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기회발전특구는 文정부와 다르다

[기고]지역균형발전③
오문성 전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수석자문위원
  • 등록 2022-06-18 오후 12:00:00

    수정 2022-06-18 오후 12:00:00

[오문성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수석자문위원] 윤석열 정부의 기회발전특구(ODZ·Opportunity Development Zone)는 특구라는 용어가 붙어 있어서 기존의 특구와 유사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완전히 다르다.

특구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부르는 기존의 특구는 실제로는 ‘특구’, ‘클러스터’, ‘지구’, ‘지역’, ‘구역’, ‘단지’, ‘도시’처럼 그 이름이 다양하다. 그 이름이 다양한 만큼 관련부처나 관련법률도 다양하고 특구의 종류도 많고, 전국에 다수의 특구가 지정돼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특구 제도와 새 정부의 기회발전특구 제도는 몇 가지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한 뒤 자갈치시장을 찾았다. 이날은 취임 후 첫 부산 방문, 해양수산 첫 현장 방문이었다.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첫째, 기회발전특구는 기존의 특구 제도가 고려하지 않았던 지역균형발전에 있어서 종합적인 관점을 견지한다. 기존의 특구가 특정산업의 육성을 주안점으로 뒀다면, 기회발전특구는 지역균형발전의 최종판단 기준인 평균적인 인구밀도의 분산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지역균형발전이 효율적으로 이뤄진 결과는 전 국토의 인구가 소수의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골고루 퍼지는 것이다. 인구가 골고루 퍼지게 하는 것은 강제적으로는 할 수 없다. 골고루 퍼지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사람의 이동이라는 종합적인 고려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력이 있는 개인과 법인이 기회발전특구로 이동함으로써 경제활성화의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개인과 법인이 이동하기에 적합하도록 교육시스템을 개선하고,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관점은 기존의 특구 제도가 고려하지 못했던 기회발전특구의 특징이다.

둘째, 기회발전특구의 기본적인 운영은 전적으로 상향식(바텀업·bottom-up)이다. 노무현 정부 이래 각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노력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 상황처럼 서울 및 수도권의 인구밀집 현상이 더 심해졌다. 이는 기존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패의 주원인 중 하나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톱다운·top-down) 정책 추진이다. 기회발전특구의 운영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정부는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의 중복에 대한 교통정리 등 최소한의 기능만을 수행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지정을 요구하는 기회발전특구에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교육 시스템의 개선,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규제완화 역할만을 수행한다. 이러한 철저한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기회발전특구가 자라나는 토양이다.

김병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장에서 오문성 전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수석자문위원(맨오른쪽) 등과 함께 지역균형발전특위 활동 결과를 브리핑 했다. (사진=뉴시스)


셋째, 기회발전특구는 기존의 특구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이고 전례가 없는 세제 혜택, 교육 시스템 지원, 규제 타파라는 정책 수단을 사용한다. 기존의 특구에서도 각종 세제지원 등의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보이는 결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법으로, 기존의 강도로는 역부족이다. 파격적이고 전례가 없는 강도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기회발전특구가 가지는 특징이다. 세수 측면에서 보면 단기적인 세수 감소는 감수해야 한다. 단기적인 세수 감소는 지역균형발전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면 세수 증가로 이뤄질 수 있다.

넷째, 두 번째 이데일리 기고문에서도 밝혔듯이 여러 이유로 시행해보지 못한 합리적 세제 개편의 시험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예전의 특구가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기회발전특구만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참조 6월11일자 <尹정부 기회발전특구는 파격적인 조세정책 시험장>)

다섯째, 기존의 특구 제도는 복잡하게 운영돼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다. 기존 제도는 12개 소관부처, 44개의 법률로 규정된 50개 종류의 특구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전국에 750여개가 지정돼 있다.

하지만 기회발전특구는 이렇게 복잡하게 운영되지 않는다. 기회발전특구는 지역균형발전을 관장하는 하나의 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한다. 또한 한 개의 법률로 움직이게 돼 복잡한 특구제도의 운영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단일목적 하에 단일한 운영체계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이외에도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있다. 그 중 하나는 기회발전특구가 낙후지역에만 적용된다는 오해다. 이는 전혀 아니다. 기회발전특구의 지정은 전적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간의 소통에 의해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성격이라 그 지정을 전적으로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낙후지역에 투자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에너지의 소비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와 별개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기회발전특구의 모든 운영은 전적으로 지방정부가 결정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것이 기회발전특구의 지향점이다.

결론적으로 기회발전특구는 모든 운영체제가 상향식으로 이뤄져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조세 인센티브를 공통적 요소로 개인이나 기업이 그 지역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 조건인 교육시스템 등 기타 인프라를 고려하고 지방정부가 원하는 규제를 풀어주는 종합적 관점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특구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오문성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수석자문위원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전공 재학 △공인회계사·세무사·증권분석사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기획재정부 공기업평가(비계량) 위원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현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현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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