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이 다 시킨 일이다…뜯긴 나무벽지도, 파닥이는 벌새도 [e갤러리]

△권소진 ‘구름의 비밀’(2025)
의도하지 않은 착시효과 입은 회화작품
벽 대신 바닥에 둬 현실·허구 넘나들게
"무엇을 그림으로 보나" 질문하는 작업
진짜·가짜 구분 힘든 세상에 던진 숙제
  • 등록 2025-02-19 오후 6:31:17

    수정 2025-02-19 오후 6:57:38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나무문양 벽지가 뜯겨 나갔나. 거칠게 잘린 단면 뒤로 하늘이 보인다. 뭉실뭉실한 구름을 배경 삼아 파닥거리는 새들은 ‘깜짝 게스트’다. 여기까진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시점이다.

권소진 ‘구름의 비밀’(2025 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사실 이 장면에는 반전이 둘 이상 들어 있으니까. 우선 저 바탕은 나무문양 벽지가 아니다. 급하게 수선한 듯 덧붙인 조각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물감 묻힌 붓으로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란 거다. 먼 하늘도, 흰 구름도, 오려붙인 듯한 새들도 마찬가지다.

의도한 착시 효과는 아니다. 작가 권소진(34)은 이 감쪽같은 작업을 통해 “무엇을 그림으로 보는가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니까. 뭐가 현실인지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 던지는 숙제라고 할까.

자못 묵직한 사명을 띤 ‘구름의 비밀’(2025)이 가진 반전은 더 있다. 벽에 걸리지 않은 작품이란 것. 같은 결의 마룻바닥에 던져져 현실과 허구를 더욱 자유롭게 넘나들게 한 거다.

작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새’에도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 한 번 본 뒤 20여 년을 철석같이 믿었던 ‘벌새’라는데. 하지만 본래의 정체가 ‘벌새인 척하는 나방’으로 드러나며 작가 작업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됐다. 진짜와 가짜를 넘나드는, 아니 헷갈리게 하는 메신저라고 할까.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 내 아트사이드템포러리서 여는 개인전 ‘벌새를 보았다’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각 130×89.5㎝(2점).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권소진 ‘관찰일지 1’(2024),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130×162㎝(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권소진 ‘새들은 바람을 마주본다’(2023),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130×162㎝(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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