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이민은 처음이지

[데스크칼럼]
  • 등록 2023-05-03 오전 5:00:00

    수정 2023-05-03 오전 5:04:39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삼천리는 초만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낳아 잘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과거 산아제한 구호들이다. 집집마다 사남매나 오남매가 흔했던 시절의 얘기다. 70·8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냈던 중장년층들은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현 상황은 정반대다. 저출산의 공포가 온나라를 뒤덮고 있다. 출산율로만 따지면 거의 절망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비교 대상조차 없는 월드클래스 꼴찌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

저출산의 후폭풍은 엄청나다. 대한민국을 뿌리째 뒤흔든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교육·병역·연금의 연속성이 무너진다.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고를 비롯한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한다. 병역자원 급감에 국방 공백도 우려된다. 연금재정 악화를 방지할 근본 대책도 없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소멸도 가속화된다. 무엇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라는 엇박자는 성장잠재력 훼손과 과도한 노인부양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가 저출산 대응으로 쏟아부은 예산만도 수백조다. 백약이 무효였다. 완벽한 실패다. 결혼·출산·양육은 축복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강요가 돼버렸다. “아이들이 제 먹을 것은 타고 난다”는 덕담도 오지랖에 불과하다. 과도한 집값은 결혼의 최대 장애물이다. 일과 육아의 병행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오죽하면 최저임금 적용없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이 발의됐을까. 사교육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마이너스다. 차라리 혼자 살거나 딩크족이 편하다.

현실을 인정하자. 저출산 흐름을 뒤집을 획기적 대책은 애초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구조가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물이다. 남은 선택지는 나라밖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이다. 마주하기 싫지만 불편한 진실이다. 이민을 통한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 실제 유럽의 수많은 나라들 역시 이민으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해왔다.

팬데믹 이후 농어촌은 물론 중소기업 현장은 인력난으로 아우성이다. 외국인노동자가 없었다면 벌써 사망선고를 받았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이민이다. 사회·문화·심리적으로 이민을 금기시하고 있을 뿐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 전에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민을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글로벌 영토확장이라는 대한민국의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채택해볼 수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는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민족주의 성향이 유독 강하다. 특히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위험수위다. 대구에서 수년째 이어진 이슬람사원 건축 갈등이 대표적이다.

‘어서와 이민은 처음이지’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이 아니다. 어쩌면 인구절벽의 유일한 해결책일지 모른다. 이민은 대단히 논쟁적인 화두다. 부작용 최소화를 전제로 조심스럽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그리고 더 큰 비용을 치르기 전에 저출산 대안으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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