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여성들은 왜 ‘그 물고기 책’에 빠졌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300쪽|곰출판
북튜버 겨울서점이 픽한 과학도서
여성독자가 8할, 18쇄 인쇄 이례적
자연에 부여한 이름 너머 실존 가치 성찰
  • 등록 2022-06-29 오전 6:30:00

    수정 2022-06-30 오전 12:14:1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학보다 더 문학적인 과학이야기”(예스24 과학담당 김유리 MD),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과 위로”(심경보 곰출판 대표), “삶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펼쳐지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계”(알라딘 과학담당 권벼리 MD), “읽기 전 아무런 정보 없이 반드시 끝까지 읽을 것”(북튜버 겨울서점).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에 대한 한 줄 평들이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은 요즘 서점가에서 여전히 잘 팔리고, 많이 회자되는 도서 중 한 권이다.

최근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전 분야 통틀어 2022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과학 분야 도서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자연과학책이 종합 순위 상위에 든 것은 2020년 1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후 2년 만이다.

미국의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가 쓴 첫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를 추천하고 있는 북튜버 ‘겨울서점’(사진=겨울서점 유튜브 캡처 이미지).
철학 품은 과학책 ‘2040여성’ 사로잡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펴낸 곰출판에 따르면, 이 책은 작년 말 출간 이후 약 7개월만에 누적 인쇄 18쇄를 찍었다. 초판 1쇄 평균 2000~3000부 정도 찍는 출판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 책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서점가 MD(상품기획자) 사이에선 독자들이 자주 찾아 ‘그 물고기 책’으로 불린다. 미국의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의 첫 책으로, 그 흔한 빌런(악당)이나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매해 평균 3~5권의 책을 펴내는 소규모 출판사에서 나와 홍보도 거의 없었다. 꾸준히 읽히고 있는 비결은 뭘까.

책은 미국의 19세기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의 생애와 그 생애를 파헤치는 저자 룰루 밀러의 시선을 통해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부제)를 풀어낸다. 저자를 따라 19세기 어류 분류학자 조던이 주장한 세상의 진리를 만나고, 혼돈 앞 굳건하게 질서를 구축해 갔던 그가 어떻게 자신의 세계에 갇히게 되는지 또한 알게 된다.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한 한 과학자의 삶을 전기 형식으로 풀어가며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와 실재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생물학을 근간으로 하는 과학서임에도 철학과 성찰 등의 요소를 매혹적으로 결합하면서 젊은 독자층의 호응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과학적 이야기의 외피를 입고 삶의 질서를 말하는 인문 에세이에 가깝다.

알라딘 과학 담당 권벼리 MD는 “최근 수년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속에서 우울과 허무가 일상을 지배한 가운데 이 책은 삶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펼쳐지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준다”면서 “지친 마음과 무력감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의 빛이 많은 독자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 북튜버(책+유튜버)의 추천도 책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과학책이란 특성 탓에 출간 직후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북튜버 겨울서점이 라이브 방송에서 책을 추천한 직후 판매량이 7~8배 증가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입소문을 타며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독자층은 대부분 2040여성이다.

심경보 곰출판 대표는 “전체 구매자 가운데 여성이 80%를 차지한다”며 “일단 과학책으로 분류돼 있지만 일종의 소설 에세이처럼 쉽게 읽힌다. 문학적, 자기계발적, 힐링 요소로도 회자되는데 퀴어적 부분도 있어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의 말미에는 하나의 장엄한 서사가 완성된다. “자연의 모든 복잡한 분류단계는 인간의 발명품일 뿐이다. 자연엔 가장자리도, 불변의 경계선도 없다.” ‘책의 모양을 한 작은 경이’란 더 내셔널의 찬사에는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책을 읽은 이들은 자진해서 이렇게 당부한다. “책을 펼치기 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반드시 끝까지 읽어라”.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공감할 터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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