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불씨된 공수처법…대선후 전면손질 불가피[공수처1년]

與, 野 반대 무시한 채 입법 강행 결과…'졸속 입법'
해석 여지 많은 법조항 산재…공수처-검찰 갈등 단초
'유보부 이첩'·'파견 경찰 수사 투입' 등 논란 낳아
법조계 "학문적 성과 무시한 결과, 보완 입법해야"
  • 등록 2022-01-21 오전 5:30:30

    수정 2022-01-21 오전 5:30:3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부패 척결의 첨병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지난해 1월 21일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년 간 ‘인지 사건 0건’·‘기소 0건’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이 같은 비극은 ‘계획적’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던 출범 당시부터 예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 제막식.(사진=이데일리 DB)
공수처가 안착을 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졸속 입법’에 기인한다. 법조문엔 모호한 표현이 즐비해 해석의 여지가 많아 훗날 논란의 단초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는 것이 법조계 평가다. 2019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제1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시한 채 범여권 군소 정당들과 ‘4+1 협의체’를 만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강행 통과시켰다. 1년 뒤 대통령이 공수처 출범을 희망하자, 여당은 3일 만에 야당의 ‘공수처장 임명 비토권’이 무력화된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또다시 강행 처리했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수사력을 갈고 닦아야 할 시점에 모호한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검찰과 불필요한 갈등만 일으켰다. 가장 큰 논란이 된 법조항은 이첩권을 규정하는 공수처법 24조다. 해당 조항 1항은 ‘공수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 기관의 수사에, 처장이 수사 진행·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 기관은 응해야 한다’고 정한다. 공수처가 검찰에 수사는 맡기되 공소 제기 여부는 자신들이 하겠다는 ‘유보부 이첩’ 주장이 나온 근거다. 공수처는 바로 이 ‘유보부 이첩’을 두고 검찰과 얼굴을 붉혔다.

공수처 파견 경찰관의 수사 참여를 둘러싼 논란도 애매한 공수처법에 기인한다. 공수처법 44조는 ‘공수처 직무의 내용과 특수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공무원을 파견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수처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파견 받은 경찰관을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등 사건에 투입했다. 해당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수원지검 수사팀은 파견 경찰관을 수사에 참여시킨 것은 위법하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여당은 공수처가 출범한 지 1년이 됐지만 현재까지도 모호한 공수처법을 손보는 작업인 보완 입법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여당은 공수처 인력을 늘리는 법안만 냈고, 야당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수처 출범 이후 현재 계류 중인 공수처법 개정안은 총 18건이다. 이 중 10건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됐지만 아직 제대로 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수처법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더뎌지면서 공수처가 지난 17일 발간한 공수처법 주석서가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주석서에는 쟁점 조항에 대한 대립된 견해가 종합적으로 담겼을 뿐이었다. 더욱이 공수처는 주석서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며 업무에 반영할 계획도 없다고 해 발간 취지가 무엇이냐는 빈축만 샀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깊은 숙고 없이 공수처를 섣부르게 만든 것이 원인”이라며 “형사사법 절차라는 것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많은 학문적 연구 성과에 의존하기 마련인데, 공수처 설립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결국 정치적 셈법이 우선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국회가 책임지고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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