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레터 하나가 만드는 큰 차이

  • 등록 2023-04-17 오전 5:02:00

    수정 2023-04-17 오전 5:02:00

[이데일리 권소현 마켓in 센터장] “SVB 사태가 터졌는데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중에서는 이에 대해 레터를 보낸 곳이 거의 없었다. 해외 운용사들은 묻기 전에 먼저 메일을 보낸다. 국내와 해외 운용사의 차이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자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SVB 익스포저(투자규모)를 따져보느라 분주했다.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의 은행이었던 데다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이 나스닥 상장사였던 만큼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연기금 및 공제회들이 SVB의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히가도 했지만 위탁을 준 펀드를 통해서도 일정부분 노출이 됐다.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차치하고라도 당장 SVB파이낸셜그룹 주식이 거래정지된 상황에서 해외 위탁운용사들은 이 상황을 어떠한 시각으로 보고 있고, 현 상황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메일을 통해 상세히 설명한 반면 국내 운용사들은 먼저 연락을 해야 설명하고, 자료를 요청해야 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언이다.

물론 국내 위탁운용사(GP)들은 동시간대에 일을 하고 있고,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해외 GP에 비해 연락의 편의성이나 적시성 면에서는 분명 낫다. 하지만 능동적, 선제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에게 연례서한을 보내는 국내 GP들도 많지 않다. 과거에 비해 늘긴 했지만, 으레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에는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펀드를 운용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해외 GP들과는 차이가 분명히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 해외 운용사들은 상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한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중 홈페이지에 ‘Investor’ 코너를 따로 두고 있는 곳이 상당하다. 출자자들이 부여받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고 들어가면 언제든 펀드 운용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이터룸인 것이다.

사실 국내 기관전용(옛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역사가 짧은 것 치고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약정액은 125조7829억원으로 2015년 말 58조518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한때 라임이나 옵티머스와 같은 ‘헤지펀드형’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면서 ‘경여참여형’ 사모펀드도 다 같은 사모펀드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 이후 사모펀드 분류 체계가 기관전용과 일반으로 바뀌는 등 굴곡이 있었지만 기관전용은 운용자산(AUM)이나 투자회수 규모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성과도 해외 GP 못지 않다. 딜 소싱에서부터 인수합병(M&A), 인수 후 통합관리(PMI), 투자회수까지 이어지는 사이클이 몇 번 돌지도 않았는데 높은 내부수익률(IRR)을 안겨준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는 게 기관투자자(LP)들의 중론이다. 한편으로는 과거 기업간 딜이 대부분이었던 M&A 시장을 사모펀드가 주도하면서 기업 사업구조 재편과 구조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고, 인수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점도 인정할만 하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을 또 다른 사모펀드에 파는 세컨더리 딜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에서의 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 기관투자자에 대한 서비스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LP들은 출자 전과 후로 GP와의 소위 ‘갑을’ 관계가 미묘하게 바뀐다는 얘기도 한다. 한국 안에서만 노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해외 LP들로부터 위탁을 받고, 크로스보더 딜도 확대하려면 서비스 수준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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