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K팝에 '듣보잡' 아이돌은 없다

  • 등록 2021-09-06 오전 6:00:00

    수정 2021-09-06 오전 6:00:00

오랜 무명 기간을 마치고 스타로 도약한 브레이브걸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와 뉴이스트, 멤버들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아 ‘재발견’의 각오를 다지고 있는 오메가엑스와 저스트비.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이다. 이 시는 꽃을 통해 사물과 언어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에 대한 의미 부여가 인상적인데 그 대상을 완성시킨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인터넷, SNS 등에서 요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단어로 ‘듣보잡’이 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잡스러운’이라는 의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속어다. 신인 또는 아직 인지도를 쌓지 못한 K팝 아이돌 그룹을 가리킬 때도 이 단어가 자주 쓰인다. 음원차트에서 갑자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거나 낯선 얼굴인데 음악방송에 출연을 했을 때다. 바꿔 말하면 아이돌 그룹이 실제 자신들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는 브레이브걸스가 대중에게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그렇다고 그 그룹들이 노래, 퍼포먼스 등 실력 면에서 남보다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K팝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수많은 연습생들 사이에서 실력으로 검증을 받아 선발된다. 그 치열함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 비유되기도 한다. 멤버로 뽑혀 데뷔를 했다는 것은 이들이 그 만큼 실력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대부분 실력이 빼어난 그룹들끼리 경쟁을 하다보니 멤버들과 그룹의 실력만으로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게 K팝신이기도 하다. 브레이브걸스뿐이 아니다. 지금은 최정상급 그룹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뉴이스트도 좀처럼 인지도를 쌓지 못하다 멤버 4명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 한명은 프로젝트 그룹에 최종 선발이 되고 다른 멤버들도 상위권에 오르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경우 빗속에서 진행된 라디오 공개방송 무대에서 두 멤버가 도합 7번을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무대를 끝까지 마친 게 자신들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계기가 됐다.

문제는 데뷔는 했지만 결국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해체되고 재계약에 실패하는 그룹의 멤버들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하고 활동에 매진을 해왔는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하다 보니 한번의 기회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고 그 때가 돼서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런 점에서 최근 동시에 데뷔한 두 그룹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오메가엑스와 저스트비다. 데뷔활동 후 6일 첫 싱글을 내고 컴백하는 오메가엑스는 멤버 11명 전원이 기존 다른 그룹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6인조 저스트비의 멤버들은 전원 오디션 및 신인경연 프로그램 출신이다. 이미 대중 앞에 얼굴을 내밀고 활동한 경험이 있지만 새로운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

혹자는 이들에 대해 ‘재활용’이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두 그룹 멤버들의 새로운 도전과 용기는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또 이들이 이번 활동을 ‘재발견’의 기회로 삼아 오메가엑스, 저스트비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분명하게 각인시키길 바란다. 이들의 성과가 아이돌 그룹 제작에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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