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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CEO는 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미안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이 거대하고 터무니없으며, 온갖 특혜성 예산이 가득한 의회 지출 법안은 역겹고 파렴치한 괴물”이라며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들은 모두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들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법안은 트럼프 대통려이 ‘원 빅 뷰티풀 빌’이라고 명명한 대규모 세제·지출 삭감 패키지로, 트럼프 2기 정부의 핵심 입법 성과다. 2017년 트럼프 집권 1기 때 시행한 감세를 영구화하고, 국방·국경안보(이민) 예산 확대, 저소득층 의료·복지 축소, 친환경 에너지 세액공제 폐지, 팁·초과근로 소득 비과세, 자동차 대출이자 공제 신설, 부채한도 4조달러 상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10년간 3조~4조달러의 국가채무를 추가로 늘릴 것으로 추산했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하원에서 단 1표 차이(찬성 215표·반대 214표)로 통과됐다.
상원에서 추가 수정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공화당 내 재정 보수파와 중도파 의원들 사이에서 법안에 대한 이견이 커서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속한 상원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
머스크 CEO의 공개 저격에 공화당 내 일부 상원의원들도 가세했다. 랜드 폴(켄터키), 론 존슨(위스콘신), 마이크 리(유타), 릭 스콧(플로리다) 등 대표적인 재정 보수파 의원들은 “이 법안은 비도덕적이고(immoral), 절대 지속 불가능하다”며 “5조달러에 달하는 부채 한도 인상, 메디케이드·복지 삭감, 청정에너지 지원 축소 등 모든 면에서 문제투성이”라고 비판했다.
상원 내 공화당 의석은 53석으로 민주당(47석)에 근소하게 앞선다. 3명만 이탈해도 법안 통과가 무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존슨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손주 세대의 미래를 위해 이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공개 선언했다.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머스크 CEO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 법안을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은 미국 경제에 엄청난 성장(GROWTH)을 가져올 승리의 법안이다. 7월 4일 전까지 내 책상 위에 올려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머스크 CEO의 공개 저격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사실상 결별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그는 최근 DOGE 수장직에서 물러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업이 테슬라 등 자신의 기업에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하며 내년 중간선거에서 ‘마가’(MAGA·트럼프 지지) 후보에 대한 지원도 중단할 뜻을 내비쳤다.
FT는 “머스크 CEO의 잇단 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과 공화당 내 보수파를 결집시키는 동시에, 상원 내 반란과 민주당의 공세를 부추기며 미국 경제·정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