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회사인 퓨리오사AI가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메타에 인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NPU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맞서 개발된 인공지능(AI) 전용 칩으로, 병렬처리에 특화돼 AI 학습과 서비스(추론)를 지원합니다. 현재까지 엔비디아의 GPU를 능가하는 NPU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대기업이나 글로벌 빅테크를 떠나 NPU 설계에 도전하는 딥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퓨리오사AI는 리벨리온, 딥엑스, 모빌린트, 에임퓨처 등과 함께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기업 중 하나입니다.퓨리오사AI의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사진=퓨리오사AI)퓨리오사AI는 2017년 설립 이후 데이터센터용 NPU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업력으로 볼 때, 퓨리오사AI는 국내 NPU 설계업체들 중 선두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설립 9년을 맞은 이 회사는 최근 자금난에 직면했다고 전해집니다. 지난해 8월, 2세대 AI칩인 ‘레니게이드’를 선보이며 기술적인 진전을 이뤘지만, 매출 연결에는 한계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레니게이드’는 세계 최초로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탑재한 AI 반도체(NPU)로 기술적으로는 주목을 받았지만, 시장에서의 검증은 아직 미비한 상태입니다.퓨리오사AI는 그간 각 투자 라운드를 거쳐 기업가치가 약 8000억원으로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소규모 브릿지 투자를 받으며 근근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회사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1671억원에 달하며, 최근에는 크릿벤처스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의 퓨리오사AI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투자사들은 투자금 회수(Exit)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메타가 퓨리오사AI를 인수한다면, 이는 국내 AI칩 설계 인력의 전문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자본시장에서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로도 해석됩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퓨리오사AI가 한국 기업이 아닌 미국, 중국, 이스라엘 기업이었다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많습니다.중국 정부는 자국의 팹리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은 단순히 자금 조달을 넘어, 연구개발, 해외 시장 진출,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집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자본시장은 기술력 있는 기업들에게 충분한 자금을 제공하기엔 여전히 미성숙하다는 지적이 존재합니다.한 AI칩 팹리스 업체 사장은 “만약 퓨리오사AI가 미국, 이스라엘, 중국 기업이었다면, 이처럼 추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한국 자본시장의 미성숙함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메타가 인수한다면 이는 퓨리오사AI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퓨리오사AI의 사례는 한국의 AI 산업이 겪는 자본시장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그에 걸맞은 자본과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통신사 AI투자 막는 '단통법 유령'
김현아 기자2025.02.0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만간 이동통신 3사에 최대 수 조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휴대폰 판매 장려금 담합 의혹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2015년부터 휴대전화 번호 이동 현황을 공유하며 판매 장려금, 거래 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단말기 가격 경쟁이 제한되고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방통위 행정지도 따랐는데…공정위가 과징금통신사들은 판매 장려금을 비슷하게 정한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의 30만원 이상 장려금 금지 가이드라인을 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번호 이동 건수 공유와 모니터링 상황반 운영 역시 방통위의 ‘시장 안정화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2014년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 차별을 막기 위해 번호 이동 건수를 20~30분 간격으로 통신사와 방통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공유하도록 했습니다.따라서 이번 사건은 공정위와 방통위 간 정책 대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일반 경쟁법을, 방통위는 방송·통신 분야 전문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당시 단통법을 운영했었죠.방통위의 행정지도로 인해 통신사들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면, 앞으로 기업들은 방통위의 행정지도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뒤 따라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부처별로 서로 다른 정책을 내놓는다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이러한 이유로 공정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KAIT의 담합 의혹에 대해 오는 19일과 26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며, 사전에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신중히 검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하지만 정부가 더 집중해야 할 사안은 단통법 폐지 이후의 통신 시장 변화일 것입니다. 과거 단통법 시행 당시의 상황은 이제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단통법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22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그동안의 행위에 대한 규제보다는 단통법 폐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변화와 이용자 보호 방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통신사 AI인프라 투자 길 열어줘야특히 2025년 현재, 정부가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문제는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일으킨 AI 혁명일 것입니다.딥시크는 여러 보안 논란에 휘말려 있으며, 그 효율성이 오픈AI와 비교해 얼마나 뛰어난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혁신은 현실로 다가온 것이 분명합니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AI를 만들 수 있는 딥시크와 같은 추론 AI의 등장으로, 인간을 넘어서는 일반 인공지능(AGI)의 도래가 향후 2~3년 내에 앞당겨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이에 따라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딥시크 사태를 계기로 AI 사용의 급증을 예상하며, 올해 AI 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 4대 기업의 올해 AI 투자액은 3000억 달러(약 436조 8900억원)를 넘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올해 한국 정부 예산 677조 4000억원의 약 3분의 2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올해 민·관이 힘을 합쳐 AI 투자에 집중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의 AI 투자 규모를 따라잡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통신사들이 국내 AI 인프라 투자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대규모 과징금보다는 AI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30년 전, 민·관이 협력해 초고속 정보통신망 투자를 시작했고, 덕분에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AI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해야만 AI 서비스와 AI 솔루션 사업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년뒤면 인간같은 AI…韓AI투자 속도 높여야
김현아 기자2025.02.0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우리도 스타게이트 같은 프로젝트를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왜 우리나라에는 중국의 딥시크(Deepseek)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냐고 하는데 칩이 없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최근 IT 업계에서는 지금이 한국 AI 산업의 생사를 가를 중요한 ‘골든타임’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올해와 내년이 대규모 투자의 중요한 시점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한국 AI 산업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스타게이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발표된 프로젝트로,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합작해 설립한 ‘스타게이트’가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약 718조 원)를 미국 전역의 AI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입니다.딥시크는 20일, 139명의 연구원이 엔비디아 저사양 칩(H800) 2000여 개를 활용해 오픈AI 챗GPT 4.0 성능을 능가하는 모델 ‘R1’을 출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 주가는 한때 17% 급락하기도 했습니다.스타게이트와 딥시크는 각각 미국과 중국의 AI 역량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물론 한국의 AI 수준이 글로벌 기준에서 최하위권은 아닙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말 한국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 중, 캐나다·싱가포르·영국보다는 뒤지지만 독일, 대만, 일본,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2군에 속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전체 조사 대상 국가가 73개국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중간보다 조금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한국의 AI가 캐나다·싱가포르·영국보다 뒤처진 이유는 AI 인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공계 우수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하고,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BCG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AI 3위국(AI G3) 목표를 달성하려면 AI 투자에서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AI는 국방, 안보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일자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AI 잠재력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합니다.한국이 AI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는 내부의 현실적 상황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술 경쟁이 속도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일반인공지능(AGI)이 2~3년 내 도래할 것”이라고 했는데,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딥시크의 R1, 오픈AI의 o3처럼 AI는 이제 ‘추론의 단계’로 넘어갔고, 추론AI가 고도화되면 AGI의 도래 속도는 예상을 훨씬 앞지를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4년간 718조 원을 AI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전망을 현실감 있게 만듭니다.우리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국가AI컴퓨팅센터를 만들어 2030년까지 GPU 3만 장, 4조 원(민간 2조 원, 국가 2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투자 계획을 더 앞당기고, 금액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AGI로 넘어간 후 우리가 뒤쳐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AI 인프라는 과거 초고속인터넷 투자와 유사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초고속인터넷 투자 덕분에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사용하는 국가로 성장했으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혁신적인 기업들이 탄생했습니다. AI 컴퓨팅 인프라도 같은 방식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1~2년 내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속히 더 많은 GPU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