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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코웨어의 공개매수 공시 전 기준 시가총액은 1000억원 수준이지만, 1분기 말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이 550억원에 달하는 ‘알짜기업’이다. 특히 자사주 보유 비중이 44%대에 달해 6·3 대선 이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자사주 소각 등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위원은 “텔코웨어의 경우 자사주 비중이 높고, 사업 구조상으로도 외형 확대보다 내수 위주의 경영을 해 온 기업인 만큼 상장을 유지할 유인이 약해졌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 이후) 자사주 활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고, 상법 개정 전 공개매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령 인포바인의 경우 자사주 비중이 53%에 달하고 최대주주 권성준 대표의 지분도 16.59%다. 여기에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도 600억원에 육박해 텔코웨어와 비슷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상법 개정 움직임 역시 상장사들의 상폐를 촉진시킬 유인이 되고 있다. 상법이 개정되면 자진 상폐를 하고 싶어도 공개매수가를 생각보다 높여야 하기 때문에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걸 경우 회사와 대주주가 이를 방어해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유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익이 크지 않고, 상법 개정 이후 상폐 추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라면, 블록딜이든 교환사채든 여러 옵션을 검토하다가 텔코웨어처럼 선제적으로 상폐를 결정하는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최근 유상증자나 상장 폐지 결정이 상법 개정 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정책 변화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심리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더불어 공시 부담, 노조 및 주주 관리 부담 등에 대한 피로감 역시 상폐의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나승두 연구위원은 “정권 교체 이후 상법 개정이나 자사주 소각 등 소액주주 권한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든 상장폐지든 필요한 결정을 서두르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정책 방향이 바뀌면 지금보다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유상증자를 미리 결정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