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36년 동안 서로 사랑하던 사이에서 갑자기 결혼한 기분이다.”
 | 지휘자 정명훈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선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부산콘서트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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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72)은 19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기간 친구로 지내오던 라 스칼라 극장과 가족이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 스칼라 극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정명훈을 현재 음악감독인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을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임기는 2027년부터 3년간이다.
라 스칼라 극장은 177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설립된 오페라 극장이다. 베르디 ‘나부코’(1842), 푸치니 ‘나비부인’(1904) 등을 초연한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이다. 그동안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 등 거장들이 음악감독을 맡아왔다.
정명훈은 1989년 이래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정기적으로 지휘하며 오랜 기간 협력해 왔다. 9개의 오페라를 지휘해 84회 공연하고 141회 콘서트를 가졌다. 역대 음악감독들을 제외하면 라 스칼라 극장을 가장 많이 지휘한 이가 정명훈이다.
정명훈은 “어떤 오케스트라는 몇 번을 같이 해야 잘 맞는데 라 스칼라 극장은 1989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다”며 “나이도 어느 정도 들어서 이제는 음악감독 제안을 받으면 ‘너무 늦었다’(too late)고 말하지만 라 스칼라 극장은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지휘자 정명훈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선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부산콘서트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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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이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이 된 것은 극장 개관 247년 만에 정명훈이 처음이다. 정명훈은 “일평생 외국에서 생활해서 ‘아시아 최초 음악감독’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는 두지 않는다”면서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클래식 수준이 전체적으로 많이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정명훈은 다음 달 개관하는 부산콘서트홀과 2027년 하반기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클래식부산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라 스칼라 극장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정명훈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막공연은 라 스칼라 극장의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가 될 것”이라며 “부산에선 클래식의 저변을 넓힐 씨앗을 심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주력할 프로그램도 베르디다. 그는 “오페라 작곡가 중 가장 사랑하는 이가 베르디”라며면서“베르디 오페라를 더 잘하고 깊이 파고들기 위해 계속 공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계약 조건을 묻는 질문에는 “돈과 관련된 부분은 신경쓰지 않는다”며 “이제는 마음에서 음악이 우러나게 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 지휘자 정명훈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선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부산콘서트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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