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땅투기 의혹' LH…이번엔 '광명시흥' 베끼기 논란

국민 권익위 ‘환지개발 적극시행’ 의결에도 무시
토지주들 “LH 여태 ‘묵묵부답’…신도시발표 강행"
광명시흥 개발안 베끼기 의혹도 제기해
  • 등록 2021-03-04 오후 2:10:39

    수정 2021-03-04 오후 2:11:17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구상안.(사진=국토교통부)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일부 직원 땅투기 혐의로 논란을 빚고 있는 LH가 이번엔 ‘광명시흥지구’를 졸속 발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환지방식’을 원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데다, 광명시흥지구 설계 일부는 주민들이 자체 시행을 목표로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베끼기’했다는 지적이다.

권익위, LH에 “환지개발 적극 시행하라”

4일 국민권익위(권익위)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신규택지 발표(2월24일)를 2주가량 앞둔 지난달 8일 광명시흥 토지주들이 민원표시한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내 취락정비사업 적극 시행 요구’ 건에 대해 의결했다.

권익위는 주문 내용으로 “피신청인(LH)은 환지개발동의서를 접수한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내 취락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의견 표명한다”고 명시했다. 권익위는 “취락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해 달라는 신청인의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부패방지 및 권익위 설치와 운영 법률’ 제46조 제2항에 따라 피신청인(LH)에게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정부 주도의 공공택지 조성사업이 아닌 환지개발방식을 원했고, 권익위가 LH에 이를 권고한 것이다. 환지방식이란 소규모 구역을 지정해 도로 등을 정비하고 기존 땅 크기대로 다시 토지를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대토 보상과 달리 기존 땅 자리에 정비된 땅을 받기 때문에 지역 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개발은 어렵다.

광명시흥 토지주들이 국민권익위에 제출한 환지방식 도시개발사업 추진 동의 현황.(자료=국민권익위원회)
권익위가 이 같이 판단한 것은 △국토부가 2014년9월4일 ‘광명시흥지구 해제 및 관리대책 수립을 통해 취락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공표한 점 △2015년3월31일 취락정비사업 기본구상을 제시한 점 △LH가 2015년11~12월 주민설명회를 열고 기반시설 설치 방안을 제시한 점 △LH가 2017년11월부터 (토지주의) 사업추진 요청 동의서를 받아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의견표명이 법적 강제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기관에서는 권고를 하면 90%는 받아들이는 편”이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무회의 보고나 해당 기관 평가시 반영해 간접적으로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윤승모 광명시흥지구(광명시흥특별관리지역) 광명총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작년 말 권익위에 민원을 넣었고 지난달 8일 의결됐는데 LH에서는 여태 답변이 없고 그 사이 신도시 발표를 하면서 땅을 수용하겠다고 하니 주민들은 당혹스러울 뿐”이라며 “환지개발을 적극 권장해놓고 정부가 스스로 법을 무시한 처사 아니냐”고 했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권익위 의결서류는 지난달 15일 받았다. 법적으로 송달받은 후 30일 이내 (토지주들에게) 답변하면 되기 때문에 오는 15일까지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5억원 들여 만든 마스터플랜 베꼈나”

국토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광명시흥 개발구상안’도 잡음이 나온다. 개발구상안을 보면 목감천을 수변공원(연장 7.1km)화하고 사업지 구획을 띠(밴드형)별로 나눠 상업·업무 지구를 넣어 놨다.

윤 위원장은 이 같은 구상안이 앞서 토지주들이 전문가집단과 자체적으로 만든 마스터플랜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어 모방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스터플랜은 주민들이 5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문가들과 1여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만든 것”이라며 “목감천 수변공원화나 밴드형 구획은 우리가 만든 최초 구상안”이라고 주장했다.

광명시흥 토지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마스터플랜.(자료=광명시흥지구(광명시흥특별관리지역) 주민대책위)
주민대책위는 2019년8월부터 마스터플랜 연구팀을 꾸려 활동을 시작, 2020년1월에는 유럽도시(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를 답사하고 그해 12월과 지난 1월 경기도와 광명시, 언론 등에 주민이 구상한 자체 마스터플랜을 알렸다.

윤 위원장은 “국토부가 발표한 광명시흥 개발안을 보면 누가봐도 주민이 작성해서 이미 공표한 마스터플랜과 개념이나 아이디어가 비슷하다”며 “베낀 것은 아닌지 이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시 마스터플랜에 참여한 건축가 A씨는 “블록별로 공원이나 학교, 생활 인프라를 횡으로 연결하는 일종의 ‘밴드형 시티’나 기존 계획된 목감천 저류지 3곳을 없애고 천 폭을 100m에서 150m로 확장해 저류지로 쓰면서 수변공원화하자는 것이 최초의 구상이었는데 이 아이디어가 그대로 (국토부가 발표한) 개발구상안에 나와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베끼기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실제 도안은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안을 참고한데다 LH에서 넘겨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명시와 세부사항을 협의한 것은 아니지만 목감천 수변공원 등 큰 방향에서 협의를 했고 나머지는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안을 참고한 것과 그 외에는 LH에서 작업을 해서 준 것”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도시계획은 공모를 통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광명시는 목감천 수변공원화는 국토부와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기존 목감천 주변 저류지 3곳을 공원화는 것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국토부에서도 신도시 발표를 비밀리에 진행하다보니 목감천을 따라 수변공원화한다는 것은 신규택지 발표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LH 관계자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광명시흥 주민들이 발표한 개발안은 LH가 아닌 광명시로 제출된 마스터플랜으로 LH와 일체 관련이 없다”면서도 “목감천 수변테마공원 같은 일부 계획이 (주민 개발안과) 겹칠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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