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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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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냄비”…KOK 사기꾼은 웃는다[최훈길의 뒷담화]
    “한국은 냄비”…KOK 사기꾼은 웃는다
    최훈길 기자 2026.09.14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KOK 피고인 일당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피해자들이 떠들어봐야 뭘 어쩌겠나’고 생각했을 것 같다.”지난 7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KOK코인(KOK토큰) 다단계 사기 사건 공판에 출석한 한 증인이 법정에서 한 말이다. 김모 씨 등 주요 피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약 5시간 가량 진행된 공판에서 이같은 진술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KOK사건은 검찰 추산 국내외 총 57만707명, 총 2조5759억원 피해를 끼친 다단계 사기 사건이다. 일당은 2019년부터 KOK코인을 발행하고 예치금 리워드(보상)와 다단계 마케팅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원금 손실이 없으며 많게는 억대 월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2021~2022년 들어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이 어려워지자 서비스를 종료하고 투자금을 빼돌렸다. KOK코인 시세는 한때 7달러에서 0.1달러 미만으로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예치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현재 주요 피고인들은 불구속 상태로 울산지법 1심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57만명 넘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2조5000억원대 피해를 끼친 사건. 그럼에도 일당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지난 주 크립토 X파일 1호 탐사보도로 KOK코인 사건을 다루면서 뇌리에 남은 세가지 숫자가 있다. ‘1740억원’, ‘1.9일’, ‘13명 대 0명’. 이 숫자들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찾아봤다. 1740억원…피해자들 출금 막힌 때 빼돌린 자금이데일리와 코어시큐리티의 '디지털자산 피해사건 신고 및 탈세 공익제보 크립토 X파일 프로젝트' 온체인 자금이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KOK코인(KOK토큰) 다단계 사기 사건 주동자로 지목된 A씨 추정 가상자산 지갑에서 피해자 출금이 막힌 시기에도 500억원대 자금이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세탁된 정황이 포착됐다. (자료=코어시큐리티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 그래픽=서민지 기자)‘디지털자산 피해사건 신고 및 탈세 공익제보 크립토 X파일 프로젝트’ 제보를 받아 코어시큐리티에 의뢰해 온체인 자금 이동을 추적한 결과, 일당들이 2021~2022년에 174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스테이킹 등을 통해 예치했던 투자금조차 돌려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동안, 일당들은 집중적으로 자금을 빼돌리고 은닉에 나섰다. 이번 추적에서 드러난 1740억원은 검찰이 추산한 전체 피해액 2조5000억원이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그렇다면 일당들은 어떻게 174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자금을 빼돌릴 수 있었을까. 핵심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였다. 일부 국내 거래소도 이용했지만, 추적 과정에서 확인된 주된 자금세탁 통로는 중국계 가상자산거래소 쿠코인(KuCoin)·후오비(Huobi·현 HTX)였다. 일당은 이미 4년여 전부터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피해자 자금을 빼돌렸다. KOK 재단은 2019년 세이셸공화국에서 설립됐고, 이후 KOK 사업 운영권을 인수한 미디움 역시 홍콩 법인으로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1.9일…범죄 보도 직후 순식간에 자금 은닉코어시큐리티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 분석 결과, 가상자산 관련 범죄 보도 이후 평균 1.9일 만에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범죄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테더(USDT)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바이낸스로 빠져나가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기간 테더 거래량 증가율은 최대 88%에 달했다. 가상자산 범죄 의혹이 알려진 뒤 불과 이틀도 지나지 않아 자금 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분석 결과는 일반적인 가상자산 범죄 보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지만, KOK코인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범죄 자금의 신속한 이동을 막기 위한 초동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어서다.KOK코인 사건 피해자들 50여명이 7일 오후 울산 남구 옥동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관련자들의 계좌와 가상자산 지갑, 거래소 이동 및 현금화 내역을 철저히 추적해 피해자 자금의 최종 행방을 밝혀달라"며 △피해자 예치금에 대한 철저한 추적 △재판부와 수사기관의 신속한 실체 규명과 책임자 엄정 처벌 △해외 도피 적색수배자들의 신속한 국내 송환을 촉구했다. (사진=최훈길 기자)문제는 KOK사건 당시 거래소·금융당국·수사당국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점이다. 거래소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의심 거래를 포착하고, 금융당국이 신속하게 감시망을 가동한 뒤, 수사기관이 곧바로 초동수사에 착수하는 유기적인 대응이 충분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 체계는 2023년에야 마련됐다. 이후로도 유기적 협력 체계가 가동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13명 대 0명…KOK측 변호인 Vs 피해자측 변호인13명 대 0명은 KOK코인 사건 일당들의 변호인 숫자와 피해자측 변호인 숫자다. KOK코인 사건 주요 피고인들은 중대범죄수사청 초대 청장 4명의 후보 명단에 올랐던 변호사를 비롯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상태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착수금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7일 법정 증인신문에서는 “피고인들은 13명 이상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는데 피해자 측은 변호인 한 명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피해자들이 법원 판결을 앞두고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액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법률 대응 역량에는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피해자들의 또 다른 걱정은 KOK코인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몇년 전만 해도 KOK사건은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증인 채택과 진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잠잠한 상황이다.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치며 금융당국의 감시망과 수사당국의 수사망을 교묘히 피한 나쁜 선례인데다 여전히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있다. 해결된 게 거의 없는데 사건 발생 후 수년이 지나면서 “이대로 묻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3만여명 속인 폰지 사기에 종신형 선고한 美미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수사국(FBI) 본부를 가보면 버나드 메이도프 폰지 사기 사건 사진을 볼 수 있다. 방문객들은 범죄 내용, 피해 규모, 사기 방식 등의 내용과 함께 메이도프의 사진 위에 선명하게 적힌 ‘사기의 왕’(The king of fraud)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이같은 상황은 미국과 대비된다. 미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수사국(FBI) 본부에는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이 ‘사기의 왕’(The king of fraud)이라는 제목과 함께 일반에 공개돼 있다. 136개국 3만7000여명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폰지 사기’를 벌인 메이도프는 2009년 징역 15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2021년에 교도소에서 숨졌다. 이 사건은 닉슨 대통령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과 함께 ‘FBI의 역대 주요 사건’ 중 하나로 FBI에 나란히 전시돼 있다. 방문객들은 메이도프의 사진과 함께 범죄 내용, 피해 규모, 사기 방식 등의 내용을 소상히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사기 사건을 얼마나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한국은 냄비다.” 이 말은 사기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여론이 불같이 끓다가도 몇년만 지나면 언론 보도도, 사회적 관심도 급격히 시들해진다는 것이다. 7일 법정에서 “모래알 같은 피해자들”이란 말까지 나온 것도 이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몇년 뒤 간판을 바꾸고, 새로운 IT 기술인 것처럼 포장하고, 유력 인사를 동원해 사업을 홍보하고, 고수익을 약속하면 투자자들이 다시 몰릴 것이란 생각에 사기꾼들은 지금도 웃는다. 코인으로 사기치면 패가망신한다베트남 피해자 리타 씨는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57만명(검찰 추산)에 달하는 사람들이 왜 KOK코인 사건의 피해자가 됐나’는 질문에 “한국의 브랜드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KOK사건을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악용한 조직적·초국가적 금융사기”라고 규정하면서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는 이러한 유형의 경제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했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코인으로 사기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현실이 되지 않는 한 KOK코인 같은 사건은 반복될 수 있다. 오히려 KOK코인 사건 수법을 참조해 더 교묘한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범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요즘처럼 코인 시세가 오르는 때일수록 이같은 유혹이 많아질 수 있다.이같은 사기 범죄는 단순히 피해자들의 재산을 뺏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까지 발목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해외에 ‘한국인들 믿다가 발등 찍힌다’며 한국 브랜드 가치와 신뢰를 훼손시키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KOK코인 사건 형사 1심 결과가 중요하다. 사건 발생 후 수년이 흘렀지만 △피해자 예치금에 대한 철저한 추적 △재판부와 수사기관의 신속한 실체 규명과 책임자 엄정 처벌 △해외 도피 적색수배자들의 신속한 국내 송환 과제는 남아 있다. 국감 전후로 진행될 진행될 울산지법 공판 기일(10월12일 오후 2시, 11월16일 오후 2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크립토 X파일 1호 탐사보도-KOK코인 사건]①~⑦<[단독]피해자 돈 묶였는데 1200억 빼돌렸다…KOK코인 최초 추적><[단독]KOK 주동자 지갑 보니…中거래소 거쳐 500억대 현금화><‘피해액만 2조5000억 추산’ KOK코인 사건 뭐길래><범죄 보도 뜨자마자 테더 해외 이동 88% 급증…“초동수사 중요”><“KOK코인, 한국 브랜드 악용한 초국가적 사기”><잡아도 못 잡는다…국경 넘는 코인범죄, 수사는 ‘첩첩산중’><제2 KOK 사태 막으려면…황석진 “온체인 분석, 필수 수사기법”>※‘최훈길의 뒷담화’는 이슈 현장이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 ‘깜깜이 정책’ 없어야 삼전닉스·BTS토큰 나온다[최훈길의뒷담화]
    ‘깜깜이 정책’ 없어야 삼전닉스·BTS토큰 나온다
    최훈길 기자 2026.09.06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체크 앤 밸런스(check and balance)” 미국 월가(Wall Street)를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지난해 취재하면서 들었던 말이다. SEC의 고위급 위원(commissioner)이자 ‘크립토 맘(Crypto Mom)’으로 불리는 헤스터 퍼스(Hester Peirce) 위원은 당시 워싱턴D.C에서 이데일리에서 만나 ‘한국의 새정부인 이재명정부가 자본시장 정책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질문받자 이같이 답했다. 퍼스 위원이 ‘체크 앤 밸런스’를 강조한 것은 정책 실패를 막기 위해서다. 당국이 빠르게 변화하는 월가의 모든 상황을 알 수 없는 만큼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다양한 시각에서 정책을 ‘체크’하며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정책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견제하려면 결정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최대한 공개’하고 법령·규정을 어떻게 해석·적용했는지 법적 논리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특히 그는 당국이 특정 정책의 취지나 성과를 부각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수록 ‘체크 앤 밸런스’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SEC는 시장 제보자에게 파격적인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었다. SEC 입장에서는 해당 제도의 실적을 보여주고 싶었고, 언론을 통해 ‘파격적인 보상금 지급 효과’가 대서특필 되길 원했다. 퍼스는 바로 이같은 순간에 정책의 부작용이 가려질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수록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다양한 여론수렴을 통해 ‘체크 앤 밸런스’를 작동시켜야 하다는 게 퍼스 제언의 핵심이었다.헤스터 퍼스 SEC 상임위원이 지난해 5월 미 워싱턴 D.C.의 SEC 본부에서 이데일리와 만났다.(사진=최훈길 기자, 통역=제레미 서·Jeremy Suh)이같은 ‘체크 앤 밸런스’ 필요성을 떠올린 것은 지난 4일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정책방향’ 정책 발표를 보면서다. 이날 금융위의 발표는 의미가 컸다. 당국이 ‘조각투자를 넘어 주식·채권·펀드 토큰화 허용 입장까지 밝힌 것’이어서다. 주식·채권·펀드 토큰화에 신중론을 취했던 당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그동안 시장에서는 내년 2월 토큰증권발행(STO)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정작 팔 수 있는 상품이 부족해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런데 당국은 주식·채권·펀드 같은 정형증권 토큰화에 이어 상장 주식과 스테이블코인 결제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이같은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 토큰증권 발행·유통이라는 이재명정부 국정과제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금융위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장도 일단 박수를 보내고 있다.하지만 정책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금융위 보도자료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100페이지가 넘는 관련 자료를 뜯어보니 정책 추진 방식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보도자료만 봐서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라며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그래픽=챗GPT)대표적인 것이 조만간 전자증권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길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의 ‘상호운용 금지’ 규정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하나의 증권은 하나의 분산원장에서만 발행되고 유통돼야 하며, 일단 발행된 뒤에는 다른 분산원장으로 일부든 전부든 옮길 수 없다. 문제는 증권사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A 원장, 미래에셋은 B 원장, NH투자증권은 C 원장을 쓴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같은 주식 토큰이라도 서로 다른 원장에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상호운용 금지’ 규정에 따라 증권사 간 거래가 단절돼 서로 이동할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각각의 분산원장이 사실성 서로 단절된 ‘갈라파고스 섬’처럼 될 수 있다. 서울에 있는 물건과 부산에 있는 물건이 있는데 그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금융위가 토큰증권 문은 열었는데 통로는 막았다(김태림 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서병윤 DSRV 대표)”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안정성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폐쇄형 인프라 방식이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국정과제는 “분산 원장 기반의 효율적 계좌 관리, 스마트 컨트랙트 활용이 가능한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제도 도입”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같은 국정과제에 따라 토큰증권을 도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증권의 기록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다. 분산원장과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해 발행·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원장을 연결할 수 없는 폐쇄적 구조로 되면 장기적으로 국정과제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까지 도입해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겠다는 구상과 우리만의 폐쇄형 인프라를 고집하는 방식이 양립할 수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24시간 주식 거래 관련해 정책을 확정하기 전에 미 SEC는 오는 17일 라운드테이블올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일반 투자자들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오프라인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할 수 있다. 라운드테이블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사진=SEC)바로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정책을 투명하게 알리고 시장과 투자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체크 앤 밸런스’다. 관련해 미국의 정책소통 방식은 참조할 만하다. 미 SEC는 오는 17일 워싱턴 D.C.에서 공개 원탁회의(라운드테이블)를 열고 ‘24시간 주식 거래 준비를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연다. 논의 의제는 △24시간 거래 확대 관련 거래소·증권사 준비 상황 △청산·결제 시스템 안정성·유동성 확보 방안 및 투자자 보호 대책 등이다. 주목할 부분은 24시간 거래 관련 SEC 정책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이같은 논의를 온오프라인에서 전면 공개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SEC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폴 앳킨스 SEC 의장을 비롯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블랙록, 시타델증권, 로빈후드 등 월가 주요 금융·거래소 기관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일반인들도 관련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정책 결정 방식과 대조된다. 지난 4일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라운드테이블 같은 자리는 없었다.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가 구성돼 세차례 회의가 진행됐지만 협의체 멤버가 아닌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의견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 4일 열린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회의 현장을 취재하러 갔지만 예탁원 1층 엘리베이터 출입부터 통제돼 회의 현장 취재조차 불허됐다. 앳킨스 위원장은 “시장과 발맞추는 동시에 투자자와 고객 보호라는 핵심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라운드테이블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안 가본 길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만큼 정책 결정은 쉽지 않다. 이럴수록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투자자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듣고, 그 과정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인기 주식이나 BTS와 같은 콘텐츠·지식재산권(IP) 관련 자산을 토큰화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이런 시대를 대비하고 해외 투자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한국형 투자상품을 만들려면 당국의 정책 결정 방식 역시 한 단계 더 개방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관련 시행령을 마련·확정하는 과정에서 시장, 투자자들과 함께 하는 라운드테이블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우리나라 토큰증권 정책에도 정책 확정 전에 시장과 투자자들과 터넣고 정책을 살펴보는 ‘체크 앤 밸런스’가 필요하다.※‘최훈길의 뒷담화’는 이슈 현장이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주말 연재 기사입니다.
  • “1300만명 코인 과세”…이대로면 폭망하는 이유[최훈길의 뒷담화]
    “1300만명 코인 과세”…이대로면 폭망하는 이유
    최훈길 기자 2026.08.3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가상자산 과세를 제대로 하려면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이 필요합니다.” 한 세법 전문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행 과세 제도에 허점이 많은 만큼 국제적 정합성, 조세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제도 전반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2일 공개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안성희·조형태·김익현)를 보면 ‘왜 가상자산 과세 제도의 재건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140쪽 분량의 보고서를 읽고 나면 눈앞이 아찔해진다. 현행법을 이대로 시행할 경우 정부·여당이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우려돼서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가상자산 소득 가운데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과세는 전체 투자자 1326만명(작년 12월 업비트 누적 회원 기준)이 대상이다.정부가 작년 7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모습. (사진=연합뉴스)조세저항이 크게 예상되는 부분은 가상자산 손실 이월공제 불허다. 1억원을 손실을 본 뒤 이듬해 250만원(과세최저한) 넘게 수익을 냈다고 가정해보자. 2년을 합산하면 여전히 큰 손실을 봤는데도 현행 제도상 22%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손실을 이듬해 이익에서 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 주요국의 가상자산 제도와 대조된다. 국회예정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은 가상자산 손실에 대해 무기한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세법 개정에 따라 3년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내년 1월에 시행하는 가상자산 과세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있는 셈이다.250만원이라는 과세 최저한 역시 논란거리다. 왜 하필 250만원까지만 공제될까. 이 기준은 민주당의 기존 약속과도 배치된다. 민주당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기본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높이는 공약을 제시했다. 2024년 11월22일 당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를 “국민과의 약속이라 함부로 뒤집기 어려운 당론”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이 약속은 없었던 일이 됐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때인 2020년 7월22일 공개한 세법개정안 문답자료. (자료=기획재정부)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조세 형평성이다. 정부는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유로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을 강조해왔다. 기획재정부(현 재경부)는 2020년에 가상자산 과세 법안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 법안이 내년에 시행되는 과세다. 기재부는 당시 7월22일 공개된 세법개정안 문답자료에서 가상자산 과세 이유에 대해 “주식 등 다른 자산도 양도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점을 감안시 가상자산도 과세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24년 12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소액) 투자자들의 양도 소득은 현재 비과세다. 그런데 가상자산 투자자는 연간 250만원 넘는 수익이 발생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같은 소액 투자자라도 주식과 가상자산의 세금이 달라지는 만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정부가 해외주식(250만원 초과 수익에 22% 세금 부과)처럼 가상자산 과세를 하는 것도 논란이다. 왜냐하면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에 시행되는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가상자산 수익은 로또 당첨금이나 슬롯머신 당첨금과 같은 일시적 우발적 기타소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정책의 논리적 모순, 부처 간 엇박자가 발생한다. 이재명정부는 국정과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금융위원회)’을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는 디지털자산 규율체계 마련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추진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 산업 성장 및 투자자 편익 제고”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재경부·국세청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 과세에선 가상자산 소득을 로또·사행 행위·슬롯머신 당첨금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결국 문제의 뿌리는 내년 1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 제도(소득세법 개정안)가 6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제도라는데 있다. 기재부가 과세 법안을 처음 발의했던 2020년 7월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1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은 비트코인이 작년 10월 12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면서 가상자산 시장과 법제 역시 급변했다.일본이 올해 세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시장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해외 주요국이 가상자산의 시장 변화에 맞춰 과세 체계를 조정하는 동안 우리나라 국회는 2020년에 만들어진 과세 제도를 3차례 유예하며 제도개선을 뭉개고 있던 것이다.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2일 공개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안성희 가톨릭대 경영대학 교수·조형태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자료=국회예산정책처)정부도 이같은 논란과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인지하고 있고 내부에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4일 가상자산 과세 고시 제정 자문위원단 첫 회의를 열었다. 세법 전문가 등 자문위원들은 내년에 가상자산 제도가 이대로 시행될 경우 나타날 조세 불복,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국세청의 고시 제정이라는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가상자산 과세 전반을 뜯어고치는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게 자문위원단 제언의 핵심이다. 과세를 또다시 유예한다고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세 차례 유예했지만 손실 이월공제, 250만원 공제 한도, 기타소득 분류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유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뿐, 정부·국회가 가만히 있으면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정치적으로 부담된다며 여권에서 쉬쉬한다고 해결될 수도 없다. 내년에 과세를 시행하면 납세자는 2028년 5월에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첫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를 준비하면서 국민들은 현행 가상자산 과세 제도의 문제를 피부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이때는 2028년 4월 23대 총선과 맞물린 때다. 여당이 논의를 미룰수록 조세저항은 더 커지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내달 3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 주최로 가상자산 과세 첫 토론회(주최 국회 재경위 문진석 민주당 의원실)가 열린다. 이제라도 어떤 방식으로 납세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세 체계를 만들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정부·국회에서 누가 총대를 메고 ‘가상자산 과세 재건축’에 나설지 지켜볼 때다.※‘최훈길의 뒷담화’는 이슈 현장이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주말 연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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