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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실효환율이 하락하면 대외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본은행의 주장과는 상충되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우위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되고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일본 경제 전체적으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연간 0.8%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미국 달러화 대비 70엔대에 처음 진입했던 1995년에 150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지난 해 12월 실질실효환율은 당시보다 엔화 가치가 50% 가량 하락한 것이다.
1995년부터 최근까지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 오르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CPI 상승률은 84%에 달했다. 본래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져 통화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반대로 물가가 안정되면 통화 가치도 유지된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보다 엔화 가치가 더 올라야 하는데,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미일 간 금리차가 발생하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이달 초 116엔대까지 치솟으며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과 다른 국가들 사이의 물가 격차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산출하는 ‘빅맥 지수’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 7월 기준 일본에서 맥도날드 빅맥이 390엔(약 4100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미국에선 일본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70% 가량 더 비싼 5.65달러(약 6700원)에 팔렸다.
니혼게이자이는 “빅맥 지수에 따른 현재 엔화 가치는 주요 10개국 중 가장 낮다”며 “엔화의 실질 구매력 약화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