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규제 관점 이제 바꿔야…상생 아닌 공생으로”

한국유통학회 ‘2025 춘계학술대회’ 개최
산·학계 머리 맞대 “유통규제 해소” 한목소리
투자도 병행 필요 “벤처 인수로 기술내재화 필요”
온·오프 이분법 관점 버려야, 규제 아닌 진흥 우선
  • 등록 2025-04-18 오후 5:51:20

    수정 2025-04-18 오후 5:51:2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지금까지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비대칭적으로 많은 규제를 받아왔고 혁신에도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유통 규제들이 상생이란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공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할 시점입니다.”
곽창헌 GS리테일 지속가능경영부문장이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유통학회)
◇해묵은 유통규제 해소 필요 절실


곽창헌 GS리테일(007070) 지속가능경영부문장(상무)은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년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오프라인 유통사들에 대한 규제가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만큼 이런 부분은 앞으로 해소가 됐으면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유통산업의 재도약: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과 회복력 강화’를 주제로 열렸다. 산업계와 학계가 같은 세션에서 함께 발표하고 토론하는 ‘산학 통합형 세션’으로 진행됐다.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최근 국내 유통산업의 위기에 대해 공감하며,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 부문장은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만 하더라도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출점과 의무휴업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당시 유통환경과 많이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며 “납품사와 유통사간 갑을 관계를 규제하기 위한 대규모 유통업법도 마찬가지인데, 과거와 달리 대형 납품사들이 많아져 유통사들이 시장 지배력이 크지 않음에도 판촉 행위 등을 제한하는 건 소비자 등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진용 건국대 교수도 국내 유통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제거하는 동시에, 업계도 디지털 전환 등 기술을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일단 기업을 길을 닦고 달리게끔 해줘야 하는데, 정부도 소비자 보호와 기능에서 균형점을 찾는 식으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기업 투자 측면에서도 대형 유통사들은 동종업계 경쟁사 인수만 바라보지 말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벤처나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유통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유통학회)
업태 구분 무의미, 패러다임 전환해야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김주영 서강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호택 계명대 교수, 박대성 현대백화점 상므, 이승진 무신사 이사,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국장, 윤회진 롯데마트 상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등이 나서 유통산업의 미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김주영 교수는 “기존엔 유통사들이 업태 안에서만 반등 전략을 구상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이 전통의 모든 오프라인 업태를 점령한 상황인만큼 업태를 아우르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현재 유통사들은 장치산업처럼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업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택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지역과 함께 하는 공생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생에서 공생으로 가야한다는 말에 상당 부분 공감이 된다”며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과 지역의 중소 유통사들이 공생 개념으로 지역 밀착형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면 현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무신사에도 처음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이승진 무신사 이사는 패션업계에서도 비교적 선방 중인 무신사도 위기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이사는 “스타트업으로서 고성장을 거듭해 왔던 무신사도 최근 기대치 이하 성장률을 보면서 위기감과 절박함을 느꼈다. 구조조정 등을 동반한 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비상경영 선포도 한 상황”이라며 “유통업계 전반을 온·오프라인 측면에서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체적인 사업 관점에서 고객들이 참여해 즐길거리를 만드는 등 고객잡기에 대한 초심을 찾는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회진 롯데마트 상무는 정부 규제에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최근 몇년새 업황이 악화한 대형마트 업계는 주말 의무휴업 등 유통법 규제를 받고 있다.

그는 “국가대표를 뽑는다고 치면, 노년·청년·장년층을 모아놓고 ‘중년층에게 노년층보다 체력이 좋으니 모래주머니 달고 뛰어라는 느낌”이라며 “차라리 노년층에게 홍삼을 선물에 힘을 내서 뛰라고 해야지 다 같이 살 수 있는 것 아니냐. 조금 더 낫다고 페널티를 갖고 뛰라는 건 다 죽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향후 10년간은 버틸 수 있다고 보지만, 최근 홈플러스 사태 같은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유통 규제에 대해 이제는 심도 있게 논의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명진 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도 최근 유통산업 생태계 변화에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하 총장은 “최근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테무, 쉬인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는데, 반사적으로 국내 시장 침투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며 “유통 산업 구조 변화가 전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통 사업자가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생활의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경도 유통학회장(서강대 교수)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이번 춘계학술대회는 단순한 연구 발표에 그치지 않고 유통 현장에서의 경험과 학술적 통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산업과 학문 간의 실질적 협업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며 “이를 통해 유통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MICE 최신정보를 한눈에 TheBeLT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손흥민 "레전드"..인정했다
  • 노출금지했는데
  • 아이들 '변신'
  • 시원한 스윙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