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방성훈 기자] 트럼프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전 세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 및 재정 긴축 정책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것이란 우려가 시장에 공포를 야기하고 있다.
 |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그래픽=김정훈 기자) |
|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무려 4% 하락한 1만7468.33을 기록했다. 2022년 9월 이후 2년 반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9% 떨어진 5614.58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선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고점대비 시가총액이 무려 4조달러 증발했다. S&P500지수는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기술적으로 하락추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9.21% 급등한 27.86까지 치솟았다. 2022년 이후 30선을 넘은 적이 없던 VIX가 30선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충격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꺼내 들 것이라는 ‘트럼프 풋(Put)’ 기대가 거의 소멸하는 분위기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지난 7일 CNBC와 인터뷰에서 역시 “풋은 없다”며 “좋은 정책을 펼치면 시장은 상승할 것이고, 이것이 트럼프의 ‘콜’(call)이다”고 답했다. 관세 정책은 지속할 것이고, 단기적으로 시장을 지탱하기 위한 정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 |
|
공포심을 더 키운 것은 우울한 경제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이날 대폭 하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은 그간 고평가 논란이 컸던 기술주들을 투매했다. 이날 테슬라는 무려 15.4% 급락하면서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미국 7대 대형 기술주, 일명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740억달러(약 1129조원)가 증발했다. 대신 경기와 크게 관련이 없는 유틸리티, 소비재 주식이나 단기 채권을 매수하면서 위험회피에 나섰고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든 유럽연합(EU) 또는 중국 시장으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키고 있다. 미국 대표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그간 미국 주식에 올인했던 서학개미들의 평균 수익률은 한 달 새 반토막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