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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 본토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재도전을 선언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약 70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와 3000개가량의 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두 팔 벌려 환영의 뜻을 표했다. 파운드리 시장이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로 양분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측면 지원 속에 인텔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TSMC와 적잖은 격차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또 하나의 위협상대를 만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3일 업계·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州)에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약 1000에이커 부지에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착공 시기는 올해 말로, 2025년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인텔 측은 “부지는 모두 8개의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향후 10년간 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투자 규모가 최대 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인텔은 지난 19일 1.8nm 공정을 위해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해 TSMC·삼성전자보다 빨리 최신 장비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랜디르 타쿠르 인텔 수석 부사장 겸 파운드리 서비스 사장은 “오하이오 공장은 ‘인텔 18A(옹스트롬)’를 포함한 인텔의 최신 기술을 지원해 ‘옹스트롬 시대’를 열기 위해 설계됐다”고 했다. 옹스트롬(A, 1A=0.1nm)은 지난해 3월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존 파운드리 시장에서 썼던 ‘5nm’, ‘3nm’ 등의 명칭 대신 인텔이 써온 수치다.
삼성전자로선 1위 TSMC의 거침없는 질주와 후발주자인 인텔의 겁 없는 도전에 휩싸인 형국인 셈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올 상반기에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市)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착공하는 등 공격적 투자로 대응에 나섰다. 경기 평택캠퍼스의 3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 완공, 4번째 생산라인 ‘P4’ 착공도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4년 하반기쯤이면 TSMC와 삼성전자, 인텔 간 3강 구도 속에 치열한 글로벌 고객 확보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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