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김경은 기자]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범위 확대 추진과 관련해 중소기업들의 피터팬 증후군을 양산하고 성장 사다리의 원활한 작동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놨다. 피터팬 증후군은 스스로 성장을 거부하고 어린 상태에 머무르길 원하는 심리상태나 행동을 말하는 것으로, 기업들이 자발적 중소기업에 머물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중견련은 ‘중견기업 범위 기준과 직결되는 중소기업 범위기준 검토 및 제언’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기준 확대는 업종별 중소기업 평균 매출액이 현행 기준의 약 10%에 불과한 현실을 외면한 정책 방향”이라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규제가 대폭 늘고 지원은 크게 줄어드는 고질적인 상황을 방치한 채 중소기업에 머물 수 있는 조건만을 계속 완화하는 것은 경제·산업 발전의 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최대 1500억 원인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기준은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약 두 배 수준으로, 3년 평균치를 적용해 다른 국가와 달리 인플레이션과 산업 변동의 영향을 선제 반영하고 있다. 경제 규모로 볼 때 영국과 미국은 각각 두 배와 열다섯 배에 달하지만 이들 국가의 중소기업 매출액 상한은 각각 지난해 연평균 환율 적용시 한화 941억원(5400만파운드)과 641억원(4700만달러)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 기준을 10~30% 상향할 경우 중견기업의 최대 18.7%(492개사)가 다시 중소기업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한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292개)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견련은 “최근 4년간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중기업이 평균 0.5% 내외에 그치는 현상의 근본 원인을 숙고해야 한다”면서 “중소에서 대기업에 이르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중견기업 진입시 규제 완화, 지원 확대 등 부담을 완화하는 ‘성장 촉진형’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식과 실천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중기부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사진=중소벤처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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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는 지난 1일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 기준을 최대 15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상향하고, 매출 구간을 5개에서 7개 구간으로 늘리면서 44개 중 16개 업종 매출액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 예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견련 주장에 대해 중기부는 한국의 중기 매출액 범위 기준을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준액을 높이면 오히려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경계에 있는 기업 중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나 고용 등 성장은 하나도 없었던 기업들이 많다”며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도 안착하기 어려워 다시 중소기업으로 내려온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중소기업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게 현장의 토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 범위기준 조정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성장 사다리 견고화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중견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중견기업으로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