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민 볼모’ 삼는 전장연 시위방식 재고해야

  • 등록 2022-12-21 오전 6:00:00

    수정 2022-12-21 오전 6:00:0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는 지지하죠. 그런데 지금과 같은 시위 방식이라면 비(非)장애인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취재 목적으로 만난 출근길 지하철에 탄 한 시민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를 겪으며, 이 같은 말을 쏟아냈다. 장애인 관련 예산이 늘어나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출근길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것에는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1년 넘게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와 ‘이동권 보장’ 등을 외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 증진을 위해 지하철 역사 내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더 많은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확보돼 더 많이 교육받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더욱이 헌법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도 전장연의 시위 개최를 막을 수 없다.

문제는 시위 방식이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수단이 상식에 어긋난다면 집회가 가진 뜻을 관철해내기 어렵다. 전장연은 같은 열차의 승·하차를 반복하는 지연유발 행위 등으로 시위하고 있으며, 최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무정차 통과’ 강수에 ‘게릴라 시위’로 전환했다.

사회 구성원의 이해와 동의가 있어야 집회의 동력을 얻을 수 있는데, 지금처럼 출근길 시민을 볼모로 잡는 방식은 혐오만 일으킬 뿐이다. 실제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는 전장연 시위 탓에 ‘취업 면접에 못 갔다’, ‘중요한 시험에 지각했다’ 등 생업을 위협받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시점에서 가장 경청해야 할 목소리는 ‘아무 죄도 없는 이웃들에게 피해를 전가하지 말라’는 선량한 시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전장연에 휴전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오 시장의 제안은 책임 있는 소통으로 받아들인다”며 오는 21일 탑승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앞으로 전장연이 비장애인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시위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전장연이 말하는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우러져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더 빨리 올 수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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