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진통을 낳으면서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내년 3월 본격 시행하기도 전부터 표류하고 있다. 지난 24일 고용노동부가 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그 내용에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동부가 발표할 개정 노조법 시행령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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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의 핵심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우선 진행하되, 절차 중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노사 자율 합의가 어려울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의 통합 또는 분리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안정적 교섭을 위해 교섭단위를 통합·분리한다는 목표지만 그 기준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작업환경, 근로조건, 업무 성격에 따라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교섭단위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차 협력사가 약 300개, 2·3차 협력사가 약 5000개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모든 협력사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하청 업체가 많은 자동차, 조선 업종 등에서는 1년 내내 협상만 하다 일을 못 할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더 문제는 이 법을 관철시킨 노동계에서도 반발한다는 점이다. 교섭단위 분리제도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측은 “법은 개정됐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교섭을 위해 중앙노동위원회 등으로 쫓아다녀야 하는 것이냐”라며 시행령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제정 과정에서 기업의 ‘사용자 범위’를 모호하게 하고 하청 업체의 파업을 사실상 독려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빚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제 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데 노사 모두 반발한다면 무엇을 위한 개정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기업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도 부족할 판에 경영 환경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에도 혼란을 가져오는 노란봉투법은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