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도 움찔하는 요즘 ‘7세 고시’ 시험 수준

7세 고시...빅3 유명 영어 학원 입학 위한 시험
7세도 너무 늦다...4세 고시 개념까지 등장
학원을 위한 학원...새끼 학원도 다녀
"수능시험 문제 비슷...고 1 수준"
"지적인 학대에 가까워...뇌발달 악영향"
  • 등록 2025-02-18 오후 6:33:23

    수정 2025-02-18 오후 6:33:23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최근 ‘7세 고시’로 불리는 강남 한 영어학원의 시험지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7세 고시에서 나온 지문 일부 (사진=KBS 1TV ‘추적60분 캡처)
최근 KBS 1TV ‘추적60분’에서는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 편이 전파를 탔다.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 6세 아이들이 일명 빅3, 빅10으로 불리는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시험이다.

한때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쓰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대한민국 전역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거기에 ‘이제 7세도 너무 늦다’란 인식이 퍼지며 ‘4세 고시’란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어학원은 주말 아침부터 학부모와 아이들로 북적인다. 입학시험을 보러 온 것인데, 아이들은 만 7세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나흘간 이 학원에서 시험을 본 아이들은 1,200명으로 ‘자리가 없어서 시험을 못 본다’고 할 정도로 최근 학원가에서는 이같은 ‘7세 고시’가 성행하고 있다.

학원가 사정을 잘 아는 유아 영어 전문 과외 강사는 “워낙 준비하는 양도, 과정도 고되다 보니 (7세 고시라고)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외워야 하는 형식도 많고 규칙도 많다 보니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7세 고시’의 시험 난이도는 어느 정도일까? 한 사설학원의 모의고사 시험지는 A4용지 한 페이지 분량의 긴 지문 여러 개를 읽고 30여개의 지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7세 고시에서 나온 지문 일부와 아이들이 작성한 답안지(사진=KBS 1TV ‘추적60분 캡처)
해당 문제를 살펴본 29년차 영어교사인 김현씨는 “(영어)문제유형은 수능시험 문제와 같다”며 “만 5세 아이들에게 추론을 물어보고 있다. 이건 지적인 학대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20년차 영어교사인 정지연 씨도 “이걸 초등학교 입학 전 학생들이 푼다는 게 상당히 놀랍다”며 “고1 모의고사 뒤에 나오는 장문독해를 지금 초등 1학년 아이들에게 풀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명 학원의 입학시험에서 고난도의 문제가 출제되면서 아이들은 이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과외를 받거나 ‘새끼학원’으로 불리는 또 다른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해당 학원의 시험 문제를 직접 풀어본 서울대생들은 “초등학생이 풀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몇 개는 진짜 답의 확신이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7세 고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사진=KBS 1TV ‘추적60분 캡처)
사교육 기관들은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자극하며 계속 성장하고,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에 병들어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학업 부담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특히 4세에서 7세 사이는 전두엽 특정 부위들과의 연결망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며 이 초기 단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이 우울감이나 불안에 빠지고, 반동 형성으로 공격성이나 반항성이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는 이선화 원장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엔 어릴 때부터 분노를 쌓아온 아이들이 많다”며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났을 때는 이미 우울증, 불안증이 심각해진 상태”라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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