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새벽’ 박노해…“나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으니”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528쪽|느린걸음
  • 등록 2022-05-19 오전 5:30:00

    수정 2022-05-19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38년 전 첫 시집 ‘노동의 새벽’(1984)은 한국 사회와 문단에 큰 충격을 줬다. 구로공단의 노동 현장을 비판한 이 시집은 그 자체로 1980년대 노동문학의 상징이었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하에 금서(禁書)가 됐음에도 100만부가 팔렸다.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의 앞글자를 딴 필명은 스스로 생을 두고 결단한 이번 생의 이름이었다.

박노해(65·본명 박기평) 시인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2010년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12년 만이다. 시인의 육필 원고 3000여 편 가운데 301편을 추렸다.

12년 만에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출간한 박노해 시인(사진=느린걸음).
어느덧 예순을 훌쩍 넘긴 시인의 언어는 우리의 삶을 관통한다.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노동의 새벽’ 중)고 토해내던 울분은 ‘내가 죽어도 나를 거름 삼아 커나가는/ 아, 사랑은 내 심장에 나무를 심는 것’(‘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중)이라는 깊은 울림으로 바뀌었다.

이 시대 청춘들에겐 ‘젊음은 무관의 권력이어서’, ‘젊음은, 조심하라’(‘젊음은, 조심하라’ 중)고 하고, 시대를 향해선 ‘젊음은 위로가 아닌 활로가 필요하다’(‘젊음에 대한 모독’ 중)고 직언한다.

시인으로서 각오도 담았다. ‘시인은 혁명가다/ 원칙은 세 가지다// 가난할 것/ 저항할 것/ 고독할 것’(‘시인의 각오’ 중)이라는 그는 자신을 ‘저주받은 시인이고/ 실패한 혁명가이며/ 추방당한 유랑자’라고 명명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시퍼렇게 늙었고/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고/ 나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으니”(‘취한 밤의 독백’ 중)라고 취중 진담을 한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사진을 찍고 다니던 침묵의 세월에도 그는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혁명가인 그의 다음 시집을 기대해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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