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부동산 시장, 50%의 진실을 경계하라

  • 등록 2023-01-16 오전 6:15:00

    수정 2023-01-16 오전 6:15:00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 그는 50%만 옳은 정보가 가장 위험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즉 “50%만 옳은 정보는 100% 틀린 정보보다 더 위험하다. 50%의 진실은 완전한 거짓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 중에는 사실도 있고 거짓도 있을 것이다. 내가 받은 정보가 모두 거짓이라면 판별이 간단해서 헷갈릴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일부는 진실이고 일부는 거짓일 때다. 진실보다 그럴 듯한 거짓이 사람을 현혹시킨다. 더 화려하게 포장되고 자극적이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절반의 진실은 결국 거짓이다. 부분, 부분은 옳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틀린 것이다. 우리는 부분적 진실에 현혹돼 결정적인 순간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부분보다 전체가 중요하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부분에 함몰되지 않고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식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령 우리는 토지보상금이 많이 풀리면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토지보상금이 32조원이나 풀린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집값은 되레 급락했다. 토지보상금은 부동산시장의 하나의 변수일 뿐이다. 토지보상금은 기본적으로 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투자환경이 그만큼 우호적으로 조성돼야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금리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토지보상금이 풀려도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즉 부동산경기가 활황이냐, 아니면 침체기냐에 따라 토지보상금의 영향이 서로 달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토지보상금 변수를 시도 때도 없이 확대 포장하는 일은 정확한 시장분석에 걸림돌이 된다.

공급이 모자라니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는 말도 또 다른 도그마다. 한동안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담론들이 많았다. 하지만 집값이 급락한 요즘은 누구도 공급부족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공급 부족보다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집값에 더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다. 2012년 하우스 푸어 사태 당시에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태부족해도 집값은 폭락했다. 미국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탄력적인 주택공급은 급격하고도 고통스러운 가격 급등 가능성을 낮춰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주택 매수광기를 다스리는 완벽한 해독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공급량만으로 집값을 논하는 것도 논리의 비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니면 말고 식’ 극단적인 비관론자를 조심해야 하듯 극단적인 상승론자 역시 경계하라. 전망이 틀렸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책임은 내가 오롯이 다 떠안아야 한다. 이래서 부동산시장을 볼 때 균형과 객관적 고찰, 그리고 비판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부동산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분야도 없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희망한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값이 내리길 바라고, 집이 많은 사람은 집값이 오르길 기도할 것이다. 개인의 희망이 전망으로 자주 포장된다. 대체로 전망을 할 때 자신의 ‘소망적 사고’를 뒤섞기 마련이다. 이런 소망적 사고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타고 유령처럼 흘러 다닌다. 집값 하락국면에서는 무주택자의 전망이 잘 맞을 것이다. 반대로 상승국면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전망이 적중할 수 있다. 시장 전망에 대해선 정서적 소망과 이성적 예측을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주관적 감정보다 냉철한 이성적 분석이 더 중요하다. 중심을 잡고 사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부동산시장은 갈수록 극단적인 논리만 횡행한다.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좋다.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생각의 중심 추를 중앙에 놔보자. 쉬운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중심을 잡고 좀 더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단 너무 그럴듯해 보이면 의심부터 해보자. 정보 홍수 시대, 냉정하게 정보를 잘 가려 수용하는 분별지(分別智)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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