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땀 주룩”… 강남 구룡마을 수해복구 함께해보니 (르포)

15일 강남 구룡마을 한국JTS 수해복구 봉사현장
일주일여 지났지만…‘수마’ 할퀸 흔적, 여전
좁은 길 따라 줄서 잔해 옮기고, 토사 퍼내
5일간 450여명 찾았지만 “여전히 많은 관심 필요”
  • 등록 2022-08-15 오후 6:01:01

    수정 2022-08-15 오후 6:01:01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끝이 없어요, 끝이… 비 온 건 순식간인데. 그래도 하나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니 더 낫네요.”

1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앞에 자원 봉사자들이 수해 복구를 돕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광복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15일 오전 둘러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지난 8일 폭우에 뒤집어쓴 흙더미를 다 씻어내지 못한 상태였다. 의용 소방대원과 함께 이날엔 국제구호단체 한국JTS(이사장 법륜스님)와 정토회에서 모인 자원 봉사자 100여명이 마을의 수해 복구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날 오전 9시 무렵, 본지 기자도 자원봉사에 참여해 함께 마을 입구를 거쳐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부터 폭우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흔적이 역력했다. 집중호우에 뒷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며 구룡마을의 비닐, 합판 등 취약한 재료로 지어진 낡은 집들은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폭우가 시작됐던 지난 8일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났음에도 복구 속도는 더뎠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좁아, 쓰레기차와 트럭 등은 입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봉사자들이 쓰레기와 잔해를 직접 차량 근처까지 날랐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봉사자들은 연신 땀을 닦았다.

봉사자들은 마을 초입이자 저지대인 3구역의 한 집 앞에 한 줄로 늘어섰다. 좁은 길을 따라 ‘인간 띠’를 만든 이들은 겨울 연탄을 옮기듯 진흙투성이의 잔해와 기물을 옮기기 시작했다. 좁은 집에서는 망가진 살림살이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옷과 가방, 신발과 이불, 쪼개진 옷장, 옷걸이 등이 나오다가 이내 주방 도구, 철망이 나오는 등 두서 없이 쏟아져나오는 기물들은 모두 진흙범벅이었다.

10여분도 채 지나지 않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물 비린내, 온갖 쓰레기가 풍기는 악취에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봉사자들은 쉼 없이 손을 바쁘게 놀렸다. 종로구에서 왔다는 임모씨는 “어제 와서 오늘은 일이 덜 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늘도 똑같이 많다”며 “그래도 사람이 많으니 한결 걱정이 덜 하다”고 웃었다. 어머니와 함께 봉사하러 온 고등학생 A양(17)도 “실제로 와보니 정말 고생하셨을 것 같다”며 “그래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쌓여 있는 흙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한 집이 얼추 끝나도, 곧 다른 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집 앞 입구를 막고 있는 흙을 삽으로 퍼서 마대에 담고, 흙이 가득 찬 마대 자루는 묶어서 제방처럼 쌓았다. 봉사자들은 “삽으로 빨리 퍼 담아줘요”, “중간 중간 큰 돌은 손으로 골라줘요”하며 더위와 악취 속 분투했다. 드디어 흙에 묻혀 아예 보이지 않던 바닥이 보이고, 막혀 있던 배수구가 드러났다. 한 봉사자는 “또 비가 올 수 있다는데, 이게 다시 막히면 말짱 도루묵이 되지 않겠냐”며 배수구에 박힌 돌 조각을 일일이 골라내고, 주변에 물이 넘치지 않게 턱을 쌓았다.

2시간여 작업 후 봉사자들은 물을 마시고 초콜릿 등 간식을 먹으며 한숨을 돌렸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잔해들을 둘러봤다. 주민 B(82)씨는 “목숨은 건졌어도 사람이 사는 게 아니다”며 “여기서 비가 더 오면 안 되는데, 남은 게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도와준 분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 긴급수해 복구 총괄을 맡고 있는 최기진 한국JTS 국내사업팀장은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서 예상보다 가볍게 끝낼 수 있었다”며 “마을 주민들도 엄두나지 않는 일들을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연신 고마움을 보였다”고 했다. JTS를 통해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450여명의 봉사자들이 마을 복구를 도왔다. 최 팀장은 “JTS의 긴급 수해복구는 이날로 마무리되지만, 아직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은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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