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트럼프는 왜 삼성을 탓하나

'관세=美기업·소비자 부담' 프레임 깨기 시도
"애플 위대한 미국기업"..단기 지원책 내놓을 듯
삼성, 혹시나 된서리 맞을까 '우려'
美언론 "백악관에 쿡 팬이 생겨"…트럼프·쿡 관계도 재조명
  • 등록 2019-08-22 오후 4:02:28

    수정 2019-08-22 오후 6:35: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 왼쪽)가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안승찬 기자] “문제는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삼성’을 거론했다. 21일(현지시간) 참전용사 단체 암베츠 행사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州)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를 단기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애플은 위대한 미국기업이니까.”

관세 탓→삼성 탓…트럼프式 프레임 깨기?

사실 애플이 관세 문제로 곤란한 처지가 된 건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탓이다. 스마트폰 등 IT 품목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어느 나라의 제품이건 무관세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의 아이폰 역시 무관세 대상이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오는 9월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대부분을 생산하는 애플은 10%의 관세를 물어야 할 처지다.

트럼프 정부가 ‘크리스마스 쇼핑시즌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12월 15일까지 관세 부과를 연기하기로 했지만 12월 15일 이후부터는 관세를 내야한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 나머지 애플의 제품은 관세 제외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는 9월부터 곧바로 관세가 부과된다. 웨드부시증권은 10%의 관세에 따른 부담이 그대로 가격 인상에 반영될 경우 “2020년 미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최대 800만대 감소하고, 순이익은 4%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과 달리 삼성이 관세에서 자유로운 건 미국으로 수출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중국산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중국공장은 대부분 중국 내수시장용 제품을 만든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삼성의 스마트폰은 베트남, 인도 등에서 생산한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도 삼성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구조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어려워진 건 ‘삼성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는 데 급급하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은 한국에 있다. 삼성이 (관세를) 맞지 않고 그(쿡 CEO)만 맞는다는 건 불공평하다. 그렇지 않나”라고 ‘삼성 책임론’을 제기했다. 사흘 새 두 차례나 삼성을 언급하며 삼성 때리기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프레임 바꾸기’라는 해석이 많다. 가뜩이나 관세 후폭풍에 시달릴 처지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내년 재선을 앞두고 ‘관세=미 기업·소비자 부담’이라는 프레임을 어떻게든 떼어내야 하는 처지다. 삼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미국 기업이 곤란해진 건 자신의 대중(對中) 관세 때문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비롯된 불공평한 경쟁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노트북·스마트폰에 이어 에어팟·애플워치 등에 대해서 관세부과를 유예해주거나 애플에 대한 추가 관세 면제 시기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을 비롯한 애플 경쟁사들에 대한 대미(對美) 수출 제한 등 고강도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진=AFP
◇애증의 관계…트럼프 Vs 쿡


트럼프 대통령과 애플과의 관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간 트럼프는 애플의 불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6월 애플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관세 부과는) 애플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세계 경쟁상대를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의 서한을 제출하며 바짓자락을 잡았을 때만 해도 “미국에서 부품을 만들라, (그러면) 관세가 없지 않느냐”는 게 그의 공식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최근 쿡 CEO와 만난 데 이어 전화통화까지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발언 수위는 크게 누그러졌다.

원래 둘 사이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였다. 쿡 CEO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기금마련 행사를 열면서 민주당 측에 경도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버지니아주 샬롯스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반대 시위자들 간 충돌을 놓고 트럼프가 ‘양비론’을 들고 나오자, 그를 비난하는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 적도 있다. 트럼프의 이민정책과 환경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유지했다.

상황이 바뀐 건 지난해 1월 애플이 향후 5년간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2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쿡 CEO에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쿡 CEO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비싼 컨설턴트를 고용하지만, 쿡 CEO는 내게 직접 전화한다. 그래서 쿡 CEO가 훌륭한 경영자인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에 쿡의 팬이 생겼다”(폭스비즈니스), “트럼프는 쿡 CEO를 좋아한다”(CNBC) “애플을 대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페이스북·구글 등 다른 정보기술(IT) 공룡기업들과 무척이나 다르다”(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으로 둘 사이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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