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얼굴들에서 건져낸 표정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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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용 ''완벽한 이웃''(2025)
평범한 주변, 가족·지인 담은 ''인물''
풀 생명력 돋운 ''풍경'' 연작에 이어
무심한 듯 긴밀하게 그어낸 빛과 색
세심히 세상 관찰해야 얻는 장면들
  • 등록 2026-04-16 오후 3:23:27

    수정 2026-04-16 오후 3:23:27

범진용 ‘완벽한 이웃’(2025 사진=누크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뭔가 즐거워 보인다. 식사를 하는지, 놀이를 하는지, 그냥 수다의 마법에 빠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이들이 무엇을 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그림이 무엇을 하는가다. 무심한 듯 긴밀하게 그어낸 빛과 색, 서사가 한데 엉켜 쏟아지고 있으니.

작가 범진용(49)이 화면에 들인 시작은 ‘풍경’이었다. 사실 말이 풍경이지 척박한 공터나 무너진 도시의 가장자리를 타고 오른 ‘풀’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일상 속 풍경, 버려진 장소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풀의 생명력”을 돋우려 한 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인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저 평범한 주변인들이라고 했다. “놀랄 만한 사건도 거대한 서사도 없다. 오랜만에 여행 가신 엄마, 편의점 가는 조카, 춤추는 친구들, 겹겹이 쌓인 일상 중 하나일 뿐.” 또 어느 때는 그 경계가 모호했는데. 풀 속의 인물, 풀처럼 흔들리고 곧추서는 인물, 풀만큼 얽히고설킨 인물이 나타난 거다.

테마를 아우르는 공통점이라면 세상을 세심하게 관찰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장면이란 것. ‘완벽한 이웃’(Perfect Circle·2025)처럼 말이다. 작품의 백미는 흘러내리는 얼굴들에서 건져낸 표정에 있다. 비단 인물의 얼굴만이 아니다. 풍경도, 사물도 그 얼굴을 가졌다.

4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김지희·이의성과 여는 기획전 ‘먼지 아래의 바닥은 깨끗하다’(Beneath the Dust)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240×330㎝. 누크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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