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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정책라인, 임기제 장군들 전면에…연속성·추진력 '우려'[김관용의 軍界一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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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정책라인, 임기제 장군들 전면에…연속성·추진력 '우려'[김관용의 軍界一學]
    軍 정책라인, 임기제 장군들 전면에…연속성·추진력 '우려'
    김관용 기자 2026.01.1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가 지난 9일 소장 이하 장성급 장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3일 중장급 이상 인사 발표 이후 2달여 만입니다. 이번 인사는 소장·준장급 진급 선발과 함께 주요 직위에 대한 진급·보직 인사였습니다. 새로 임명된 인원만 소장 41명, 준장 77명에 달합니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출신과 병과, 특기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사관학교 출신이나 특정 병과 중심으로 굳어졌던 군 인사의 공식을 깼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육군 소장 진급자 가운데 비육사 출신 비율은 이전 심사의 20%에서 41%로 확대됐습니다. 준장 진급자 중 비육사 출신도 25%에서 43%로 늘었습니다. 보병·포병·기갑 등 전투 병과가 주로 맡아왔던 사단장 보직에 공병 출신이 임명되는 이례적 인사도 포함됐습니다.표면적으로는 ‘인사 혁신’입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선택이 아닌, 상당 부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12·3 비상계엄 여파로 주요 직위에 보직돼 있던 진급 대상자들이 배제되거나 인사 심사에서 누락되면서, 군이 활용할 수 있는 정상 인력풀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원칙을 깬 인사’라기보다, 원칙대로 인사를 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나온 인사라는 평가입니다.지난 해 11월 19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삼정검 수여식에서 삼정검을 받은 준장 진급 예정자 및 진급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국방부)이와 맞물려 주목되는 흐름이 있습니다. 국방부와 육군본부 등 본부급 핵심 정책 부서에 임기제 진급 장군들이 포진했다는 점입니다. 핵심 정책·지휘 직위 인력풀이 급감하자, 군이 임기제로 진급시켜 주요 보직을 채우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운 셈입니다.실제로 소장급 보직인 △국방부 시설본부장 △국방부 방위정책관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이 임기제 장군들로 채워졌고, 정보사령관 역시 임기제 지휘관입니다. 육군본부에서도 △정보화기획참모부장 △정책실장 △인사참모부장이 임기제 장군입니다. 준장급인 감찰실장까지 임기제여서, 육군본부 부·실장이 임기제 장군들로 채워지는 모습은 군 인사 관행상 매우 이례적입니다.임기제 진급 자체가 잘못된 제도라는 말이 아닙니다. 임기제는 전문 인력 운용과 특정 직위 충원을 위해 마련된 합리적 장치입니다. 군인사법 제24조에 근거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임기제 진급자는 임기가 2년이며, 일부 연장 사례가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임기 만료 시 전역합니다.문제는 임기제 장군이 본부 정책의 키를 잡는 구조에선, 정책부서에 요구되는 추진력과 책임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본부 정책직은 예산, 전력증강, 조직개편 등 장기 과제를 다룹니다. 정책은 ‘연속성’이 생명이고, 동시에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결정을 끌고 가는 강한 추동력이 필요합니다. 통상 장군 인사는 성과가 차기 보직과 상위 계급 진급으로 연결되면서 동기부여가 작동합니다. 반면 임기제 장군은 임기 만료 후 전역이 전제돼 있어, 현 보직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별을 하나 더 다는 기회’로 이어지는 인사 보상이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장군이라면 책임감과 충성심을 기본값으로 전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제도는 사람을 만듭니다. 2년 뒤 전역이 예정된 구조에서,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의 핵심 참모로서 장기 과제를 걸고 조직을 끌어가라는 주문은 동기 설계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역량이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가 만드는 현실입니다.그렇다고 임기제 장군 투입 자체를 비판만 할 수도 없습니다. 계엄 사태 후속 인사 과정에서 진급 누락과 인사 지연이 겹치며 정상 인력풀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본부 핵심 보직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임기제라도 능력 있는 장군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성 또한 존재합니다.이제는 계엄 여파로 흔들린 군 인사 시스템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 해야 합니다. 이번 인사에서 소장 진급자 중 15명이 전국 주요 사단장에 부임하며 늦게나마 지휘체계 정리도 이뤄졌습니다. 대령급 인사도 진행 중입니다. 합참 등 주요 합동부대 직위에서 육군·해군·공군 대령 비율을 2:1:1로 맞추는 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우리 군이 계엄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조직을 추스르고 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길 기대합니다.
  • 국방부 '패싱'하고 대통령에 '처' 승격 조르는 방사청[김관용의 軍界一學]
    국방부 '패싱'하고 대통령에 '처' 승격 조르는 방사청
    김관용 기자 2026.01.03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방위사업청이 국방부 산하 조직을 벗어나 ‘국가방위자원산업처’(가칭)로의 개편 필요성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습니다. 이에 더해 방사청은 최근 ‘범정부 안보장비 통합 획득 및 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안보장비의 획득·유지·관리 체계를 방사청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난 달 18일 국방·방산 분야 업무보고에서 이용철 방사청장은 방사청을 현행 ‘청’에서 ‘처’로 승격하고, 명칭을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 바꿔 총리실 소속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국방부 산하 무기 획득 기관의 틀을 넘어, 전 부처에 흩어진 방위·안보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상위 행정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방사청 “국가방위자원산업처 승격 필요”방사청장의 건의는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국제 방산 환경이 급변하면서 단순 무기 구매·조달 중심의 행정 체계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절충교역, 기술 이전, 현지 생산, 외교·산업 연계가 결합된 현재의 방산 수출 구조상 국방부 단독 관할 체계는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 청장은 “방사청 출범 당시에는 획득 중심 조직이었지만, 이제는 국정 과제 자체가 ‘방산 4대 강국’으로 전환됐다”며 “구매·연구개발·수출이 균형 있는 사업 축이 된 만큼 이에 맞는 행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방산 수출이 획득의 파생 기능으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연구개발·구매와 동등한 정책 축으로 격상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전 부처의 역량을 조정·결집할 수 있는 상위 행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처 승격을 제안했습니다.방사청의 주장에는 정책적 명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용 및 관용 헬기 사업의 통합 관리입니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국내 개발 헬기로 2012년 육군에 첫 인도 이후 약 250여 대가 전력화되며 대한민국을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으로 올려놨습니다. 수리온은 병력·화물 수송용 기동헬기를 넘어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의무후송헬기 ‘메디온’ 등으로 파생됐습니다. 현재도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와 해군 소해헬기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이라크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최초 수출 성과도 냈습니다. 관용 헬기 분야에서도 수리온은 경찰·해경·소방·산림청으로 운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현재까지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관용헬기용 수리온은 경찰 14대, 해경 9대, 산림청 4대, 소방청 8대 등 총 35대입니다. 그러나 전체 관용헬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여전히 낮습니다. 경찰청은 23대를 운용하면서 5종의 외산 헬기를 혼용하고 있고, 해경은 5개 기종 21대, 산림청은 6개 기종 50대, 소방청은 9개 기종 33대를 운용 중입니다. 기종 난립으로 인한 유지·정비 비용 증가와 운용 비효율이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이유입니다. 방사청은 이러한 구조를 국가방위자원산업처 체계에서 통합 발주·통합 획득으로 전환할 경우, 군과 관용 헬기를 아우르는 표준화·공동 정비·R&D 효율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기반의 관용헬기 모습이다. 앞에서 순서대로 해경, 산림, 경찰, 소방 헬기 (사진=KAI)◇범정부 안보장비 획득·관리 기관 시동해양경찰 함정 역시 전시 동원 가능 자산이라는 점에서 군용 함정과의 통합 발주 가능성이 있습니다. 평시에는 치안·수색·구조 임무를 수행하지만, 유사시에는 군사 작전에 연계될 수 있는 만큼 선체 설계·엔진·센서·통신 체계를 일정 부분 표준화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국가방위자원산업처 구상은 이러한 헬기·함정 등 안보 자산을 ‘국가 방위자원’으로 묶어 통합 관리·획득하자는 발상에서 출발합니다. 방사청은 이를 통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국내 조선·항공 산업 등의 생산 안정성과 수출 경쟁력까지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청장은 이 대통령의 소방 R&D 발언도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위험한 화마 속에 사람이 장비를 메고 들어가야 하느냐”며 로봇 소방 등 첨단 기술 개발 필요성을 언급했고, 방사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공동 연구개발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이 청장은 “전 부처에 흩어진 헬기·함정·재난 대응 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면 ADD와 소방청 간 R&D 협업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며 국가방위자원산업처의 기능적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방사청의 구상은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는듯 합니다. ‘범정부 안보장비 통합 획득 및 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실행 단계에 들어간 정책 구상임을 드러냈습니다.그동안 재난·치안·국경관리·시설 보호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부처들이 유사한 장비를 각자 구매하면서 소량 조달에 따른 단가 상승, 제각각인 계약·인증 기준, 중복된 정비·보급 체계가 누적돼 왔다는 지적이 제기된게 사실입니다. 방사청은 무기체계 전문기관으로서 장비 획득과 관련한 조직·출연기관을 갖춘 만큼, 정부 장비를 묶어 사들이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도입 단가 인하와 협상력 제고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듯 합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2일 청 개청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 청장은 이날 기념사에서도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의 승격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방사청)◇이랬다 저랬다 방사청, 조직 키워달란 요구만조직 개편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공감대와는 별개로, 국방부 내에선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이 감지됩니다. 방사청이 국방부와의 충분한 내부 협의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직접 처 승격과 소속 재편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기정사실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제가 의원 시절에 방위사업청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아주 심혈을 기울였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업무를 조정하고 소속을 바꾸자는 이야기인데, 내부 토론은 아직 안 해본 것이냐”면서 “오늘 여기서 결정할 사안은 아니고, 국방부와 함께 논의해보라”며 즉각적인 판단은 유보했습니다. 단, 이 대통령이 “하나의 무기체계를 한 부처가 혼자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고 강조한 만큼, 방산 수출 확대, 국가 안보 자산 통합, R&D 협업이라는 구조적 변화 요구는 분명합니다. 국방부·방사청·관계 부처 간 조직과 기능 재편을 둘러싼 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되돌아 볼 점은 방사청이 그만큼 전문성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본연의 임무인 획득 업무에서도 지침이나 행정처분 검토 등을 미리 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처방으로 모면해 왔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특정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도 스스로 번복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게 방사청 자화상입니다. 그런데도 연구개발·국가방위자원 획득·산업 생태계 활성화·수출·산업협력까지 책임지는 몸집만 키우는 꼴이 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 우리 군과 유엔사 MDL 달라…10년이나 정말 몰랐나[김관용의 軍界一學]
    우리 군과 유엔사 MDL 달라…10년이나 정말 몰랐나
    김관용 기자 2025.12.2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사분계선(MDL)은 남북간 정전 체제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선입니다. 이곳에서의 병력 이동이나 경고 방송, 경고사격은 자칫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는 매우 민감한 선입니다. 그런데 이 MDL을 놓고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서로 다른 좌표 기준을 적용해 수년째 작전을 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유엔사와 MDL 좌표 불일치율 60%우리 군은 지난 9월 이후 북한군의 MDL 침범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의 우리 군 군사지도상 MDL과 유엔사 기준선을 모두 검토한 뒤 이 가운데 더 남쪽에 있는 선을 기준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표면적 명분은 우발적 충돌 방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군의 경고사격이나 대응에 대해 유엔사가 정전협정 위반 소지를 문제 삼아온 현실을 감안한 ‘마찰 최소화용’ 조치에 가깝습니다. 비무장지대(DMZ) 내 GP에서 우리 군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출처=육군 홈페이지)물론 1953년 정전 당시 설치된 1292개의 MDL 표지판은 대부분 유실돼 현재 식별 가능한 것은 200여 개에 불과합니다. 당시 사용된 군사지도 역시 축척 5만 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우리 군의 군사지도는 2004년 MDL 표지판 측정값을 기준으로 작성돼 2011년부터 적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유엔사 기준선은 2014~2015년 재측량을 거쳐 2016년에 확정됐습니다. 문제는 현재 두 지도 사이의 MDL 위칫값 불일치 비율이 약 60%에 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남북으로 수십 미터 차이가 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군 당국은 “과거에는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북한의 MDL 일대에서의 국경선화 작업으로 북한군 침범이 잦아지면서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MDL 좌표 불일치는 북한의 행동 변화로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2016년 유엔사 기준선이 확정된 시점부터 구조적으로 존재해 온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위험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핵심 기준선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해명인데, 관리가 아니라 방기였음을 자인하는 것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군사합의 이행 때도 인지 못했나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왜 이런 상황이 10년 가까이 방치됐느냐는 것입니다.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행 과정 당시를 기억해 보면, MDL 인근에서 남북 군이 직접 대면하고, 오솔길과 도로를 연결하며, 공동 유해 발굴과 감시초소(GP) 철수 등 수많은 접촉과 협력을 진행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MDL 좌표 간극 문제는 충분히 인지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2018년 11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 연결 작업이 진행될 당시 촬영된 사진에는 새로 설치된 MDL 표식을 기준으로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이 도로 개설 작업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현장에서 MDL 표식을 새로 세웠다는 사실 자체가 기존 기준선의 모호함이나 불일치를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혹여나 가시적 성과에 매몰돼 그 모든 활동의 전제가 되는 MDL 좌표 체계의 정합성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닌지 의문입니다. 당시에도 분명 유엔사는 MDL 관련 의견을 개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우리 정부의 책임 인식입니다. 최근 국방부 당국자는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9·19 군사합의 이행 과정에서 MDL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왜 정리가 안 됐는지 저도 궁금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책임 회피에 가까운 발언처럼 들립니다. 9·19 군사합의 이행을 주도했던 인사 중 일부는 현재도 국가 안보 의사결정의 핵심 위치에 있습니다. 또 일부는 여당 내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이들에게 전화 한 통, 확인 한 번 했었는지 의문입니다. 지난 2018년 11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을 위한 작업 당시 모습이다. 새로 설치한 군사분계선(MDL) 표식을 기준으로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이 도로연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유엔사와 소통 채널 사실상 부재군 당국은 최근 북한에 MDL 기준선 재설정을 논의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제의했습니다. 북측은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변경된 경계작전 지침이 ‘사격 자제’나 ‘소극 대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기존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 군과 유엔사가 동일한 MDL을 기준으로 작전하고 있는가입니다. 정전 체제의 관리 주체인 유엔사와 기준선 조차 일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측에 재설정을 제의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접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유엔사와는 우리 정부 고위 인사의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놓고도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여당은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상 DMZ 관리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번 MDL 불일치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전 체제 관리에 대한 인식 차이와 소통 부재가 누적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제로 유엔사와의 소통 문제가 지적됩니다. 유엔사는 그간 우리 군에 책임 있는 한국군 장성을 참모로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직 문제 등을 이유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현재 우리 군 소장 1명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보직돼 있지만, 실질적 협의나 정책 조율이 아닌 주 1회 회의 참석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정전 체제의 핵심 쟁점을 논의할 상시 협의 창구가 사실상 비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장병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작전을 이어왔습니다. MDL 좌표처럼 정전 체제의 핵심 쟁점을 놓고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유엔군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까지 겸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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