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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변론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에 뒤이은 세 번째 현직 국가원수 탄핵심판으로 인하여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이 느끼고 계신 고통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탄핵 소추에 대해 “제 일신의 영욕을 떠나 우리 국민과 헌정질서 전체를 위하여 가슴 아픈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으나 야당은 한 총리의 비상계엄 선포 방조 의혹,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를 이유로 같은 달 26일 한 총리를 탄핵했다.
이날 한 총리는 국회 측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를 반박했다. 내란 방조 의혹에 관해선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하였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시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하였으며 군 동원에도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탄핵 직전 한동훈 당시 국무총리와 ‘공동 국정운영’을 발표한 것이 헌법상 근거가 없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야당 주장엔 “정부와 여야가 협력하여 안정된 국정운영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일 뿐 국회가 주장하시는 것처럼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서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 총리는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국회 인준을 받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관해선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점, 여야의 실질적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 측은 한 총리가 형식적 임명권을 갖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기관을 구성할 책임을 해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김건희·채해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 요구(거부권)를 의결한 것이 헌법적 한계를 넘어선 거부권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 총리는 “해당 법안들은 모두 위헌 소지가 있었기에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할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헌정질서의 기본 정신에 도저히 부합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그는 국회가 내란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의결했음에도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은 게 상설특검법 위반이라는 국회 측 주장엔 ‘특별검사후보 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의 위법·위헌 논란을 언급하며 “과연 어떤 결정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며 국가 전체를 위하여 올바르고 이로운지 여러 의견을 듣고 숙고할 시간이 절실하다”고 맞섰다.
한 총리는 최후변론에서 “세계 질서가 재편될 때 정부가 적시에 대응하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오래도록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제가 저의 자리로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재판관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극단의 정치는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울 뿐 그 어떤 해답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이번 일을 통하여 뼈아프게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을 끝으로 한 총리 탄핵심판 변론을 종료했다. 선고일은 추후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