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매 속에서 비둘기 찾기

  • 등록 2023-02-27 오전 4:05:06

    수정 2023-02-27 오전 4:05:06

[이데일리 피용익 증권시장부장] 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기대감’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등이다. 올해 들어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며 1월 랠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과 7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란 단어가 연달아 나오자 시장은 그간의 기대감이 현실이 된 것처럼 환호했다. 연내 금리 인하 전망까지 나왔다.

그동안 파월 의장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시장을 긴장시켜 왔다. 그런 그가 금리 인상 사이클 시작 후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는 것은 충분히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메시지로 해석될 만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다. 이후 주가는 한 달째 박스권에 갇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디스인플레이션을 입증할 만한 경제지표가 뒷따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14일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4%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5.6% 상승했다. 지난해 6월 9.1%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둔화된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한참 웃돈다. 24일에 나온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근원 PCE는 1년 전보다 4.7% 뛰었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FP)
그렇다면 파월 의장은 왜 디스인플레이션을 입에 올렸을까. 시장은 왜 섣부른 피봇(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키웠을까.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당시 발언을 자세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일 파월 의장은 “상품을 중심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여준다”고도 했다. “과도하게 긴축할 의도는 없다”는 말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긴축 정책이) 서비스 분야에는 영향이 가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명확하게 말했다. 7일 발언도 보자. 그는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하긴 했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말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파월 의장은 팩트를 토대로 ‘비둘기’와 ‘매’가 뒤섞인 중립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런데 피봇 기대감에 들뜬 투자자들은 그의 발언에서 ‘비둘기’만 찾아 멋대로 해석한 셈이다.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발언 직후 시장에 확산됐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쏙 들어갔다. 오히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 때까지 파월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무슨 발언을 할지, 연준이 통화정책에 참고하는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투자자들이 또다시 비둘기를 찾아 나설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기대감이 없는 증시는 상승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녀 골퍼' 이세희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