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대중성과 희소성 사이…줄타기 하는 명품

MZ세대 큰 손 부상…스몰력서리 제품 적극 판촉
브랜드 가치 훼손 지적에 잇단 가격인상
단순 고가전략으로 기존 고객도 놓일 수 있어
  • 등록 2023-02-02 오전 6:00:00

    수정 2023-02-02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미애 기자] 최근 명품업계가 분주하다.

고물가·고환율에 따른 명품 시장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고객은 유지하면서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서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고객확대를 위해 펼친 대중화 정책이 브랜드의 희소성을 약화시켜 기존 고객의 이탈로 이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샤넬 VIC 매장이 들어설 예정인 옛 SC제일은행 건물. (사진= 이데일리DB)
이같은 현상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최근 발표한 ‘2022년 글로벌 명품시장 보고서’를 통해 젊은 층의 명품 구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3530억유로(약 472조4340억원)로 전년보다 22% 성장했다. 이중 MZ세대의 명품 소비액 2290억유로(306조4798억원)로 65%나 차지한다.

국내 시장도 다르지 않다.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이는 백화점 3사도 배경을 명품과 MZ세대에서 찾는다.

이는 명품이 ‘스몰럭셔리’ 제품을 내세워 적극 광고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생활비 부담과 소비심리 위축을 고려해 고가의 가방·의류 대신 비교적 저렴한 향수·화장품 등으로 MZ세대들을 공략하고 있다. 제품 광고도 MZ세대가 즐겨 쓰는 앱(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 등을 통해 빈번하게 노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극장의 프리미엄 상영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명품 광고를 일반 상영관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연이어 K팝 스타들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앰버서더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뉴진스 등 MZ세대들에게 소구력 큰 K팝 스타들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MZ세대의 명품 소비 확산은 명품의 희소성 문제를 불러왔다. 주위를 잠시만 살펴도 명품 가방을 가진 젊은이들을 거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10대 청소년들도 명품을 든다. 일부 명품은 리셀 시장에서도 외면받는 등 명품의 희소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자 이제는 잇단 가격인상으로 고가 전략을 택했다. 가격을 올려 기존 충성 고객을 잡아두려는 것이다. 올해도 연초부터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비, 물류비 등 생산비용과 환율 상승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꼽지만, 멈출 줄 모르는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은 달갑지 않다. 일부 명품은 지난해 네 차례나 가격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격 정책은 브랜드 고유의 권한이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소장할 가치도 없는데 비싸기까지 하면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커지는 ‘베블런 효과’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소장 가치를 전제로 한 것이다. 단순한 고가 전략은 ‘명품=사치품’이라고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격 인상이 MZ세대는 물론 기존 충성 고객까지 놓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들어설 예정인 샤넬의 VIC(Very Important Customer·최고 중요 고객) 매장에 관심이 쏠린다. 상위 1%의 슈퍼리치만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이다. 초고가 전략으로 명품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인데, 충성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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