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체 '좀비화' 위기의 석화…돈 벌어 이자도 못 낸다

최근 3년 500대 대기업 이자보상배율 분석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좀비기업 3년새 2배↑
위기의 석유화학 37개기업 평균 0.64 그쳐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 석화업계 사업재편
산업계 위기, 차기 정부 주요 화두 떠오를듯
  • 등록 2025-04-29 오후 4:36:09

    수정 2025-04-30 오전 12:21:42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사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대기업’이 최근 3년새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전방위 공습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이 때문에 산업계 구조 개편이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3년간 좀비기업 2배 급증

2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대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2021년 이후 3개년 실적 비교가 가능한 302개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200조3075억원에서 지난해 197조9420억원으로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자지급비용(이자비용)은 22조9820억원에서 54조2961억원으로 136.3% 급증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에 따라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은 8.72에서 3.65로 급락했다. 특히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즉 사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은 2021년 34개사였는데, 2022년 44개사, 2023년 59개사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73개사에 이르렀다. 최근 3년간 좀비기업이 2배 이상 늘었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에 못 미친 기업은 20곳에 달했다. 중국의 전방위 산업 굴기에 한국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와중에 코로나19 이후 금리 상승 여파로 이자비용 부담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업계 전체가 좀비화한 석유화학

위기가 가장 심각한 곳은 석유화학이다. 석화 37개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12.34에서 지난해 0.64까지 떨어졌다. 리더스인덱스가 분류한 전체 18개 업종 중 최저치다. 사실상 업계 전체가 좀비화(化)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3년간 석화 기업들의 매출은 405조8003억에서 488조3527억원으로 20.3%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7조7309억원에서 4조7920억원으로 82.7% 급감했다. 이 와중에 이자비용은 2조2468억원에서 7조521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롯데케미칼, 효성화학, 이수화학, 대한유화, 태광산업, 여천NCC 등 6개 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을 기록했다.

석화업계는 요즘 비주력 사업 매각 등 자구책 마련에 혈안이 돼 있다. 이를테면 롯데케미칼은 본업인 석화의 공급과잉 여파에 수익구조가 악화한 데다 전기차 전방 수요 감소로 뒤늦게 진출한 배터리 소재 사업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핵심 자산을 팔아 에틸렌 등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부가가치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파키스탄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자회사 LCPL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역시 처지는 비슷하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최근 주요 그룹들이 리밸런싱(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곳이 유동성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석화 기업들”이라며 “비주력 사업 매각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더해 추후 주력 사업까지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철강 업종도 사정이 좋지 않다. 13개사의 매출이 2021년 이후 정체한 사이 영업이익은 14조2577억원에서 3조9922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9066억원에서 1조7271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이자보상배율은 최근 3년새 15.73에서 2.31으로 뚝 떨어졌다. 최근 미국 투자를 결정한 현대제철의 경우 7.99에서 0.37로 급락했다.

“산업 위기, 차기 정부 주요 화두”

국가 차원의 주요 캐시카우로 꼽히는 IT전기전자는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0.49로 전체 18개 업종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2021년 당시 40.16과 비교하면 폭락한 것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은 모두 중국 테크 굴기의 영향권에 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상황이 이렇자 오는 6월 조기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가 산업 위기를 주요 정책 과제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특히 석화업계는 고부가 사업 재편을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제 혜택 등이 절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달 주요 기업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석화산업 위기 극복 긴급 과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석화산업 재편이 시급한 만큼 관련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석화, 철강 등은 국가 주요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더 크다.

재계 일각에서는 산업 대전환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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