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원 추경 제출하자마자 증액 도모하는 여야

정부, 1월 이례적으로 14조원 추경안 편성
여야, 재정당국 추경안 제출 전부터 증액 요구
기재부 "1월 초, 적자국채 발행" 이유로 거부
이재명 후보, 국힘 요구한 35조 추경 논의 제의
  • 등록 2022-01-21 오후 4:14:09

    수정 2022-01-21 오후 4:14:09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확정마자 정치권이 추경 증액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야는 정부가 추경안을 확정하기 전부터 더 많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증액에 군불을 땠다. 재정 당국은 아직 1월이고 추경을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워 14조원을 고수했다.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후에 국회에서의 증액이 예고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재정 당국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예상하고 정부안을 존중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여야는 증액에 착수했다.

초과세수 기반 14조원 추경 의결

정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보강을 위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10번째 추경으로, 1월에 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이례적이다.

홍남기(사진 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 2022년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이번 추경은 지난해 말 예상 대비 10조원가량 더 걷힌 초과세수를 기반으로 편성한다. 이 세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는 4월 2021회계연도 결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일단 빚을 내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추경 14조원 중 11조3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고, 나머지 2조7000억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연초부터 추경을 편성하며 재정 부담은 커졌다. 607조7000억원 규모의 본예산에 14조원 추경이 더해지며 올해 총지출은 621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68조1000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14조원 늘었다. 국가채무는 추경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을 합쳐 1075조7000억원에 달한다.

홍남기 부총리 “정부 제출한 추경안 유지되길”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추경을 확정하기 전 여러차례에 걸쳐 국회에 정부안을 존중해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연초에 이례적으로 하는 원포인트 추경이라는 점에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할 추경 규모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정부 입장이 존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기자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홍 부총리는 이날 추경안을 확정한 후 열린 브리핑에서도 “소상공인 추가지원 소요, 초과세수 수준, 올해 본예산 집행, 일단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하는 여건, 추경에 따른 물가·국채시장 등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경 규모를 결정했다”며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 규모·내용을 최대한 존중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여야가 추경안 규모를 두고 14조원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한 데에 대한 일종의 경고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 작업을 하던 재정 당국에 증액 필요성을 언급하며 끊임없이 압박해왔다. 국민의힘은 608조원의 예산이 있는데 1월부터 추경을 하는 것에 대해 ‘선거용’이라는 입장이었다가 결국 추경 증액으로 선회했다.

여아, 35조 추경 증액 논의 물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추경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국민의힘이 제안한 35조 규모의 추경안을 논의하자며 여야 대선 후보간 긴급 회동을 제안했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정부 측에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해 32조∼35조원 규모의 추경을 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안 대비 2.5배 더 많은 규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목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를 위한 여야 모든 대선 후보 간 긴급 회동을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후보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야당이 국가 부채를 이야기하고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니 정부는 재원 문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당이 30조원을 요청했는데 국채발행 관련한 비용 조달이 어렵고 야당 눈치를 봐서 결국 14조원으로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어차피 5월이 지나면 차기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게 된다”며 “모든 후보가 동의하면 사업 예산 중 35조원을 신속하게 맞춰 예산을 편성하고 이후 세부 재원 마련은 차기 정부 담당자가 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예산 집행 권한을 갖는 후보들이 책임을 지는 형태로 추경을 규모를 확대하면 정부의 부담이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추경 편성이 언급될 때 여당은 증액을 요구하면 야당은 감액을 주장하며 날 선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번에는 여야가 한 마음으로 증액에 목소리를 높이는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권의 추경 증액은 정치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된다”며 “자영업자의 경우 예산 소요가 필요하겠지만 1월에 추경 형태로 예산을 써야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문제는 있는 것 같지만, 가계부채가 많고 소비가 급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이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증액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물가와 자산가격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정책 효과가 더 큰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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