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홍보 문구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일선 부대 주임원사들이 부대원들의 안전 귀가를 위해 기사를 자처한 것이다. 지난 해 육군 모 사단 주임원사들은 부대 내 음주사건·사고 대책을 논의하면서 각 부대 주임원사들이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일과 이후 부대 주변에서 이른바 ‘군기순찰’(안전순찰)을 돌면서 음주 후 귀가하는 부대원들을 자차로 태워다 주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부사관 후배들만 이용했지만, 지금은 초급장교나 군무원들도 연락을 한다고 한다. 주임원사들의 희생으로 현재까지 해당 사단의 음주 관련 사건은 0건이다. 이같은 방안은 타 부대에도 퍼져 당직부사관들이 음주 후 복귀하는 초급간부들을 태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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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도권 대학 학군장교(ROTC) 경쟁률이 2대1을 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육군3사관학교에 500명이 합격했지만, 460여명만 가입교했다고 한다. 작년 국회 보고에 의하면 육군 부사관은 정원 대비 19.8%가 부족하다. 육군 부사관 지원율 역시 지난 해 2.2대1로 내려앉았다.
간부 충원이 여의치 않다보니 부대 차원에서는 초급간부 1명이 매우 소중하다. 이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를 수행하는 핵심 전투력이다. 불미스러운 사고에 엮여 임무 수행이 중단되면 부대로서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주임원사들의 귀가 지원은 이들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현장부대에선 이런 절박감으로 몸부림 치는데, 군 수뇌부는 초급장교 수급 문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일인데도, 대책은 장려금 몇 푼 더주는게 사실상 전부였다. 그러고선 학군장교 복무기간 단축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유능한 인재들이 군에 모여 전투력 보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양병(養兵)은 국방장관과 총장이 다른 일을 제쳐두고 해야 할 핵심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