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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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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깜이 데이터 수집은 차단하되, 혁신의 길은 열어야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깜깜이 데이터 수집은 차단하되, 혁신의 길은 열어야
    김현아 기자 2026.08.0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깜깜이 스크래핑을 없애야 한다”는 명제에 쉽게 반대할 사람은 없다.스크래핑은 이용자가 직접 일일이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기업이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여러 웹사이트에 흩어진 정보를 자동으로 가져와 한곳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세금 환급이나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국세청이나 금융기관 등에 있는 정보를 자동으로 조회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그동안 스크래핑은 핀테크와 세무, 맞춤형 헬스케어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의 기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디서, 누구에게, 얼마나 흘러가는지 알기 어려운 비투명한 데이터 수집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자동 수집하면서 보안 책임마저 불분명한 구조를 ‘혁신’이라는 이유로 방치할 수도 없다.다만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문제는 스크래핑이라는 기술 자체라기보다 이용자의 통제권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수집 과정과 책임이 불투명했던 방식에 있다.스크래핑 없애고, 혁신까지 없앨 것인가 [김현아의 IT세상읽기]◇스크래핑 전환, ‘기술 퇴출’이 목표는 아니다과연 스크래핑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마이데이터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일까.오는 20일부터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이른바 마이데이터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원하는 기업에 직접 전송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기존 스크래핑 방식은 앞으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될 전망이다.API 방식으로의 전환은 데이터 제공과 이용 과정의 투명성과 통제력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API라고 해서 보안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술을 사용하느냐보다 개인정보를 어떤 절차와 기준에 따라 수집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스크래핑에 의존했던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사전협의’라는 안전판을 마련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8월 20일에 당장 스크래핑을 100% 금지하고 API만을 강제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보위는 이미 700여 건의 사전협의를 진행하며 기존 수집 방식의 한시적 유예와 API 전환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정책 방향은 타당하다. 문제는 속도와 현실성이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대기업과 스타트업, 전환 비용은 ‘하늘과 땅’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처한 환경은 크게 다르다.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대형 핀테크 기업은 상당한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 API 전환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반면 적은 인력과 자본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에게 단기간 내 API 구축과 고도의 보안 체계 마련은 사업의 존폐를 가르는 거대한 장벽이 될 수 있다.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던 제도가 자칫 국민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해온 혁신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과 사업 지속을 가로막는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실제로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토스 등 국내 주요 플랫폼·핀테크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스크래핑이 혁신 서비스의 기반으로 활용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시장에 진입해 규모를 키운 기업과 이제 막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후발 사업자 사이에 규제 전환 비용의 격차가 커진다면, 후발 핀테크나 헬스케어 기업 입장에서는 자칫 ‘사다리 걷어차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물론 ‘스타트업이니 규제 수준을 낮춰달라’는 주장은 아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규모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보안 조치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다.다만 엄격한 책임을 요구하려면 그에 걸맞은 현실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개인정보 보호와 혁신, 두 마리 토끼 잡아야개보위가 사전협의 창구를 열어둔 것은 바람직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다 구체적인 스타트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API 전환에 필요한 기술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제공하고,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보안 컨설팅과 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특히 기업 규모와 서비스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기업에 동일한 방식과 속도로 API 전환을 요구하기보다 개인정보 처리 규모와 위험 수준, 기술적 준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환 기간과 지원 수준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또한 ‘스크래핑=절대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무단 수집과 이용자 통제권의 부재에 있다.이용자의 명확한 동의 아래 필요한 데이터만 안전하게 수집하고 그 과정과 책임을 투명하게 관리한다면, 기술 방식만으로 선악을 가르는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쓰느냐가 아니라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느냐다. ◇마이데이터의 주인은 기업 아닌 ‘이용자’마이데이터 생태계의 진정한 주인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만들어낸 이용자다. 제도의 성패 역시 기업 간 데이터 쟁탈전이 아니라 국민이 자신의 정보를 얼마나 안전하고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느냐로 평가해야 한다.음성적인 스크래핑 관행은 도려내야 한다. 그러나 낡은 관행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의 싹까지 꺾어서는 안 된다. 작은 스타트업들이 상당한 전환 비용에 짓눌려 서비스를 접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새로운 데이터 서비스와 편의성을 누릴 국민에게 돌아간다.규제는 비정상적인 시장을 바로잡는 단호한 칼이어야 한다. 미래의 혁신을 키울 사다리까지 걷어차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이번 마이데이터 전환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보여줘야 할 것은 ‘얼마나 강하게 규제했느냐’가 아니다.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을 얼마나 정교하게 열어줬느냐가 더 중요하다.개인정보 보호와 산업 혁신은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마이데이터 제도의 진정한 성공은 낡은 기술을 얼마나 빨리 퇴출하느냐가 아니라, 이용자의 데이터 주권을 굳건히 지키면서 얼마나 안전하고 역동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 이해진 3.91%, 김범수 24%…AI 시대 창업자의 진짜 힘 [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해진 3.91%, 김범수 24%…AI 시대 창업자의 진짜 힘
    김현아 기자 2026.08.0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한국 인터넷 산업을 이끌어 온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가 AI와 디지털 금융이라는 거대한 산업 전환기 앞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네이버는 창업자의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와 웹3 금융 생태계 확보에 나섰다. 반면 카카오는 강력한 지배 구조를 갖고 있지만 성장 동력 둔화와 주가 하락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시장 신뢰 회복과 새로운 성장 전략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최근 발표된 네이버의 1조4600억 원 규모 엔비디아 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 추진은 단순한 투자와 사업 결합이 아니다.두 결정에는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창업자의 지분율보다 기업 전체의 미래 가치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해진 창업자가 선택한 것은 지분 방어가 아니라 생태계 확장이다.◇3.91% 지분보다 중요한 것은 네이버라는 기업의 크기엔비디아 대상 10억 달러(약 1조4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네이버 발행 주식 수는 약 724만 주 증가한다.이에 따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지분은 기존 약 3.91%에서 3.8%대로 낮아질 전망이다.반면 엔비디아는 이번 투자로 네이버 지분 4.5%를 확보해 국민연금, 블랙록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선다.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이 네이버의 AI 인프라 전략에 직접 참여하는 전략적 동맹이라는 의미다.과거 기업 경영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곧 영향력과 경영권의 기준이었다. 지분을 지키는 것이 회사를 지키는 방식으로 여겨졌다.하지만 AI 시대의 경쟁 공식은 달라지고 있다.기업의 미래 가치는 창업자가 얼마나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강력한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글로벌 파트너와 어떤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이해진 창업자가 선택한 것은 개인의 지분율을 지키는 길이 아니라 네이버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길이다.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사옥에서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 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네이버)◇플랫폼 네이버에서 AI·디지털 생태계 기업으로네이버의 전략 변화는 사업 구조 변화에서도 확인된다.네이버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2조350억 원이다.사업별 비중은 서치플랫폼 34.6%, 커머스 30.6%, 콘텐츠 15.8%, 핀테크 14.1%, 엔터프라이즈 4.9% 순이다.현재 네이버 성장은 검색 광고와 커머스 플랫폼이 중심이다.하지만 AI 인프라 확대, 초거대 AI 모델 경쟁력 강화, 기업용 AI 서비스 확대가 본격화되면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 기업을 넘어 AI 컴퓨팅과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두나무와의 결합 역시 같은 방향이다.이는 네이버가 금융회사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핀테크를 넘어 디지털 자산·블록체인·웹3 금융 생태계까지 연결하는 플랫폼 확장 전략이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엔비디아와 두나무…AI 두뇌와 디지털 금융 혈관엔비디아 투자의 본질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다.브룩필드의 AI 인프라 투자, 엔비디아 GPU 공급, 네이버의 AI 모델과 서비스 역량이 결합하면 네이버는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 참여할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엔비디아가 AI 시대의 ‘두뇌’를 제공한다면, 두나무는 디지털 경제 시대 새로운 금융 흐름을 연결하는 ‘혈관’ 역할을 할 수 있다.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기반이라면, 디지털 금융은 그 위에서 새로운 가치 이동과 거래 생태계를 만드는 영역이다.네이버가 구축하려는 것은 단순한 플랫폼 확장이 아니라 AI와 금융이 결합한 새로운 디지털 경제 생태계다.◇같은 R&D 투자, 다른 미래 선택흥미로운 점은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높은 수준의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올해 3월 말 기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네이버 18.6%, 카카오 17.1%다. 통신사나 IT 서비스 기업의 1~2%대 연구개발 투자와 비교하면 두 기업 모두 기술 기업으로서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두 기업의 차이는 얼마나 많은 돈을 기술에 쓰느냐가 아니다. 그 투자를 어떤 미래 전략과 생태계로 연결하느냐의 차이다.◇24% 가진 카카오, 이제는 지배력을 성장 전략으로 증명해야이 지점에서 두 창업자의 선택은 대비된다.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개인 지분과 케이큐브홀딩스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약 24% 수준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강력한 지배 구조는 빠른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힘이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지배력은 경쟁력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카카오는 노사 갈등, 신성장 동력 부재, 시장 신뢰 저하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AI 전환이라는 중요한 시점에서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 경쟁력과 기술 투자를 어떤 성장 전략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핵심 시험대가 됐다.24%라는 숫자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제 그 영향력을 새로운 성장 비전과 실행력으로 증명해야 한다.시장이 원하는 것은 지배 구조 자체가 아니라, 그 지배력이 만들어낼 미래 가치다.◇창업자의 진짜 힘은 지분율이 아니다AI 시대 창업자의 진정한 영향력은 단순한 주식 보유량에서 나오지 않는다.중요한 것은 위기의 순간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누구와 손잡아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느냐다.이해진 창업자는 3%대 지분으로 엔비디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두나무와 함께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고 있다.반면 김범수 창업자는 24%라는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카카오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AI 시대 창업자의 힘은 지분의 크기가 아니라, 미래 생태계를 얼마나 크게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서 결정될 것이다.
  • 규제합리화위가 던진 일침…네이버·두나무 빅딜이 남긴 ‘디테일’의 교훈[김현아의 IT세상읽기]
    규제합리화위가 던진 일침…네이버·두나무 빅딜이 남긴 ‘디테일’의 교훈
    김현아 기자 2026.07.2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네이버(NAVER(035420))의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100% 자회사 편입은 올해 국내 ICT·핀테크 업계 최대 인수합병(M&A) 가운데 하나다. 디지털 자산과 플랫폼, 인공지능(AI)이 결합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도 작지 않다.그런데 이 대형 M&A가 추진 과정에서 뜻밖의 규제 암초를 만날 뻔했다. 가상자산 사업과는 성격이 다른 과거 부동산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다행스럽게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입법 심의 과정에서 제동을 걸며 제도 개선 방향이 마련됐다. 아직 시행령 개정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사례는 금융 규제의 조문 하나와 예외 규정 하나가 산업의 미래와 대규모 투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공정거래법 위반과 대주주 적격성…핵심은 ‘비례성’네이버는 과거 ‘네이버 부동산’ 운영 과정에서 확인매물 정보를 경쟁사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물론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것은 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절차다.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했던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의 경직성에 있었다.원안은 법인의 양벌규정 적용이나 위반의 경중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주주 결격사유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만약 그대로 시행됐다면 네이버는 가상자산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과거 플랫폼 사업의 벌금형 리스크 때문에 두나무 인수 과정에서 상당한 법적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었다.자금세탁을 방지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입법 취지가, 세밀한 예외 규정의 부재로 산업 재편과 투자 위축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셈이다.법은 모든 위반을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다. 형법과 행정법은 물론 금융 관련 법률도 위반의 경중과 고의성, 공익 침해 정도를 함께 고려한다. 규제 역시 목적뿐 아니라 비례성의 원칙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특혜 아닌 ‘형평성 회복’다행히 규제합리화위원회는 이 문제를 짚어냈다.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특금법에만 유독 예외 규정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위원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견을 청취한 뒤 자본시장법 수준으로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이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이미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등 기존 금융 관계법에는 법인의 양벌규정 적용이나 경미한 위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는 기업 활동을 불필요하게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금융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입법적 균형 장치다.반면 특금법만 이런 예외 규정을 두지 않는다면 동일한 금융 규제 체계 안에서도 가상자산 산업에만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결과가 된다. 규제합리화위원회의 권고는 특혜가 아니라 법 체계의 형평성과 균형을 회복하자는 제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규제는 무기가 아니라 정교한 잣대여야 한다이번 사례는 우리 규제 시스템이 앞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새로운 산업이 등장할수록 규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가상자산처럼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이 핵심인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규제는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비례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위반의 경중과 사안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기준만 적용한다면 산업의 혁신과 투자까지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지금 세계는 AI와 디지털 자산, 금융 플랫폼이 융합하는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AI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 역시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국내 디지털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받는다.이번 특금법 시행령 논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가 바로잡으려 한 것은 하나의 M&A만이 아니다.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 획일적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제도의 균형을 되찾자는 것이었다.규제의 목적은 기업을 넘어뜨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데 있다. 신뢰는 엄격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엄격해야 할 곳에는 엄격하고, 예외를 둘 곳에는 합리적인 예외를 두는 정교한 규제가 혁신과 건전성을 함께 만든다.‘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규제를 설계할 때 더욱 절실하다. 좋은 규제는 산업을 겨냥하는 칼이 아니라 위험을 정확히 재는 잣대여야 한다. 이번 특금법 시행령 논란이 우리 입법과 규제 정책에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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