자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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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는 서울고검 형사부가 직접 맡는다. 서울고검은 박세현 고검장이 이끌고 있다. 박 고검장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을 맡았다. 박 고검장은 특수본을 이끌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에 대해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공수처 사건 이첩, 윤 대통령 구속 기소 여부, 구속취소 즉시항고 여부 등 수사 국면마다 심우정 검찰총장과 의견을 달리하는 등 강성의 면모를 보였다.
박 고검장이 이끄는 재수사에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불기소 처분 때부터 불거진 수사 미진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해 △두 차례 계좌영장을 통한 조회 △두 차례 서면조사 △비공개 대면조사 등을 진행했다.
헌재는 이 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 결정했다. 다만 당시 도이치모터스 수사팀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에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이 지검장 등이 위와 같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휘 및 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고검은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관계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재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고검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항고 사건에 대해서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