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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125% 관세 면제 대상 미국산 제품 목록을 작성하고 기업들에 조용히 알리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당국은 미국산 에탄 수입에 대한 관세를 면제했다. 중국의 주요 에탄 가공업체들은 미국이 유일한 공급국이기 때문에 이미 중국 당국에 관세 면제를 요청한 바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25일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미국산 반도체 8종에 대해 관세 철회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어 미국산 에탄까지 관세를 면제하면서 일종의 면세 리스트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는 앞서 중국이 이미 일부 의약품, 마이크로칩, 항공기 엔진 등 일부 제품에 관세 면제를 부여했고 기업들에 면제 대상 품목을 명시하도록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는 중국 당국이 직접 화이트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고 추가로 보도한 것이다.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된 제품의 수와 품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많은 기업이 면세 대상 품목에 대해 문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중국이 관세 전쟁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요청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중국과 관세와 관련해 대화하고 있고 협상 여지가 있다며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방적인 관세 인상에 따른 대내외 반발과 충격을 감안해 중국과도 협상이 가능함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은 외교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대화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협상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대화와 협상을 하기에 앞서 미국이 먼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게 중국측 입장이다.
중국 겉으로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면세 혜택을 늘리는 이유는 결국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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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과 교역이 중단돼도 수출 다변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전월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민간 지표인 차이신 제조업 PMI도 이달 50.4로 3개월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PMI는 기준인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이고 50에 미달 시 위축 국면임을 의미한다.
중국의 제조업 PMI는 2월(50.2)과 3월(50.5) 두달 연속 확장 국면을 유지하다가 다시 위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 관세 145%가 부가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공급업체들의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국도 결국 미국과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장기 관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도 시급하단 판단이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지표는) 확실히 예상보다 더 나쁜데 이는 관세 영향이 시작함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분기에 상당한 경제 둔화가 발생해 더 많은 경기 부양책을 촉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