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임윤찬 연주 대단…좋은 책 같은 음악회 고민해요"

첫 에세이 펴낸 피아니스트 백혜선
음악가·교육가로 성공한 삶이지만
반복된 좌절 이겨낸 이야기 책으로 담아
"인생은 평생 배워야…감사와 소중함 전하고파"
  • 등록 2023-01-30 오후 5:18:29

    수정 2023-01-30 오후 5:18:29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조성진, 임윤찬 등이 연주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해요. 저에겐 지금도 매일 좌절의 연속입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마스트미디어)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혜선(58)이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다산북스)를 펴냈다. 80년대 후반부터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승 및 입상하며 한국 클래식을 대표해온 백혜선이 자신의 인생에서 반복된 좌절의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쓴 책이다.

백혜선은 3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가의 삶은 다가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번 책은 위대한 사람이 쓰는 자서전이 아니라, 제 일기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한 특별한 순간을 담은 책이다”고 밝혔다.

백혜선은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서울 예원학교 2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갔다. ‘건반 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 변화경 부부의 가르침을 받았다. 1989년 윌리엄 카펠 국제 콩쿠르 1위, 1990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199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3위’ 등을 차지하며 ‘콩쿠르 여제’로 이름을 떨쳤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 이듬해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고, 10년 뒤인 2005년 미국으로 떠나 두 아이를 키우며 연주자 활동을 이어왔다.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모교이자 미국에서 유서 깊은 음악 대학인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마스트미디어)
누가 봐도 음악가로서도 교육자로서도 성공한 삶이다. 그러나 백혜선은 “지금은 좌절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웃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숱한 고민과 시련을 겪었다는 의미다. 학생 시절엔 콩쿠르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임윤찬이 우승을 차지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생애 처음 1차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백혜선은 “내 운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회상했다.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된 뒤에도 고민은 계속됐다. 외국에서도 인정 받기 위해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생겨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연주자로 활동할 기회만 근근이 이어졌을 뿐 교육가가 될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백혜선은 “동양인 연주자로 활동하는 것도, 아이 둘을 키우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힘들다는 사실에 크게 좌절한 때였다”고 털어놨다.

백혜선은 지금 자신이 학생 시절의 1기, 사회인으로의 2기를 거쳐 “인생 3기”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했다.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숱한 좌절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백혜선은 “정년 퇴임이라는 말도 있지만 인생은 평생 배우면서 살아야 한다”며 “앞으로 3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세이 출간을 계기로 국내 연주 활동도 더 많이 가질 계획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는 4월 11일 독주회, 12월 인천시향과의 브람스 협주곡 연주 등을 예정하고 있다. 백혜선은 “좋은 책을 읽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음악회가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백혜선이 이번 책을 쓴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후로 주변에 있던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책 말미엔 최근 그의 곁을 떠난 전 매니저 이명아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를 비롯해 이모, 어머니, 그리고 인생의 파트너였던 피아니스트 필립 케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백혜선은 이들을 떠나보낸 것이 책을 쓴 계기가 됐다고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한꺼번에 떠나보내면서 그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책에 담고 싶었어요. 코로나19를 겪어 보니 우리에게 영원한 건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하루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마스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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