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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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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한다...중기부, 전주기 지원 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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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가 다닌다는 건 자율주행 배송로봇도 다닐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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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9년 총기강도범…30년 후 檢수사관에 흉기 휘둘렀다[그해 오늘]
    1989년 총기강도범…30년 후 檢수사관에 흉기 휘둘렀다
    한광범 기자 2023.06.09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8년 6월 9일 경찰이 충남 천안에서 당시 63세 남성 박모씨를 검거했다. 박씨는 같은 해 4월 자신을 검거하려던 검찰 수사관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후 도망갔던 수배자였다.당시 지명수배 전단박씨는 2013년 1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죄로 벌금 12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형이 확정되자 벌금을 내지 않고 도주했고, 2014년 5월부터 수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대전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 A씨 등 2명은 잠복 끝에 2018년 4월 2일 오후 5시께 박씨가 대전의 한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뒤따라 들어갔다. A씨 등은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검찰에서 벌금 수배자 검거 때문에 왔다”고 말한 후, 형집행장을 꺼내 보여준 후 범죄사실 요지와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후 바닥에 눕혀 수갑을 채우려 했다.이때 박씨 옆에 있던 공범 김모씨가 수사관 중 한 명의 팔과 옷을 잡아당겨 체포를 방해했다. 수사관들이 “수배자 검거 중이니 놓으시라. 계속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다”라고 경고했으나 김씨는 체포를 계속 방해했다.김씨의 계속된 방해에 수사관들의 제압이 느슨해진 틈을 타 박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수사관들에게 휘둘러 다치게 한 후 현장을 빠져나갔다. 박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사관 중 한 명은 손과 배에, 다른 한 명은 손 부위에 큰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검찰 수사관들은 복부 봉합술과 손 인대이음술 등을 수술을 받아야 했다.박씨가 현장을 빠져나간 후 남은 공범 김씨는 부상을 입은 수사관들의 치료를 도왔다. 그는 이후 검찰 수사에 협조하며 박씨 검거를 도왔다.박씨는 과거 다수 범죄로 교도소를 수차례 들락거렸던 인물이다. 특히 약 30여년 전인 1989년 8월 충남 공주에서 사제권총을 이용해 은행 현금수송차량에서 약 6억 9000만원을 탈취한 범행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당시 이 범행으로 징역 7년을 복역했다. 검찰은 박씨를 긴급체포한 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가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의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공범 김씨에 대해서도 특가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혐의와 함께 범인도피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하지만 박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수사관들이 체포할 당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만큼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었다. 무의식 중에 흉기를 잡았을 뿐, 휘두르지 않았고 수사관들이 스스로 흉기에 찔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검찰 수사관에게 극렬히 저항하면서 흉기를 휘둘러 검찰 수사관이 장애를 입고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도피생활을 하며 절도범죄를 추가로 저지르기도 했다”고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다.법원은 박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1심은 “수사관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체포를 시도했고, 박씨 스스로도 검찰 초기 수사에서 고의로 흉기를 휘두른 사실을 인정한 만큼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이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공범 김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해 수사관이 선처 탄원서를 제출함에 따라 형량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억원으로 감형됐다.
  • "죽으면 책임질게"…응급환자 이송 11분 막은 30대 보험사기꾼[그해 오늘]
    "죽으면 책임질게"…응급환자 이송 11분 막은 30대 보험사기꾼
    한광범 기자 2023.06.0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20년 6월 8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고덕동의 한 도로에서 호흡곤란 증세로 응급 이송 중이던 80세 환자를 태운 사설구급차의 왼쪽 뒷부분을 최모(33)씨가 운전하던 법인택시가 오른쪽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설구급차에 타고 있던 기사와 환자의 보호자가 최씨에게 “응급 환자가 타고 있으니 환자부터 병원에 모셔도 드리고 오겠다”며 명함을 건넸지만, 최씨는 막무가내였다.최씨는 자신이 사고를 유발했음에도 “지금 사고 난 거 사건 처리가 먼저인데 어딜 가? 119 불러준다고.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고. 환자 있는 거 둘째치고 119 불러서 보내라고. 장난해 지금”이라며 사설구급차 이동을 막았다.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전직 법인택시기사 최모씨가 2020년 7월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과거 사설구급차, 전세버스 등 여러 운전 업무에 종사했던 최씨는 고의로 사고를 내 합의금이나 보험금을 편취를 반복적으로 해왔다. 그는 사설구급차 운전 종사 경험을 살려 사설구급차의 경우 응급환자를 태우지 않은 채 사이렌을 울리며 운행하거나 응급 구조사 동승 없이 운행하는 등의 탈법적 운영이 많다는 점을 악용해 사설구급차를 주된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최씨는 이날도 사설구급차가 후방에서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후에 고의로 차량을 들이받은 것이었다. 그는 사설구급차 기사에 “내가 사설구급차 안 해 본 줄 알아? 불법으로 사이렌 켜고 간 거 지금 내가 다 구청에다 신고해 가지고 진짜 응급 환자인지 아닌지 내가 판단 내리겠다. 차 안에 응급 구조사 있어 지금?”이라고 협박했다.계속되는 보호자 등의 환자 이송 요구에 대해선 “가려면 나 치고 가라고 그러니까. 나 때리고 가라고”라고 말하며 사설구급차의 운전석 부분에 다가가 온몸으로 출발을 막아섰다. 운전기사는 최씨에게 “응급 환자를 태우고 있어서 길을 비켜달라”고 했지만, 최씨는 계속 거부했다. 최씨가 계속 사설구급차의 이동을 막아 결국 보호자는 급하게 119에 신고를 했다. 119가 도착해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최씨의 이송 방해행위로 응급환자는 무려 11분 30초나 늦게 병원으로 후송됐다. 환자는 뒤늦게 병원에 도착했지만 5시간 후 숨졌다. 하지만 최씨는 뻔뻔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사설구급차 운전기사가 자신을 밀었다며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유족은 같은해 7월 3일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 탓에 응급환자인 어머니가 사망했다.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A씨를 구속했다. 수사 결과 최씨가 과거부터 수차례에 걸쳐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보험금을 편취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여러 건의 보험사기 범행 등을 더해 최씨에게 특수폭행과 업무방해, 공갈미수,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검경은 피해자의 죽음과 최씨의 행위 간의 연관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관련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1심은 “장기간에 걸쳐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 사고에 대해 마치 입원이나 통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행세하며 보험금을 편취하거나 운전자로부터 합의금을 갈취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특히 응급환자 이송 방해와 관련해 “상시 응급환자가 탑승하고 있을 수 있는 사설구급차를 상대로 고의 접촉 사고를 내고 환자가 탑승하고 있음을 확인했음에도 사고 처리를 요구하며 이송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위험성에 비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1심 재판부는 다만 “응급환자 사망과 최씨의 행위 사이에 인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기소가 이뤄지 않았기에 이는 법원의 판단범위가 아닌 만큼 양형에 참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2심은 최씨가 보험사기와 관련해 보험회사들과 모두 합의한 점 등을 이유로 징역 1년 10월로 형량을 낮췄다. 검찰과 최씨 모두 상고를 하지 않아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은 이와 별도로 유족이 최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씨가 유족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파업을 검찰이 유도했다"…술자리 허언이 불러온 후폭풍[그해 오늘]
    "파업을 검찰이 유도했다"…술자리 허언이 불러온 후폭풍
    한광범 기자 2023.06.07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1999년 6월 7일. 대전고검장에 내정된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폭탄주가 가미된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조폐공사 파업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전범으로 삼기 위해 우리가 유도한 것”이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앞서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은 1998년 11월 외환위기발 구조조정에 반발해 파업을 진행했는데, 공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파업 시 검찰의 대응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미였다.진 전 검사장은 “조폐공사 파업에 대한 대응을 통해 공기업 파업이 일어나면 검찰이 이렇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노조가 쉽게 무너져버려 싱겁게 끝났다”며 “그냥 두면 조폐공사 구조조정은 2002년에나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 (사진=MBC뉴스 갈무리)진 전 검사장의 발언은 다음날 언론에 보도되며 곧바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곧바로 진 전 검사장의 대전고검장 내정을 취소하고 면직했다. 또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김태정 당시 법무부 장관도 해임했다.청와대는 진 전 검사장의 발언에 대해 “취기 중 자신의 공적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진의와 다른 실언”이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檢 “진형구가 파업유도” vs 특검 “조폐공사 사장이 주도”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후, 같은 해 7월 말 진 전 검사장을 구속한 후 재판에 넘겼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검찰은 당시 “진 전 검사장이 고등학교 2년 후배인 강희복 당시 조폐공사 사장에게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 불법파업을 공권력으로 즉각 제압해 줄 테니 구조조정을 단행하라’며 파업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진 전 검사장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법원에서 보석 신청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가 된 진 전 검사장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강 전 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이 전혀 없다. 개인이든 검찰 조직이든 파업유도 자체가 없었다”며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불법파업에 대해선 민간기업과 똑같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만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야당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에 미온적이었던 여당은 결국 여론의 압력에 특검을 수용했다. 사상 첫 특검이었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강원일 특검은 같은 해 10월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12월 중순 발표된 특검의 수사결과는 검찰 수사와 전혀 딴판이었다. 특검은 “진 전 검사장이 파업유도에 간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결론 냈다. 파업유도 사건의 실체에 대해선 “강 전 사장이 구조조정안을 전격실시해 결과적으로 파업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검찰과 특검의 다른 수사결과로 인해, 한 사건에 전혀 다른 공소장이 작성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검찰은 특검의 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진 전 검사장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내용의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진 전 검사장 측은 “고교 후배인 강 전 사장이 공사문제로 걱정하며 전화를 걸어올 때 몇 가지 법적문제에 대해 대답을 해준 것으로서 압력이나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한 ‘파업유도’ 발언에 대해선 “당시 만취한 상태에서 기자들과 자유로이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대전에 있는 조폐공사 파업이 잘 끝에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마치 자신이 관여한 것처럼 과장해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검찰은 진 전 검사장에 대해 “수사와 재판을 통해 공소사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강씨와 함께 진실 은폐를 시도하고 있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법원 “파업유도 없었다…인정할 증거 없다”하지만 법원은 2년 가까운 심리 끝에 2001년 7월 1심에서 진 전 검사장의 ‘파업유도’는 없었다고 결론 냈다. 1심은 진 전 검사장이 강 전 사장에게 1998년 9월 “좋지 않은 정보보고가 올라온다. 서울이 시끄럽다. 빨리 직장폐쇄를 풀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라”고 말해 쟁의행위에 간여한 점에 대해서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을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법원의 이 같은 결론은 강 전 사장의 진술 변경이 결정적이었다. 검찰 첫 조사 당시 ‘진 전 검사장으로부터 압박성 발언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강 전 사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 조사에서 “검찰 진술은 심신이 지친 상태라 잘못된 진술이었다”며 “진 전 검사장으로부터 특별한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 당시 구조조정은 경영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검찰과 진 전 검사장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대법원은 2005년 4월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법원은 아울러 특검이 파업유도 몸통으로 봤던 강 전 사장의 경우도 “조폐창 조기 통폐합으로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맞지만 이를 파업을 유도해 생산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 냈다. 다만 불성실한 단체교섭과 노사협의회 의결사항 불이행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강 전 사장의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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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딴소리]조희연의 자사고
    조희연의 자사고
    김영환 기자 2022.12.18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최초의 3선 서울시교육감이 된 조희연 교육감은 고교 선배이다. 그리고 잘 알려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 폐지론자다. 최근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에 올해에만 120억원에 달하는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주지 않아 또 구설에 올랐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17년 청와대 앞에서 자사고·외고 등 폐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지난 2019년 그는 본인의 모교인 서울 중앙고에 대해 자사고 취소를 결정했다가 법원의 반대로 발목잡혔다. 과거 “양반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던 조 교육감의 인식을 고려하면 왜 모교의 자사고 취소를 강행했는지 어렴풋이 이해된다.다만 당시 중앙고를 빼고도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한대부고 등 모든 학교가 승소했다. 교육청이 임의대로 평가 기준을 바꿔놓고 뒤늦게 소급적용한 게 법원에선 위법하다고 봤다. 이 소송에서 2억원에 가까운 혈세를 써놓고도 조 교육감은 “사법(부)의 보수화 때문”이라고 했다.이제 자사고 문제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받은 상태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2. 다른 근원적 질문을 던져본다. 조 교육감 스스로도 인정한 ‘내로남불’이다. 자사고와 외교 모두 불평등이라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조 교육감의 두 아들들은 모두 외고 출신이다.그는 지난 2021년 6월29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애들(자녀들)은 외고에 보낸 걸 (남들은) ‘내로남불’이라고 하는데, 인정한다”라고 했다.보다 먼저 논란이 됐던 이가 18대 서울시교육감인 곽노현 전 교육감이다. 그도 외고 폐지를 주장했지만 역시 아들은 외고를 나왔다. 당시 곽 전 교육감이 해명했던 “아들이 외고에 가고 싶어 했다”는 말은 믿고는 싶었다. 그러나 곽 전 교육감은 그저 시작일뿐이었다. 남의 자식은 자사고, 특목고에 보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제 자식들은 특목고에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의 정책이 본인들에게는 교육지대계에 흠뻑 취한 ‘로맨스’겠지만 십수년째 반복되는 제 자식 챙기기를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넌덜머리나는 ‘불륜’일뿐이다.3. 문재인 정부 시절 법적으로 자사고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작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자녀들을 각종 자사고와 특목고에 입학시켜 단물을 맛봤다.서울 중앙고등학교(사진=연합뉴스)전직 교육부 장관으로 외고 폐지 정책을 추진해 온 김진표 국회의장의 딸이 외고를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냈던 황희 전 장관의 딸도 자사고를 거쳐 외국인학교를 다녔고 중기벤처부 장관이던 권칠승 전 장관의 딸도 국제고를 졸업했다. 일일이 적자면 기사가 넘칠 정도로 해당 사례는 수두룩하다.지난 대선전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동학 최고위원으로부터 관련 지적이 나왔을 만큼 민주당의 해당 정책은 위선적이다. 이 위원은 “특수목적고를 없애자면서 자녀들은 과학고, 외고에 보냈다”라며 “위선과 내로남불의 표상이 됐다”고 비판했다.문재인 정부 시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태는 민주당이 진행해온 교육 정책에 국민들이 얼마나 큰 반감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4.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는 한영외고 출신으로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을 거쳐 의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 물론 조씨 스스로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교수이던 두 부모의 ‘스펙 적립’ 기여가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을 들끓게 만들었다.특히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조 전 수석의 딸을 논문 제1저자로 올려 주고, 조 전 장관은 장 교수의 아들에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십 확인서를 준 이른바 ‘스펙 품앗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교수 사회가 상부상조로 자녀들에게 만들어줄 스펙을, 제 기량만으로 넘어설 수 있는 수험생이 얼마나 될까.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수능 줄세우기로는 창의성 높은 인재를 뽑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렇다고 제 자식들에게만 특혜를 주려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교육 정책이 얼마나 범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전 대통령의 취임사는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전술했던 인사들로부터 모두 부정당했다. 기회를 불평등하게 주었고, 과정도 불공정했다. 결과는 따로 말할 것도 없다.조희연 교육감이 3선 서울시교육감이 됐지만 단일화를 하지 못했던 보수 진영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후보의 득표수 합계가 더 많았다. 전국적으로도 2018년 14곳을 싹쓸이했던 진보 진영은 2022년에는 5곳을 보수 진영에 넘겼다. 국민의 선택을 새길 필요가 있다.
  • [딴소리]쓰레빠의 예의
    쓰레빠의 예의
    김영환 기자 2022.12.11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슬리퍼는 뒤축을 없애 신고 벗기 편하게 만든 신발이다. 발에 걸치기 위한 특별한 장치가 없어 발등을 지나는 끈으로 고정한다. 14세기 팬터풀이라는 이름의 원형이 있었는데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슬리퍼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우리는 ‘쓰레빠’라는 일본식 발음도 친숙하다.한국에서는 1920년대 들어서면서 요릿집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방에서 방을 지나거나 화장실을 다녀올 때 간편했다. 슬리퍼 대비 신고벗기 어려운 구두나 운동화를 대신해 가벼운 목적의 왕래를 도왔다. 현재도 신발을 벗어야 하는 업장에서 흔히 제공된다.1980~9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은 신발 주머니라는 것을 들고 다녔다. 실내화를 넣는 가방이다. 물론 슬리퍼와 같은 형태가 허락된 것은 아니었고 운동화 모양의 실내화를 갈아신도록 했다.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한국에서 실내는 신을 벗고 들어서는 곳이다. 여전히 외출용 신발을 신고 실내 생활을 하는 서양식 문화와 커다란 차이다. 실내화로서의 슬리퍼가 한국인에게 널리 쓰이는 이유다.뮬 신발을 신고 있는 모델(사진=반스)2. 뮬은 슬리퍼의 한 종류다. 고대 로마어 ‘mulleus calceus’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고대 로마의 법관들이 신었던 신발을 칭하지만 같은 모양이었는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14세기 무렵 베네치아에서 뮬이 크게 유행했다. 고급 신발을 신고 외출할 때 덧대는 신발로 활용됐다.뒤축이 없다는 점은 슬리퍼와 같지만 앞코는 마감이 돼 있다. 앞에서만 본다면 슬리퍼를 신었는지 일반 신발을 신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나마 슬리퍼에 비해 격식을 갖춘 모양새다.몇 해 전 뮬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유행했을 때 지금은 이직을 했지만 당시 신입축에 속하던 후배 기자가 국회에 뮬을 신고 와서 우리끼리 화제가 됐었다. 출입처에 슬리퍼를 신고온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게 동기였던 당시 야당 반장의 강변이었다. 꼰대 자랑 마시라고 농담조로 낄낄대며 넘어갔다.3. 그러고 말 줄 알았던 슬리퍼 공방이 ‘기자의 예의’에서 ‘영부인의 예의’로까지 넘어갔다. 너무 하찮은 것들로 싸우고 있어 이걸 뉴스랍시고 다뤄야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촌극이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기자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대통령이 얘기할 때 팔짱이야 낄 수 있겠지만, 슬리퍼를 신고 온 건 뭐라 해야 할까”라며 “‘드레스 코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너무 무례한 것 아니냐.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과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고 거론했다.이를 받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제가 대변인 시절에도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인터뷰를 할 경우 모든 출입기자들이 넥타이도 갖추고 양복 입고 정식으로 의관을 갖추고 대했다”고 했다.이 같은 지적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 ‘꼬투리 잡기’로 이어졌다. 한 민주당원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 김건희 여사 사진을 들어 “MBC 기자는 대통령실에서 파는 실내화 신고 있으면 예의가 없고, 김건희는 타국주석과의 만남에 ‘쓰레빠(슬리퍼)’ 신고 다리 꼬고 접대해도 되는 이 멋진 나라”라고 비꼬았다.4. 차담이 이뤄진 청와대 상춘재는 원래 슬리퍼를 착용하는 장소다. 김 여사는 물론, 윤 대통령과 푹 주석 모두 슬리퍼를 착용했다. 실내에서는 밖에서 신는 신발을 차단하는 우리 문화를 고려하면 오히려 실외용 신발을 신는 것이 더 예의가 없는 행위였을 것이다.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차담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그렇다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이뤄진 실내에서 MBC 기자가 착용한 슬리퍼는 예의가 없는 행동인가. 그 기자가 뮬을 신어 발의 앞코를 구두나, 운동화 따위인 것처럼 위장했다면 예의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군예식령 제11조는 ‘군인은 실내에서는 탈모, 실외에서는 착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학 강의실에서 모자를 써도 되는지 여부는 해묵은 예의 논쟁 주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서양 복색의 예의다. 조선시대 남성 예의의 표상인 ‘갓’을, 임금 앞에서 벗는 장면을 상상이나 해봤는가.예의는 늘 상대적이다. 기자가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했을 때는 휴일 출근을 제외하고 단 한번도 정장을 입지 않은 적이 없다. 기자 초창기 시절 스포츠·연예부 때는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다녔다. 그 때도 잔디밭 그라운드에 하이힐을 신고오는 사람들을 두고는 뒷말이 많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4:1로 잡아낸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는 슬리퍼를 신고 그라운드에서 펠레의 안녕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들었다.기자나 영부인의 ‘슬리퍼’ 따위에서나 예의를 찾지 말자.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도 못 지키는 스스로부터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추길 바란다.
  • 전범기로서의 욱일기 [딴소리]
    전범기로서의 욱일기
    김영환 기자 2022.12.04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울릉도는 아름답지만 멀리 있는 섬이다. 살면서 한 번 가보았는데 배 타는 것에 취미가 없는지라 꽤 견디기 힘들었다. 포항에서 3시간 넘는 뱃길을 꼬박 졸며 갔던 기억이 있다.섬에는 기가 막힌 물회집이 있다. 여태 먹어본 물회 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공항 건설이 한창인 울릉도에 하늘길이 열리면 재방문 의사가 있는데, 이 집 물회의 맛이 큰 이유다.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2020 도쿄 하계올림픽대회 및 하계패럴림픽대회에서의 욱일기 경기장 내 반입 금지금지 조치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그 물회집에서 몇몇 독도 전문가 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울릉도에서 선연하게 보이는 섬, 맑은 날이었는데도 오며가는 길에 거친 파도로 인한 멀미가 고생시켰던 섬, 독도 이야기는 평소 갖고 있던 생각과 많이 달랐다.조선시대 이전에 우리가 갖고 있던 독도의 자료는 기실 큰 필요가 없단 거였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당시 미국의 미진한 태도 때문에 ‘법’의 영역으로 들어서면 우리가 딱히 유리할 게 없다고. 어차피 독도에 대한 실효 지배는 우리가 하고 있어서 그냥 조용히 우리가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게 요지였다.2. 욱일기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공식기다. 욱일은 아침해가 떠오른다는 의미다. 영어로 욱일기를 ‘Rising Sun Flag’이라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세기 초반 일본 제국 시기에 군기로도 쓰였다.기원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메이지 유신을 지나 1870년 무렵부터 일본 해군에서 처음 활용됐다. 제국주의의 맛을 본 일본이 대륙 침략의 야욕을 내뿜던 시기다.‘철십자’를 단 독일 군복(사진=독일 연방군 SNS)일본으로부터 강제 점령기를 당했던 우리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문양이다. 이 때문인지 욱일기는 일제시대를 다룰 때 일제의 상징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최근 진행 중인 2022 카타르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행사에도 자주 응원도구로 사용된다. 그 때마다 우리는 욱일기 사용을 FIFA나 IOC 등에 제소하곤 한다. 특히 지난해 열렸던 2020 도쿄 올림픽에는 욱일기에 맞서 ‘이순신 현수막’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3. 지난 10월에는 국회에서 때아닌 욱일기 논쟁이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동해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해 욱일기와 태극기 함께 휘날리며 합동군사훈련을 한 것이 나중에 역사적으로 어떤 일의 단초가 될지 알 수 없다”고 거론하면서다. 이를 놓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달고 부산항이나 인천항 등에 입항한 전적을 들었다. 요컨대 욱일기 문제를 여야 정쟁화 삼지 말란 경고다.2007년 9월 인천항에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연습함대 카시마함 위에서 자위대 장병들이 인천해역방어사령관(준장 김용환)에게 경례하고 있다.(사진=박대출 의원 페이스북)실제 1998년과 2008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 일본 자위대 함정이 참석하면서 욱일기를 게양했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욱일기 논란이 거세진 것은 요근래의 일이다.월드컵에서 FIFA는 욱일기 사용을 자제시킨다. 그러나 욱일기라서가 아니다. FIFA는 욱일기에 비하면 그다지 논란이 되지 않는 한반도기도 막는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는 IOC로부터 동메달을 박탈받을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사실 욱일기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기 시작한 건 이 즈음부터다. ‘독도 세리머니’는 막으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욱일기 응원은 가능하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4. 아쉬운 것은 이 같은 문제 의식이 한반도 내에만 갇혀 있단 사실이다. 우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욱일기 응원이 제지됐다고 즐거워하지만 외신에는 Rising Sun Flag를 언급하는 기사를 찾기 어렵다. 우리와 비슷하게 일제로부터 침략을 당했던 중국도 욱일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일각에서는 서구 사회에서 금기시된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일장기가 하켄크로이츠에 대응되고 욱일기는 독일군의 상징인 철십자와 유사하다는 것이다.물론 꼭 맞는 비유는 아니다. 현재의 독일 국기조차 치워버렸던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다르게 일본은 제국주의와의 완전한 단절에 미적거린 사회다. 그렇더라도 애매모호한 개념의 ‘전범기’ 같은 우리만의 적개심으로 욱일기를 다그칠 일이 아니다. 우리 여야가 정쟁으로 비화시키는 것도 소모적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독일 국기를 빼앗아 치우고 있다.실제 욱일기가 일본 우경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세계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폴란드에게 있어 전범 독일의 군대를 상징하는 ‘철십자’는 우리에게 있어 욱일기와 유사한 대상이다. 우리에게 철십자는 어떤 의미인가. 아니 인지조차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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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회 가문' 한화의 성공[오너의 취향]
    '성공회 가문' 한화의 성공
    전재욱 기자 2022.12.13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한화 창업주 현암(玄巖) 김종희는 어려서 별명이 ‘대갈 장군’이었다. 출생(1922년)하고 유년기를 보낸 충남 천안군 천안면 부대리(현 천안시 서북구 부대동)에서 머리 크기로 현암을 당할 친구가 없었다. 머리가 크면 공부를 잘한다는 속설은 그에게 해당했다. 총명하던 현암은 마을의 북일학교(현 천안부대초)를 다녔다. 부대리 성공회 신자들이 세우고 영국 성공회 신부 세실 쿠퍼(한국명 구세실)가 교편을 잡은 서양식 교육 기관이었다.인천 남동구 옛 한화화약공장 부지에 있는 예배당 성 디도 채플. 화약 제조 공정에 투입된 임직원 안전과 회사의 안녕을 기도하는 공간이다. 공장은 현재 한화기념관으로 바뀌었다.(사진=한화)현암은 북일학교에서 공부하며 독실한 성공회 신자로 자랐다. 당시 세실 신부에게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디도. 북일학교에서 받은 교육은 디도가 1937년 서울의 경기도립상업학교(도상·현 경기상고)에 입학하는 데에 밑거름이 됐다. 도상은 국내 제일의 고등교육기관이었다. 최고 실력을 갖춘 한국과 일본 학생이 모여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디도는 여기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시련은 뜻밖의 순간 닥쳤다. 한국 학생이 일본 학생에게 구타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 디도가 싸움에 끼었다. 기골장대 디도의 완력에 일인 학생은 나가떨어졌다. 이 일로 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애초 디도의 부친은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농사짓기를 바랐다.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학업을 이어간 상황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것이다. 크게 좌절한 디도가 찾아간 곳은 서울 성공회 대성당이었다. 마침 부대리에 있던 세실 신부가 한국교구장으로 부임해 있었다. “하나님은 우리를 시련을 주시면서 키운다네.” 신부의 격려에 힘을 낸 디도는 원산상업학교로 전학하고 학업을 마쳤다.졸업한 디도는 1942년 일인이 운영하는 조선화약공판주식회사에 취업했다. 1945년 8월 일본이 패전을 선언하자 회사의 일인 경영진은 고국으로 돌아갔다. 디도는 지배인으로 임명돼 사실상 회사를 인수했다. 미 군정이 들어서고 화약 수요가 늘어 회사 매출은 크게 뛰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회사는 1952년 한국화약(한화) 주식회사로 재출범했다. 디도는 회사의 인천 화약공장 한편에 성 디도 채플 공간을 마련했다. 위험한 화약 공정에 투입된 임직원의 안전과 회사의 안녕을 기원하는 예배당이다.해방과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디도를 기쁘게 한 것은 세실 신부의 귀환이었다. 세실 신부는 대한성공회가 반일 성명을 낸 것을 계기로 1941년 한국에서 추방당했다. 세상이 바뀌고 1946년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디도는 세실 신부를 면담하면서 유년기를 회상했다. 영국인 세실 신부는 인도 총독의 아들로서 유복하게 자란 영국 귀족이었다. ‘세실 신부의 헌신이 아니었으면 부대리 마을 아이들은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디도가 1975년 천안북일고를 설립해 교육 사업에 뛰어드는 데에는 세실 신부의 영향이 지대적이었다.김종희 한화 창업주.(사진=한화)한화 가(家)는 디도의 조부부터 장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세례명 프란시스)과 손자 대에 이르기까지 성공회 신자다. 김 회장은 1988년부터 성공회대 이사를 지내다가 1997년 5대 이사장에 취임할 만큼 독실하다. 한화그룹은 성공회대 대학본부 건물 건립을 후원했고, 학교 측은 1992년 본관을 ‘승연관’이라고 명명했다. 프란시스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19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구조조정특별위원장을 지낼 당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성공회는 한화가 분가할 당시 집안을 결속하는 역할을 했다. 디도가 1981년 갑작스레 숨을 거두자 한화가 장남(김승연)은 그룹을, 차남(김호연)은 빙그레를 각각 맡게 됐다. 1990년 초반, 이 과정에서 승계와 상속 문제를 두고 형제는 크게 다퉜다. 두 사람은 1995년 부친의 영정에서 눈물로 화해했는데, 디도의 부인 강태영 여사(세례명 아가다)는 이를 새기고자 가톨릭 종교시설 꽃동네에 10억 원을 헌금으로 냈다. 김 회장 3남매는 이듬해 모친의 고희를 기념해 꽃동네에 다시 1억 원을 기부했다. “내게는 잔치보다 가족의 화합이 큰 선물”이라는 게 아가다 요청이었다.성공회는 영국 개신교 교회로서 그리스도교 가운데 가톨릭과 정교회에 이어 교세가 크다. 대한성공회는 1890년 설립돼 올해로 선교 132주년을 맞았다.
  • 재벌 일상이 궁금해? 이들의 SNS를 보라[오너의 취향]
    재벌 일상이 궁금해? 이들의 SNS를 보라
    김영환 기자 2022.12.08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최근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 대중이 스타만큼이나 열광하는 존재가 재벌이다. 시대가 지나도 재벌가의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되고 뭇사람들의 시선을 이끈다. 다만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재벌들은 다소 작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호화로운 저택에서 명품 양복을 차려입고 값비싼 와인을 마신다. 키우는 반려동물에게는 일반인들은 생각도 못할 만큼 비싼 먹이를 준다.이런 거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줄이는 재벌들이 있다. 특히 창업주의 3~4세들은 자신들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로,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여준다.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왼쪽)과 배우 이제훈(사진=박서원 인스타그램)박용만 두산그룹 9대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은 영민하게 SNS를 활용하는 인플루언서다. 오리콤 부사장과 두산매거진 대표이사 등을 거쳐 독자 노선을 선언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경영인이다. 박 전 부사장은 SNS에 자신을 ‘예술가’로 소개하고 있다.박 전 부사장은 괴짜 재벌 4세로 주목받았다. 지난 2011년 펴낸 책 제목도 ‘생각하는 미친놈(세상을 유혹하는 크리에이터 박서원의 미친 발상법과 독한 실행력)’이다. 박 전 부사장은 단국대를 중퇴한 후 도망치듯 2000년 뉴욕으로 떠났다. 대학생 시절 전공인 경영학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과를 6번이나 바꿀 만큼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그러나 진로를 디자인으로 정한 뒤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를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국제 5대 광고제를 석권하면서 유망한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박 전 부사장은 재벌가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경영 수업을 마다하고 ‘광고인 박서원’의 길을 걸었다. 최근 부친인 박용만 전 회장과 함께 두산그룹의 지분을 모두 청산하고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고 있다.박 전 부사장의 SNS에는 다양한 유명인이 등장한다. 배우 이제훈, 래퍼 그레이, 로꼬, 그루비룸, 미란이, 비비, 창모, 아이돌 샤이니 민호 등이 박 전 부사장의 SNS에 흔적을 남긴 스타들이다. 블랙핑크, 송중기, 박보검 등도 다녀갔다.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이제훈과 콜래보레이션(협업)한 콘텐츠 개발 소식을 알렸다. 박 전 부사장은 “하로킨(HAROKIN)이라는 스토리텔링 집단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제훈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사진=함연지 유튜브 ‘햄연지’ 캡처)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오뚜기 3세 함연지는 가장 활발하게 대중과 소통하는 재벌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은 물론 유튜브 채널 ‘햄연지’를 개설해 자신의 일상을 자주 공유하고 있다.함연지는 가족사진도 거리낌 없이 공개한다. 가족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함연지의 남편은 ‘햄연지’에도 자주 등장한다. 지난 2020년 어버이날에는 아버지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출연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최근에는 뉴욕으로 이사해 뉴욕 생활을 영상으로 담아 전하고 있다. 남편이 뉴욕대학원 전액 장학생으로 진학하게 되면서다. 한편으로는 오뚜기의 신제품 홍보에도 나서면서 회사에도 도움을 준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의 동생 이해창 켐텍 대표의 장녀 이주영 역시 SNS 활동이 활발한 재벌가다. 2000년생인 그녀는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호화로운 생활을 유튜브 채널로 공개해 인기를 얻고 있다.‘쥴스 다이어리 julesjylee’라는 이주영의 채널은 현재 4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과 뷰티에 대한 관심사를 영상에 담아 공개하고, 해외여행과 미국 유학 생활을 공유하면서 일상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다. 1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이주영은 환경보호나 소외계층 돕기에 힘쓰는 중소 브랜드 소개에도 열심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생리 빈곤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환기시키고 있다.(사진=이주영 인스타그램)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삼성가이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못 말리는 것이 막내 이원주 양의 ‘인싸력’이다. 지금은 동영상이 모두 삭제됐지만 한 유튜버 채널에서 절친인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의 차녀 홍지수 양과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영상이 노출됐다.이 양이 직접 운영하는 채널은 비공개지만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노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다른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공개됐다. 수수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먹거나 춤을 추는 등 10대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 사진작가 꿈을 이룬 재벌총수 박용만[오너의 취향]
    사진작가 꿈을 이룬 재벌총수 박용만
    한광범 기자 2022.11.3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사진기자를 꿈꾼 재벌가 자제고등학교 시절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런 꿈을 꿨던 이가 있다.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한 박용만(67) 벨스트리트파트너스 회장의 이야기다.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사진=라이카코리아)박 회장은 재계에서 유명한 사진 마니아다. 고교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을 보인 박 회장은 부친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반대로 사진기자의 꿈은 포기했지만 기업인이 된 후에도 사진에 대한 열정만은 잊지 않았다. 두산 입사 후에도 사진작가로의 전직을 고심했을 정도다. 박 회장은 여전히 서가에 사진집이 가득 차있고, 즐겨 보는 책도 사진집일 정도로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기업인으로 바쁜 생활 속에서도 그는 틈틈이 사진을 찍었다. 평소에도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거리 풍경, 주변 사람 등 일상을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작가 박용만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력자로 평가받는다. 오래전부터 운영해온 인스타그램 계정은 사진작가 박용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전시장에 가깝다.박 회장이 찍은 사진은 유명 가수의 앨범에 실리기도 했다. 가수 양희은은 1998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앨범을 발매할 당시 박 회장에게 허락을 받고, 미리 본 적 있던 박 회장의 작품 사진을 앨범 재킷에 사용했다. 박용만 회장의 촬영 사진을 앨범 표지로 사용한 양희은 ‘1991’ 앨범.박 회장이 지난해 초 발간한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의 표지에도 독일 고급 카메라인 라이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작가 소개란 중에도 “소통하는 대기업 CEO로 잘 알려져있지만 쉬는 날엔 혼자 골목골목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적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3년 7월 박 회장이 회장으로 추대된 이후부터 사진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상공인들의 삶을 사진을 통해 담아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박 회장에게 사진은 이처럼 단순히 취미활동에 그치지 않고 세상과의 소통 수단이다. 박 회장은 오래전부터 ‘소통하는 재벌’로 주목받았다. 소통보다는 ‘은둔’이 더 잘 어울리는 보통의 재벌가와 달리 박 회장은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적극적인 소통을 해왔다.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거나,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그룹 직원은 물론 일반 시민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2010년엔 한 방송에 직접 출연해 자신의 집을 공개하며 재벌 회장의 생생한 일상을 보여주는 파격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두산그룹 회장을 맡을 당시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박 회장은 올해 초 자신과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두산과 완전히 결별했다. 결별을 결정한 후 박 회장은 지난 3월 배우 류준열, 포토저널리스트 신웅재, 20세기 초현실주의 사진 거장 랄프 깁슨, 미국계 한국인인 ‘앰부쉬’ 패션 디자이너 윤 안, 버추얼 아티스트 웨이드와 함께 ‘오! 라이카(O! Leica) 2022’에 작품을 전시했다. 오랜 꿈이었던 ‘사진작가’ 박용만이 현실화 된 것이다.‘오! 라이카2022’에 전시된 박용만 회장 작품. (사진=라이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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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신세계 유통 3대장과 맞손…"연내 혁신 제품 공동 개발"

남궁민관 기자 2023.06.08

[talk talk 살롱]과시냐 만족이냐, 명품의 두 얼굴

박철근 기자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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