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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갤러리] 8년간 붓을 갈았나 '리본' 위해…김명곤 '리본'
    8년간 붓을 갈았나 '리본' 위해…김명곤 '리본'
    오현주 기자 2022.05.10
    김명곤 ‘리본’(Reborn), 혼합재료, 53.0×45.5㎝(사진=갤러리작)[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긴 끈으로 울퉁불퉁하게 줄을 맞춘 화면에 얽히고설킨 실들이 어지럽다. 역동적이고 격정적이기까지 한 이 엉킴을 만들고 작가가 달아둔 타이틀은 ‘리본’(2022)이다. 끈이나 헝겊으로 만든 장식 리본(ribbon)이 아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리본(Reborn)이다. 어느 작가의 어떤 작업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가의 이름 아래 걸렸던 기존 작업을 떠올리면 놀라울 따름인데. 맞다. 작가 김명곤(55) 하면 마땅히 자동차였다. 그것도 그냥 차인가. 한때 국민승용차였던 포니부터 최고급 클래식카, 당장 뛰쳐나갈 듯한 스포츠카 등을 세웠는데, 그 지붕이나 꽁무니에 부풀린 꽃이나 빵빵한 풍선을 매달아 세상의 꿈까지 대변해왔던 거다. 그렇게 알록달록한 희망을 꺼냈던 작가가 불쑥 들이민, 한지·먹을 동원한 무채색의 반추상화라니. 그간 감춰뒀던 이 비상은 한국 전통가옥에서 따왔단다. 안동 하회마을에 머물며 봤던 기와, 담벼락, 단청 등을 작가의 오랜 구상에 녹였다는데. 8년이 걸렸다는, 그동안 붓을 갈았을 ‘한국 정체성’ 연작의 시작이다. 서울 서초구 매헌로 갤러리작서 여는 기획전 ‘리:본’(Re:Born)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 개관 15주년을 기념한 전시다. 작가의 ‘리본’에 맥과 결을 맞춰, 늘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뜻을 걸었다. 그간 갤러리서 꾸준히 소개해왔던, 김명곤을 포함해 김덕용·김정수·김태호·김창열·전광영 등 ‘큰 작가 6인전’으로 꾸리고 신작(작고한 김창열 작품은 예외) 30여점을 걸었다. 전시는 24일까지. 김창열 ‘회귀’(2017), 마포에 유채, 116.3×80.2㎝(사진=갤러리작)김덕용 ‘결-심현’(2022), 나무에 혼합재료, 100×100㎝(사진=갤러리작)김정수 ‘진달래-축복’(2021), 캔버스에 오일, 72.7×60.6㎝(사진=갤러리작)김태호 ‘내재율’(Internal Rhythm 202169·2021), 캔버스에 아크릴, 54×46㎝(사진=갤러리작)전광영 ‘집합’(2022), 닥종이에 혼합재료, 117×93㎝(사진=갤러리작)
  • [e갤러리] 알록달록한 불안을 제치고…김채린 '계속 놀자!'
    알록달록한 불안을 제치고…김채린 '계속 놀자!'
    오현주 기자 2022.05.07
    김채린 ‘계속 놀자!’(사진=갤러리도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래만 보면 울긋불긋한 색잔치다. 분홍색 바닥 위에 흰선을 그은, 테니스코트처럼 보이는 공간에 빨갛고 파랗고 노란 공들이 흩어져 즐거운 놀이가 진행 중인 듯하다. 하지만 ‘핑크빛’은 여기까지다. 시선을 위로 옮겨갈수록 우중충하게 뻗쳐내리는 기운이 감지되는 거다. 공사장 칸막이로 쓰일 법한 불투명한 천이 애써 바람을 막고 있고, 바람을 일으킨 주범인 회색하늘은 잔뜩 내려앉았다. 결정적으론 코트를 가르는 네트가 말이다. 공평한 게임이 도저히 불가능한 자리에 떡하니 놓인 거다. 이 모든 장치는 ‘현대인’이 최대 관심사란 작가 김채린이 만들었다. 들여다볼수록 서서히 간파할 수 있듯 작가는 ‘불안한 현대인이 놓인 장소’에 집중한다.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없는 장면들을 통해서 말이다. 놀아도 노는 게 아니고, 머물러도 머무는 게 아니고, 달리고 있어도 더 달려야 하는 상황을 한눈에 요약·정리하듯 펼쳐놓는 거다. 한마디로 내가 어디에 떨어져 있는지 헷갈리는 인생, 그거다. 그렇다고 좌절뿐인 건 아니다. 공으로 나무로, 희망을 모은 듯한 알록달록한 색감은 여전히 그곳의 찰나에 살아있는 듯하니. ‘계속 놀자!’(Keep Playing!·2022)고 말이다.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개인전 ‘찾을 수 없는 섬’(An Island That Can’t Be Found)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80.3×80.3㎝. 갤러리도스 제공. 김채린 ‘휴식 스톱’(Rest Stop·2021), 캔버스에 아크릴, 73× 92㎝(사진=갤러리도스)김채린 ‘도로 옆’(Next to the Road·2022), 혼합재료, 40.9×53.0㎝(사진=갤러리도스)
  • [e갤러리] 생존 위한 '스트라이크'…이한범 '에이스 재규어'
    생존 위한 '스트라이크'…이한범 '에이스 재규어'
    오현주 기자 2022.05.05
    이한범 ‘에이스 재규어’(사진=금호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마운드에서 투수 코스프레 중인 저 ‘동물’은 재규어다. 유니폼으로 감싼 한쪽 다리를 한껏 치켜올린 투구폼이 그럴듯하다. 그런데 여기저기 박혀 있는 문구가 재규어의 투구폼을 온전히 감상하려는 데 영 걸리적거리는 거다. 우선 우람한 팔뚝부터 보자. ‘서바이벌’(survival·생존)이란다. 글로브에는? ‘라이프’(life·삶)라고. 또 모자엔 ‘0 CO2 2050’이라는데, 유추해보자면 ‘2050년까지 탄소 제로’ 이런 뜻일 터. 한 장의 포스터인지 한 컷의 만화인지, ‘팝아트의 극대화 버전’이라 할 만한 이 장면은 작가 이한범(38)이 캔버스 위에 붓과 물감으로 빼냈다. 작가는 무엇보다 독특한 작품세계로 눈길을 끈다. ‘의인화한 동물’이 아니라면 ‘누구나 알 만한 대중적 인물’을 큼직하게 박아 시선을 잡는데, 사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들을 대변인 삼아, 정치·사회·문화 등에 걸친 사회이슈나 주요현안 등에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얹는 거다. ‘에이스 재규어’(2021)를 통해 세상에 외치려 한 건 ‘환경·에너지문제’일 터. 각 잡지 않은 화면에 익살을 묻힌 붓으로 스타일리시하게 던진 메시지라고 할까. 17일까지 광주 서구 광천동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전언들’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 금호갤러리 제공. 이한범 ‘에코 황소’(Eco Bull·2021),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사진=금호갤러리)이한범 ‘달마 대사’(2020),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사진=금호갤러리)
  • [e갤러리] '닥터 신'의 분방한 봄빛…신철 '봄이 시작할 즈음'
    '닥터 신'의 분방한 봄빛…신철 '봄이 시작할 즈음'
    오현주 기자 2022.05.04
    신철 ‘봄이 시작할 쯤’(사진=갤러리두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늘 아래 뭉게구름, 그 아래 설산과 흙산, 그 아래 노르스름한 나무, 그 아래 빨간지붕 집, 그 아래 푸릇한 새싹. 꽉 찬 풍경이 숨가쁘게 하나씩 열린다. 이젠 그래도 된다. 봄이니까. 모두 깨우고 다시 세우는 봄이니까. ‘봄이 시작할 즈음’(2022)이란 타이틀이 그럴듯한 작품은 작가 신철(65·고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의 바쁜 붓끝에서 나왔다. 사실 작가명이 낯설지 않다면 순간 ‘아, 깜짝이야’ 할 수도 있다. 중견작가 신철(69)에게 이런 화풍도 있었나 했을 테니. 맞다. 작품은 같은 이름의 다른 이가 그린 거다. 끝자락에 올린 사인 ‘닥터 신’에서 엿볼 수 있듯 작가의 본업은 의사다. 5년 전쯤 체코화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보곤 본격적으로 ‘붓을 잡아보자’고 했단다. 한두 점 그리다 말 거라면 시작도 안 했다고 할까. “봄·여름·가을·겨울이 만든 조각들로, 어느 시기의 끝과 시작이 아닌 가장 아름다웠던 절정만을 뽑아내 한순간 속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작업도 작품도 봄의 절정을 맞은 셈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분방한 붓질에서 그림을 향한 열망이 먼저 튀어나온다.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28길 갤러리두인서 여는 개인전 ‘순간의 느낌으로’에서 볼 수 있다. 네 번째 개인전에 40여점을 걸었다. 종이에 아크릴·수채. 36×51㎝. 작가 소장. 갤러리두인 제공. 신철 ‘화사한 봄날’(2022), 종이에 아크릴·수채, 36×51㎝(사진=갤러리두인)신철 ‘화사한 봄날’(2022), 종이에 아크릴·수채, 36×51㎝(사진=갤러리두인)
  • [e갤러리] 튀는 대신 묻어가는 지혜…김순협 '감귤나무'
    튀는 대신 묻어가는 지혜…김순협 '감귤나무'
    오현주 기자 2022.05.02
    김순협 ‘감귤나무’(사진=토포하우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영롱한 자태.” 혹여 해가 좋은 날 노랗게 잘 익어가는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그때의 감귤농장에 가봤다면 누군가의 이런 감탄이 어색하지 않을 거다. 탱글탱글한 과육을 단숨에 물어보고 싶은 그 충동을 작가 김순협은 붓으로 표현했다. 그저 ‘감귤나무’(E2218 Gold Leaf·2022)일 뿐인데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얀 점’이다. 요란하게 튀는 점도 아니다. 원래 그랬던 그처럼 잔잔하게 흐르고 고요하게 매달려 있다. 무수히 박아둔 하얀 점이지만 노란 열매, 푸른 잎을 거스르지 않는 건 온전히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 덕이다. 그저 “내 의견이나 주장을 강렬하게 드러내지 않고 관용과 포용이 충만할 것 같은 하얀 점”이라고 표현했으니. 너도나도 앞다퉈 자극을 꺼내놓는 세상, 작가는 곧 스러져갈 듯한 점으로 대신한 거다. 사실 작가의 철학 감귤나무를 비롯해 자연의 나무들로 변화를 겪었나 보다. “사회의 거대담론과 그 앞에 놓인 개인의 처지 간 충돌과 대립에서 출발한 초기작업”이었다니. 단지 “고립된 개인으로서의 미술가가 분투해 회화가 존재할 뿐이라고 믿었던” 그 단단한 고집을 노랗고 붉은 생명체들이 깨뜨린 거다.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토포하우스서 여는 ‘김순협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12×112㎝. 작가 소장. 토포하우스 제공. 김순협 ‘감귤나무 E2220 Gold Leaf·2022), 캔버스에 오일, 97×130.3㎝(사진=토포하우스)김순협 ‘감귤나무 E2219 Gold Leaf·2022), 캔버스에 오일, 80×80㎝(사진=토포하우스)
  • [e갤러리] 묵향 대신 색향…박윤지 '37pm'
    묵향 대신 색향…박윤지 '37pm'
    오현주 기자 2022.04.27
    박윤지 37pm(사진=갤러리도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툭 늘어뜨린 커튼에 오후의 햇살이 스치면 이런 분위기를 풍길까. 그 햇살이 창밖 풍경의 그림자까지 데리고 들어왔다면 말이다. 선명하진 않지만, 아니 선명하지 않아서 되레 돋보이는 형체다. 작가 박윤지는 ‘색깔있는 동양화’를 그린다. 먹 대신 색이란 얘기다. 한지에 스며드는 묵향 대신 색향을 내는 건데. 덕분에 ‘색 입힌 여백’은 동양화 작업을 하는 작가의 독특한 장기가 됐다. 이 작업을 위해 작가가 끌어들인 키워드가 있다면 ‘빛’과 ‘창’이다. “내 작업은 빛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수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결국 일상에서 순간순간 변화하는 창문의 풍경을 빛의 도움으로 가늠하고 기록한 것이라는데. “창문에 잠시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잔상처럼 남는 감각에 집중한다”는 거다. 빛덩어리가 찰나에 남기는 색, 조형성, 리듬을 포착한다는 뜻이다. 다소곳하고 은은하게 빛을 뿌리는 ‘37pm’(2021)은 그중 한 장면이다. 축축한 상태에서 옅은 물감을 칠하면 종이에 번지듯 물감이 흡수돼 연약한 색상을 남기고, 그 과정이 여러 번 겹쳐지는 순환적 방식으로 짧지만 강렬한 ‘시간의 흐름’까지 담아냈다고 했다. 5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남겨진 풍경’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80×80㎝.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 박윤지 ‘27pm’(2022), 장지에 채색, 80×80㎝(사진=갤러리도올)박윤지 ‘45pm’(2021), 장지에 채색, 80×80㎝(사진=갤러리도올)
  • [e갤러리] 앙소르도 웃길 유쾌한 난장판…권순영 '헛소동'
    앙소르도 웃길 유쾌한 난장판…권순영 '헛소동'
    오현주 기자 2022.04.23
    권순영 ‘헛소동’(사진=갤러리소소)[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바가지를 쓴 눈사람 곁에 흰옷 입은 해골, 성직자 차림의 노인, 고깔을 뒤집어쓴 다 큰 어린아이까지, 이름도 딱히 붙이기 힘든 그들이 한바탕 춤판이라도 벌인 모양이니.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이 장면은 작가 권순영의 붓이 만든 난장판이다. 작가는 환상으로 불러낸 현실을 그린다. 어디에도 없는 듯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환상의 장치를 빌려 현실의 고통을 위로한다는 거다. 눈여겨볼 것은 역시 커튼이 걷힌 나무바닥 무대 위에 한데 뭉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 그냥 무턱대고 불러낸 이들과 장면은 아니다.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1860∼1949)를 오마주한 작품이라니까. 생과 사에 걸친, ‘인간의 숙명’이라 불리는 세상을 아이러니한 유머로 풀어놨던 그 앙소르를 변주했다는 거다.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2022)이란 타이틀을 단 작품은 앙소르의 ‘나쁜 의사들’(The Bad Doctors)에서 착안했다고 했다. 그 끝은 앙소르 앞으로 남긴 편지 한 통으로 마무리했다. “10여년 전부터 선뵌 서커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나의 어릿광대와 친구들을 자네의 무대로 초대했는데, 과연 어땠느냐”고. 29일까지 서울 중구 청계천로 더 소소에서 양유연·이진형과 여는 기획전 ‘더 소소 스페셜’에서 볼 수 있다. 2007년 파주 헤이리마을에서 개관했던 갤러리소소가 4월 서울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열면서 마련한 특별전이다. 한지에 채색. 24×33.5㎝. 작가 소장. 갤러리소소 제공. 권순영 ‘내 친구 11’(2021), 한지에 채색, 27×18㎝, 갤러리소소 제공.
  • [e갤러리] 누가 미로를 절망이라 했는가…박성수 '희망을 놓지 않던 순간엔'
    누가 미로를 절망이라 했는가…박성수 '희망을 놓지 않던 순간엔'
    오현주 기자 2022.04.22
    박성수 ‘희망을 놓지 않던 순간엔’(사진=도로시살롱)[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첩첩이 둘러친 벽을 더듬으며 출구를 찾아 헤매는, 그리 반갑지 고통에 가까운 않은 상상. 세상이 ‘미로’라 부르는 그거다. 결말이 명쾌하긴 쉽지 않다. 뱅뱅 돌다가 나갈 길을 찾기는커녕 더 깊숙이 빠진 채 끝내 버리니까. 그런데 저 미로는 좀 다르다. 군데군데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보이니까. 작가 박성수는 그런 미로를 그린다. 작가의 미로에는 실 같은 끈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주사위도 있고 타로도 있다. 결정적으로는 손이 있다. 바로 “구불구불한 미로 속에서 함께 자신의 길을 찾고 또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은유한 거다. 작가에게 미로는 ‘길이 모여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란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작가의 캐릭터도 한몫을 한다. ‘빙고’와 ‘모모’라는 하얀 개와 빨간 고양이라는데, 이들을 통해 마치 사람이 그런 것처럼 “미로 안에서 여정을 즐기며 길을 거닐기도 하고 지쳐 쓰러지기도 하며, 갇히기도 담을 타고 넘기도 하며,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스치기도 한다”는 거다. “미로를 헤매다 다른 미로를 만들고 그 미로를 다행히 빠져나와 다음 미로로 가는 길”, 그 일상의 반복이 ‘희망을 놓지 않던 순간엔’(2022)에 그린 인생살이란다.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죽을 만큼 화났다가, 미칠 만큼 좋았다가’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60×60㎝. 작가 소장. 도로시살롱 제공. 박성수 ‘사라지지 않을 시간들’(2021), 캔버스에 오일, 130.3×162.2㎝(사진=도로시살롱)박성수 ‘모두의 순간’(2021), 캔버스에 오일, 130.3×162.2㎝(사진=도로시살롱)
  • [e갤러리] 어디만큼 왔는지, 대답없는 길…오아 '긴 꿈이었을까'
    어디만큼 왔는지, 대답없는 길…오아 '긴 꿈이었을까'
    오현주 기자 2022.04.21
    오아 ‘긴 꿈이었을까’(사진=아트로직스페이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망연자실한 채 주저앉은 초로의 남자. 삼선 슬리퍼 차림의 저 남자가 운동장 트랙처럼 보이는 바닥에 왜 저렇게 털썩 꺼져 있는지 우린 알지 못한다. 귀퉁이에 놓인 주차금지 고깔콘도, 잘 접힌 딱지 두 장도 저 상황을 설명하는 덴 부족하다. 어차피 사람은 사람을 모른다. 하물며 켜켜이 쌓인 속사정이 한보따리라면.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작가 오아(본명 김성은)가 한다. 누군가의 외현을 보고 표정과 몸짓을 관찰하고 심리까지 파악해 화면에 옮기는 일 말이다. ‘긴 꿈이었을까’(2022)는 그렇게 만든 한 단면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남자가 젊은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회상하는 장면”이라고 했다. 힌트를 더 얻자면, 길게 이은 하얀라인은 인생을 말한단다. 산 날보다 살 날이 턱없이 짧은 그 줄 끝에 고깔콘으로 야속한 정지신호를 만든 거다.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안내하는 이정표’이길 바란다는 작가의 작업에서, 그저 쉽게 나온 인물상일 리 없다. “긴장감 속에서 장지에 먹과 분채, 아교를 적절하게 혼합해 진채로 덫칠해가는데, 인물의 미묘한 표정을 수십번 고친다”고 했다. 쉬운 인생이 없듯 쉬운 그림도 없다, 특히 사람을 그리는 일이라면.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아트로직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짙은 방’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먹·분채·호분. 116.8×91㎝. 작가 소장. 아트로직스페이스 제공. 오아 ‘영재의 시간’(2022), 장지에 먹·분채·호분, 90.9×72.7㎝(사진=아트로직스페이스)오아 ‘아직은 알 수 없어’(2021), 장지에 먹·분채·호분, 162.2×130.3㎝(사진=아트로직스페이스)오아 ‘부럽지가 않아’(2022), 장지에 먹·분채, 170×70㎝(사진=아트로직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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