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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러브레드 종의 평균 수명은 25년에서 길게는 35년인데, 한국 경주마 산업 구조 속 경주마의 평균 은퇴 연령은 짧게는 2세 길게는 4~5세다.
은퇴하는 이유와 나이는 갖가지이지만 중요한 기준은 경주마로서의 상품가치다.
인간들의 유희를 위해 ‘죽어라’ 달리는 것도 모자라 혹독한 훈련 속에서 평생을 사는데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경기성과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도축되는 게 한국 경주마의 생애다.
이와 관련, 동물자유연대는 국내 말 산업의 육성을 전담하는 한국마사회에 말 뿐이 아닌 실효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퇴역 경주마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물론, 경주마 도축에서 공존으로 관리 기조를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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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올해 1월 23일 경주마 학대 등 관리 부실 책임 논란이 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말 산업에서 말의 복지가 최우선 가치임을 인식하겠다”며 “말 복지 향상을 위해 연구와 제도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방안과 성과로 △말 복지 표준화 매뉴얼 개발 △수의·보건분야의 말 보건복지위원회 설치 △전국 말 병원 운영 △경주 퇴역마 전담조직 신설 △경주 퇴역마 승용전환 모델 개발·보급 △경주 퇴역마 복지기금 조성 등을 열거했다.
반면 동물자유연대 측은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현 대한재활승마협회 이사에 따르면 퇴역 경주마 중 한국마사회 승용조련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말은 14마리에 불과하다. 2010년 은퇴한 경주마가 1만 7289마리임을 고려하면 전체 퇴역마 중 0.08%만이 (퇴역경주마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영국은 퇴역경주마의 수와 새로운 삶을 얻는 말의 수를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 중”이라며 과도한 말 사육을 하지 않는 것이 말 복지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2019년 영국 ‘일간 가디언’이 국제동물권리단체 ‘페타’가 확보한 제주도 도축장 학대사건(운영사 농협)영상을 보도해 국제적으로 망신당한 것을 꼬집으며 “(한국마사회는) 말이 벌어들인 상금의 3%를 퇴역마 관리자금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취지는 좋지만 재원마련 ‘현실화’는 요원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연락에서 “재원은 (상금이 큰) 대상경주 상금을 받으면 마주나 조교사 등 관계자들이 상금의 1%씩 내기로 협약을 맺고 있다. 또 시리즈 경주에선 상금의 10%를 협약에 의해 내고 있다”며 “관계자들이 소득을 일부 기부한 것이다. 이에 맞춰 마사회도 금액을 기부해 복지금액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단, 그는 “기금은 최대한 많이 늘리는 방향으로 가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은 안 된다”며 “정부나 국회, 농림축산식품부가 앞장서 재원방법 마련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