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물어보는 정은혜(32) 작가의 질문에 사실 적잖이 당황했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기자에게 정 작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드라마 잘 봤다”며 요새 바쁘지 않으냐고 물어보자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서) 눈도 충혈되고 입도 찢어졌다”는 대답이 돌아와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정 작가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한지민)의 쌍둥이 언니 영희 역으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에서의 역할처럼 정 작가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캐리커처 작가 겸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그린 캐리커처 작품만 4000개가 넘는다. 사진만 보내주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난 정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다”면서 “(스스로)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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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은혜 씨를 장애인 딸로만 생각했어요. 특수교육이나 치료에만 전념했죠. 그러다 은혜 씨가 24살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은혜에게 또 다른 무언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더라구요. 그때부터 은혜 씨를 지지하면서 하나씩 길을 찾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정 작가는 6년 전부터 경기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 얼굴’이라는 이름으로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양평매일상회로 이름이 바뀐 리버마켓에 주말마다 나간다. 최근에는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일부러 정 작가를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정 작가는 “요즘 같은 상황이 실감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화장실까지 따라오기도 한다”고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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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인기만큼 정 작가를 부르는 곳이 많아진 덕에 모녀가 함께 전국 곳곳을 다니느라 바쁘다. 오는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도 연다. 정 작가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그려왔으니 앞으로는 고양이나 다른 동물, 사계절도 그려보고 싶다”며 “엄마처럼 늙어서도 계속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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