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날개 단 `한국 SF문학`

출판계, SF시장 효자 장르 떠올라
발전한 과학기술 미래 호기심 자극
신진작가 등장 맞물려 폭발적 성장
새해에도 김초엽 전혜진 신작 속속
아작 출판사, SF 계간지 처음 창간
  • 등록 2022-01-19 오전 6:00:22

    수정 2022-01-19 오후 1:16:12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SF(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 시장을 잡아라.” 요즘 출판계의 화두다. SF가 이른바 ‘효자 장르’로 떠오르면서다. 최근 몇 년간 출판계에서 가장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를 꼽는다면 단연 ‘SF’다.

장르문학을 꾸준히 선보인 출판사들의 내공과 함께 김초엽을 비롯한 스타 작가들의 탄생은 한국 SF시장의 지형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소수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장르로 인식됐던 SF가 본격 일반문학 안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18일 “알파고의 충격,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하는 와중에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우주시대 개막 등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시켰다”며 “여기에 기술문명의 특징을 담보한 90년대 이후 세대의 독자 유입과 팬데믹은 SF의 차별성을 용인하기 쉬운 구조를 만들어냈다. SF는 상상력을 담아낼 유용한 도구이자 일종의 해방구,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SF의 불모지로 불려 왔다. 문단에서 SF는 소수 마니아만 읽는 주변부 문학으로 취급받았다. 이른바 순수문학과 비교되며 가치도 폄훼되기 일쑤였다. ‘SF관객은 있어도, SF독자는 없다’는 말도 있었다. SF영화는 봐도 SF소설은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1990년대 PC통신 붐을 타고 듀나, 김창규 등 SF 작가가 등장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문학계 주류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독자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SF를 경험(공감)하고, 김초엽 황모과 심너울 천서란 등 젊은 SF작가들이 등장하며 한국 SF는 황금기를 맞는 중이다.

질적 양적 성장세는 눈부시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세계로 뻗어나간다. 최근 창간한 SF전문잡지 ‘어션 테일즈’에 쓴 칼럼에서 김효선 알리딘 소설 MD(상품기획)는 “20만 독자가 읽은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년 6월)의 출현은 한국 SF시장을 출렁이게 했다”고 평가했다. 출판사들의 다양한 시도도 힘을 실었다. 한국과학문학상을 제정해 신예 작가를 발굴한 ‘허블’, 국내외 작품을 빠르게 공급한 아작, 세계 SF의 신작을 소개한 황금가지 등이 그것이다. 이에 힘입어 교보문고의 SF소설 판매 증가율은 2019년·2020년 연속 300%(4배)대로 큰 폭 성장했다.

김 평론가는 “해외에선 이미 5년 전부터 SF 강세가 두드러졌다. 우리나라가 늦은 편”이라며 “한국은 기성문단이 SF를 서브문학으로 취급해온 까닭에 새 작가군의 등장이 대중의 눈에 띄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SF열풍은 일시적·예외적 유행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출판사들도 앞다퉈 SF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도서출판 들녘은 최근 장르소설 전문 브랜드 ‘고블’을 출범했다. 갈매나무도 전문브랜드 ‘퍼플레인’을 선보였으며, 크고 작은 SF 공모전이 늘었다. 전자책 플랫폼들도 SF단편을 자체 출간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주목받는 국내 SF신작들이 쏟아진다. 최근 한국문단에서 가장 많이 소환되고 있는 김초엽 작가는 SF중편소설 ‘므레모사’를 내놓았다. 전혜진 작가도 14년간 집필한 50여편의 소설을 추려낸 첫 SF소설집 ‘아틀란티스 소녀’를 출간했다. 듀나 등 9명의 인기작가가 2035년 가까운 미래를 미스터리 장르로 푼 ‘2035 SF미스터리’와 심너울 작가의 신작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도 나왔다. 박서련 작가는 ‘허블 초월시리즈’를 통해 독자와 만난다.

김 평론가는 “한국 SF의 성장은 일반 한국소설 분야에서 공공해진 젊은 작가 열풍과 궤를 같이한다. 대표적인 게 김초엽이다. 더 신속하고 기민하게 페미니즘 등과 같은 동시대적 이슈들을 수용해서 작품 속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었다”고 했다.

SF부흥기를 견인할 두 권의 잡지도 나란히 창간했다. 과학서평매거진 ‘시즌’(SEASON)과 SF전문잡지 ‘어션 테일즈’(The Earthian tales)다. 어션 테일즈는 아작 출판사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선보인 SF계간지다. 그간 Happy SF·판타스틱 등의 잡지들이 있었지만 창·폐간을 반복하거나 무크지 형태로 출간돼왔다. 정기적으로 펴내는 SF문학잡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션 테일즈의 편집장 최재천은 창간의 말에서 “한국 SF가 황금기를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쉽고 불안한 것은 전문잡지의 부재 혹은 부족이었다”면서 SF 담론 형성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평론가는 “기성문단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라며 “SF문학의 저변이 되는 웹소설 등도 비평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젊은 비평가들이 필요하다. 작품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통해 성장할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차별받고 있는 원고료나 작가들의 창작 조건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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