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상장 5년 이내에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의 성장성에 베팅한 주주들 입장에선 갑작스런 손바뀜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상장 당시 내걸었던 실적 공약이나 사업 계획을 전혀 지키지 못한 채 매각 차익만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먹튀’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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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후 실적 뚝…오너 일가는 지분 팔고 떠나
새빗켐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 이차전지 투심이 최고조였던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새빗켐은 상장 2년 후인 2024년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실제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26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368억원) 대비 역성장했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도 260억원까지 벌어지며 적자 폭도 커지는 추세다.
‘메타버스 대장주’로 불리던 맥스트 역시 상장 3년반만에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창업주인 박재완 대표는메타플랫폼투자조합에 보유 지분 일부(2.87%)를 30억원에 매각했다. 맥스트는 2021년 상장 추진 당시 2022년 흑자전환, 2023년 영업이익 94억원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제론 2022년 영업손실 108억원, 2023년 165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영업손실 46억원이 이어지며 흑자전환은 요원한 목표가 됐다.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의 경영권 매각도 뜨거운 감자였다. 제주맥주 창업주인 문혁기 대표는 상장 2년 10개월만에 보유 지분을 자동차 수리업체인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했다.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서 문 대표는 2023년 목표 매출 1148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을 세웠으나 실제 2023년 매출은 223억원, 영업손실 110억원에 그쳤다.
주관사 “최대주주 지분 매각, 미리 알기 어려워”
다만 주관사 입장에서도 증권신고서 제출 단계에서 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담기는 쉽지 않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통상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하는 실적 목표는 상장 후 1~2년 등 단기적인 수치”라며 “그 이후에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재 시행을 앞둔 자본시장법 개정이 소액주주 피해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상장사 지분 매각 시 소액주주 지분도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의무 공개매수 도입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하는 매수자는 지분의 ‘50%+1주’까지 최대주주와 동일한 프리미엄을 얹어 공개매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