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수능 출제 기관이자 교육·연구자들이 모인 집단이다. 평가원도 공식적으로 “교육연구를 책임지고 교육성취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연구하는 기관”으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평가원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리면서 촉발됐다는 게 중론이다. 논란이 된 부분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으로 두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 선택지의 진위를 가려내는 문제다. 수험생들은 문항에서 제시한 조건에 따라 계산하면 개체 수가 마이너스(-)가 되는 오류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생명체의 개체 수가 ‘0’보다 작을 수는 없기에 문항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험이나 평가도 교육과정의 일부다. 특히 전국 40만이 넘는 수험생들의 성취도를 측정하는 평가원은 우리나라 대표 교육기관이자 교육·연구자들이 모인 집단이다. 수능문제를 출제하고 정답을 확정하는 절차 역시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교육과정의 하나로써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 문항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의신청을 수용하지 않은 태도는 교육기관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