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42주째 이어지는 롯데온 대표의 `먼데이레터`

나영호 롯데온 대표 매주 임직원 메일로 소통
딱딱한 일뿐 아니라 살아가는 얘기로 격의없는 대화
유연한 조직문화 이어져 `온라인 롯데` 물결 평가
  • 등록 2022-01-26 오전 11:00:33

    수정 2022-01-27 오전 8:09:16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나영호 롯데온 대표는 매주 일요일 일정을 넉넉하게 비워둔다. 이튿날 월요일 직원 1200여명에게 보낼 메일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숙고에 들어가려고 그런다. 작년 4월12일(월요일) 시작한 그의 `먼데이 레터`는 이번 주 월요일까지 42주째 한 주도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나는 여러분에게 디지털 DNA를 심어주러 온 사람`이라는 자기소개 성격의 첫 편지는 이커머스 산업과 회사의 비전에 대한 언급으로 이어졌고 뒤이어 삶과 신변, 인생에 대한 조언 같은 일상으로까지 가지를 뻗어 나갔다.

나영호 롯데온 대표가 ‘먼데이 레터’ 보내는 이유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콘텐츠는 메일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삼는 주요 재료다. 최근 지난 24일 레터에서 `사실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환기하려고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을 소개했다. 이 영화는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하는 사실을 미리 알고도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다가 인류가 멸망하는 내용의 블랙 코미디물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익숙한 대상도 자기 것으로 재해석해 재탄생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소재로 썼다.

`물건이 아니라 스토리를 팔자`는 나 대표의 지론은 메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전에 다니던 이베이코리아에서도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인물인데 자리가 바뀌어도 사람은 변한 게 없다. 여하튼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그만의 콘텐츠 문법은 `대표님 먼레` 열독률을 높인 배경으로 꼽힌다.

먼데이 레터가 임직원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쌍방 소통형이라는 점이 크다. `하라, 말라` 식의 꼰대형 레터가 아니다 보니 메일에 답신하는 직원이 다수다. 나 대표는 다음번 먼레에서 답장을 보낸 직원을 반드시 언급하며 화답한다. 반응을 보이니 반응이 오고, 다시 반응하니 또다시 반응이 돌아오는 것이다. 반응이 쌓이다 보니 서로 간에 벽이 낮아지고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디지털에 목마른 롯데온에 단비와 같은 변화이다. 수직적이고 딱딱한 조직 문화는 롯데쇼핑을 국내 제일의 유통기업으로 키웠지만 시대는 변했다. 온라인 세상에 적응하려면 MZ세대와 IT 인력이 원하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일터를 만드는 게 순서였다. 이런 인력을 수혈해 키워내지 않고서는 온라인은 먼나라 얘기였다. 나 대표가 지난해 4월 외부인사로서 영입된 데에도 이런 임무를 바라는 조직의 바람이 컸다.

변화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이커머스 부문이 지난해 8월 롯데온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감지됐다. 롯데쇼핑 간판인 롯데백화점에서 이커머스 부문 롯데온으로 인력이 원활하게 이동할지가 관건이었는데 기우였다. 조직 안팎에서는 나 대표식 소통 방식이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다진 게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붙었다.

롯데온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도입한 ‘커리어 레벨제’ 인사제도는 파격적이다. 담당, 대리, 책임, 수석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직급을 폐지하고 팀장과 팀원 직책만 남긴 게 골자다. 직원 개개인에게 8단계 레벨을 부여해 빠르면 7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신입에서 수석까지 승진하는 데 13년이 걸리던 기존 체계에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이런 변화의 바닥에는 작지만 첫발을 뗀 먼데이 레터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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