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부동산 시장에서 정신승리하는 법

  • 등록 2022-08-31 오전 6:15:00

    수정 2022-08-31 오전 6:15:00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집을 잘 사고 잘 판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변화무쌍한 부동산시장에서 집 사고 팔기는 바람 부는 날 외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투자 결과는 언제든지 예상을 빗나갈 수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럴 때를 대비해 자신이 다치지 않을 ‘마음의 요새’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일종의 ‘정신 승리법’이다. 2가지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집을 산 뒤에는 무조건 자신을 합리화하라.

‘계약 전에는 가격 흥정을 위한 흠집 잡기, 사고 나면 장점 발견하기’ 전략이다. 심리학에 ‘선택 후 지지 편향(Choice-supportive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 어차피 산 집이니 지금 와서 물릴 수도 없다. 모든 물건에는 장단점이 겹쳐 있는 법이다. 이제 내 집이 되었으니 장점만 발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 판단이 옳았다고 의미 부여하는 게 자신의 정신 건강상 이롭다. 어떤 사람은 결혼 후에 ‘선택 후 지지 편향’이 행복한 마취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을 살 때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혜인 것 같다.

또한 원하던 아파트를 사지 못했다면 ‘신포도 전략’을 사용해도 좋다. 그 아파트를 샀어도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기변명을 하는 것이다. ‘당시로선 어쩔 수 없었던 거야. 아마 그 아파트를 샀다면 집안에 우환이 생겼을지 몰라. 주위가 저렇게 지저분한데 우리가 어떻게 살아. 돈이 전부가 아니잖아.’ 그래도 힘들다면 자기 기억을 약간 조작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그 아파트는 내 집이 되지 않으려고 그랬나 보다’ ‘되돌아보니 그 아파트는 확 당길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았고 우리가 간절하게도 필요한 집도 아니었어’라고 자기 위로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돈이 없어 ‘못 산 것’이 아니라 물건이 좋지 않아 ‘안 산 것’이라는 생각이다.

혹시 사지 못했다면 ‘이번이 아니더라도 싸게 살 기회가 또 온다’는 생각을 갖자. 쉽지는 않겠지만, 세상은 돌고 돈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인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2022)>에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이 대목에 딱 맞는 것 같다. “저의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 있죠. ‘집하고 짝은 찾아다니는 게 아니다. 때가 되면 온다.’ (반드시) 내게 옵니다.”

둘째, 부동산을 팔고 나서는 가급적 그 주위를 벗어나는 게 좋다.

만약 매각한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의 선택을 매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주변에 집을 팔고 난 뒤 그 집 가격이 급등해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결정에 대한 혐오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동네에 살면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시세를 알게 된다는 점이다.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를 지나다가 밖에 붙여놓은 시세표에서, 혹은 옆집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보기만 해도 열불 나는 그 동네를 아예 벗어나는 것이 낫다. 불교에서 8가지 인식 작용을 뜻하는 팔식(八識) 가운데 제1번이 안식(眼識)이다. 사물은 눈으로 보는 게 가장 강한 자극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매매계약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지만 그나마 그 아파트를 안 보면 아픈 기억이 덜 떠오른다. 잘 모르는 게 오히려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된다.

매도자 역시 스스로 잘 팔았다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출퇴근하기에는 너무 멀어. 살지도 않을 집인데, 언젠가는 팔았어야 했어.’ 팔고 난 뒤 집값이 올라 마음이 다소 쓰리더라도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내 스스로 주입하면 덜 괴롭다. 집을 잘못 팔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집을 사더라도 자신의 과오가 떠오르지 않는 다른 동네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좋을 것이다. 기분 나쁜 감정이 유발되지 않는 대체재를 구입하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을 넘어 마음의 생채기가 덧나 우울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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